지구로 온 소풍
이현숙
막내 동생이 지난 월요일에 뇌수술을 받았다. 오늘이 딱 일주일 되었는데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수술 전날 3번 동생과 문병을 갔다. 3번 동생은 과일을 사고 나는 빵을 좀 샀다. 뇌수술하려면 머리를 밀어야 할 텐데 머리가 시릴 것 같아서 집에 있던 털모자도 가져갔다. 우리 딸이 뇌수술 받았을 때 생각이 나서다. 그때 파르라니 깎은 머리에 수술 자국이 선명한 게 추워 보였다.
야탑역에 내려서 네이버 지도를 켜고 따라갔는데 암 병동도 있고 산부인과 병동도 있는데 본관이 안 보인다. 동생 남편에게 전화하니 그냥 쭉 내려오라고 한다. 조금 내려가니 제부가 길가에 나와 기다리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 7층으로 가니 복도에 휴게 공간이 있다. 병실에는 들어갈 수가 없으니 제부가 안으로 들어가 동생을 휠체어에 태워서 데리고 나온다. 동생의 얼굴을 보니 왼쪽 눈꺼풀이 내려와 눈을 뜨지 못한다. 먹는 것은 가능하냐고 하니 잘 먹는단다. 내일 아침 7시부터 수술 준비에 들어간다고 한다. 뇌출혈도 있고 종양도 여러 군데 있다고 한다. 자기가 의식이 있을 때 와줘서 고맙다고 하며 엄마도 60에 돌아가셨는데 자기도 60이라고 하면서 내심 걱정하는 눈치다. 하지만 나는 의사가 수술하자고 했을 때는 가능성이 있는 거란 생각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동생은 같이 간 자기 아들의 손을 꼭 잡고 눈을 감고 있다. 아들 얼굴을 다시 보게 해달라고 기도하는지도 모른다. 집으로 돌아오며 이게 마지막 상봉이 아니기를 빌었다.
다음 날 새벽 카톡이 울린다. 막내 동생의 딸과 아들이 택시 타고 병원으로 간다고 했다. 아무래도 언니보다는 아들 딸이 낫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후에 조카에게서 문자가 왔다. 7시부터 수술 준비해서 7시간 수술 후 중환자실로 옮겼다는 것이다.
그 후에 제부가 면회 갔다 와서 전화를 했다. 아직 의식이 없고 자기가 발을 만져도 모르는 것 같다고 한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골목길을 지나면서 하늘을 보니 유난히 밝은 별이 보인다. 저 정도로 밝으면 목성이 아닐까 하며 핸드폰을 꺼내 스텔라리온 앱을 켜서 하늘을 향해보니 목성이 맞다. 왼쪽 위로 화성도 보인다. 지구도 저 별들처럼 태양계에 속한 하나의 행성이다.
모든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갈까? 몸이 없는 우리 영혼은 공기도 없고 물도 없고 먹을 것 없는 어디라도 갈 수 있을 것이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죽어봐야 알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 지구에 잠시 소풍 온 것인지도 모른다. 동생은 소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일까? 갈까 말까 생각 중인지도 모른다.
소풍은 즐거운 여행이다. 맛난 김밥도 먹고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 날이다. 소풍날에 지지리 궁상을 하고 슬퍼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솔로몬이 쓴 전도서에 보면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일이 헛되니 먹고 마시며 즐거워하라고 했다.
(사람이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신바 그 일평생에 먹고 마시며 해 아래에서 하는 모든 수고 중에서 낙을 보는 것이 선하고 아름다움을 내가 보았나니 그것이 그의 몫이로다.
이에 내가 희락을 찬양하노니 이는 사람이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해 아래에는 없음이라. -전도서-)
나는 또 오늘이란 선물을 받았으니 먹고 마시며 즐기다가 하늘나라에서 오라는 전갈이 모면 모든 것 버려두고 하늘에 있는 내 고향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그런데 나의 이 소풍은 언제 끝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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