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4. 10. 5. 이런 게 친구

아~ 네모네! 2024. 10. 10. 20:54

이현숙

  고교  친구들과 실로 오랜만에 아니 평생 처음 덕수궁에 깄다. 중고등학교 6년을 덕수궁 옆에 있는 경기여중과 경기여고에 다녔으면서 여기에 간 기억이 없다.
  마침 미국 사는 정옥이가 와서 이리저리 날짜를 맞추어 이날 만나기로 했다. 덕수궁 정문 앞에서 만나 점심을 먹은 후 들어갔다. 매표소 앞에 서 있으니 표 파는 사람이 보고 경로는 표 끊지 않고 입구에서 주민등록증만 보여주면 된다고 마이크를 대고 말한다. 경로는 원래 공짜라서 표 살 일도 없지만 줄 설 필요도 없이 그냥 들어가니 참 편하고 좋다. 생각할수록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호주 사는 요심이가 건강상의 이유로 비행기를 타지 못해 함께 하지 못한 것이다. 사진이라도 보게 올려달라는 요심이 부탁이 생각나 석조전 앞에서 사진을찍었다. 요심이는 초등학교도 같이 다녔으니 12년을 함께한 친구다. 사는 동네도 같아서 그 집에도 여러 번 갔었다.
  분수대를 배경으로도 찍고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후문으로 나와 경기여고 앞으로 갔다. 문은 굳게 닫혀 있고 공사중 안내문이 붙어있다. 개포동으로 이사간지 수년동안 방치돼 있더니 무슨 궁을 복원한다는 것이다.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운동장 한가운데 회화나무가 그대로 서 있다. 반갑다. 우리들이 체육시간에 가끔씩 그 나무 그늘에서 쉬곤 했었다. 그런데 우리가 중학교 졸업 하던 해에 불이 나서 교실은 전소되고 회화나무도 반쯤 타버렸다. 그래도 죽지 않고 여태 정정하게 살아있으니 반갑기 그지 없다.
  모교에는 들어갈 수가 없으니 앞에 있는 덕수초등학교로 들어갔다. 건물 옆에 탁자와 의자도 있다. 거기 앉아서 정옥이가 가져온 옥수수 강냉이를 먹다보니 대추나무가 보인다. 열매도 달렜다. 호기심 많고 동작 빠른 정옥이가 다가간다. 우산으로 나뭇가지를 당긴 후 휘어잡더니 대추를 딴다. 경래도 도와주려고 좇아간다. 둘이 대추 다섯 알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돌아온다. 먹어보니 제법 맛이 들었다. 정옥이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 여기 좋은 거 있네." 한다. 대걸레 짜는 것 깉은 게 보인다. 그걸 끌고 또 대추나무 아래로 간다. 위에 있는 걸 따지 못해 아쉬웠나보다. 정옥이는 올라가고 경래는 넘어가지 않게 단단히 잡고 있다. 떨어지는 대추를 주으려고 영자도 다가간다. 나만 의자에 앉아 사진을 올렸다. 완전 날로 먹는다.
  한참 옛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다가 광화문 쯕으로 나왔다. 옛날 국제극장이 있던 곳을 지나 시청역쪽으로 가서 카페에 들어갔다. 차를 마시며 또 수다를 떨다가 11월 정옥이 가기 전에 한 번 더 만나자고 약속 날짜를 잡고 카페에서 나왔다.
  집에 와서 카톡방을 보니 요심이가 댓글을 달았다. 자기도 함께 하고 싶은데 못하니 너무 부럽고 아쉽다고 자기 사진을 우리 사진에 붙여줄 수 없냐고 한다. 나는 못 한다고 주말에 아들네가 오면 부탁해 보겠다고 했다.
  토요일날 아들네와 외식을 하고 우리 집으로 왔다. 며느리에게 사진을 합성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해보겠단다. 핸드폰에 있는 요심이 사진과 내가 덕수궁에서 찍은 사진을 며느리에게 카톡으로 보냈더니 요심이 사진을 잘라내어 사이즈를 맞추고 좌우도 바꿔가며  붙여준다. 이걸 다시 경기 5인 카톡방에 올렸더니 요심이가 고맙다고 하며 현숙이도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미 며느리가 집에 갔으니 어쩔까 하다가 내 사진을 여러 개 보내고 나도 넣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잠시 후 다섯 명이 모두 들어간 사진을 보내왔다. 이걸 5인방에 다시 올렸더니 이제야 다섯 명 모두 만났다고 즐거워한다.
  친구란 무엇일까? '親 친할 친, 舊 옛 구' 라고 쓰는 걸 보면 옛날부터 친한 사람을 뜻하는 거겠지. 요심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만났으니 벌써 68년이 되섰고 다른 친구들은 중1때 만났으니 62년이 되었다. 그 후로 소풍 갈 때 김밥도 같이 먹고 졸업 후에도 만나 지금까지 이어졌으니 우리는 말그대로 親舊 맞다. 언제 어디서나 비록 사진 속에서라도 함께 하고픈 게 친구가 아닐까? 이런 친구기 있는 난 누가 뭐래도 참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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