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2023. 12. 29. 남미여행 5

아~ 네모네! 2024. 2. 24. 18:12

2024. 2. 1. 아르헨티나 포스두 이과수

  도시락을 들고 520분에 호텔을 출발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에 도착하여 샌드위치를 먹었다. 비행기에 앉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여행 막바지에 이르니 입속에 염증도 생기고 피곤해서 이과수고 저과수고 만사가 귀찮다.

  이과수공항에 도착하니 현지 남자 가이드가 나왔다. 브라질 인사는 Ola올라, 아르헨티아에서는 Hola올라란다. 발음은 똑같은데 철자만 다르다고 한다. 스페인어는 h가 묵음이라 그런가보다. 브라질 수도는 브라질리아다. 상파울루는 경제 도시다. 여기는 카푸치노 원숭이도 있고 뚜까노라는 새도 있는데 노란 주둥이에 검은색 몸이라고 한다. 이과수는 1934년에 국립공원이 됐다. 점심에는 부페식당에 가서 소꼬리찜과 야채를 실컷 먹었다.

  이과수는 1870년까지 파라과이 땅이었다. 대통령이 전쟁을 일으켜 영토를 확장하려 했지만 5년 전쟁 후 패전하여 이과수도 빼앗겼고 대통령은 교수형을 당했다. 이때 파라과이 남자의 90%가 학살당했고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우리나라의 코이카에서 도와주고 있단다.

  포스두 이과수 폭포에 이르자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인간 홍수가 난 듯하다.

  천둥 같은 폭포 소리에 정신이 번쩍 난다.

  이곳저곳에서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브라질 쪽에 있는 호텔로 왔다.

  100달러를 브라질 돈 470헤알로 바꿨다. 화폐 단위가 계속 바뀌니 자꾸 헷갈린다.

 

2024. 2. 2. 아르헨티나 이과수 폭포

  7시에 출발하여 아르헨티나 쪽으로 건너가야 한다. 차를 타려니 여권이 있어야 한단다. 다시 방으로 달려가 여권을 가지고 뛰었다. 아르헨티나 이과수 쪽으로 가면서 김현복가이드가 이번 일정 중 가장 아쉬운 점은 악마의 목구멍 폭포를 못 보는 것이라고 한다. 2개월 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악마의 목구멍 폭포로 가는 길이 다 유실되어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아쉽다. 20년 전에 왔을 때 악마의 목구멍 폭포를 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멋있었다. 김현복 씨는 1년이면 복구될 테니 내년에 또 오라고 한다.

  아르헨티나 쪽 이과수로 와서 입장표를 사려니 전산 시스템이 고장 나서 30분 정도 기다렸다. 안으로 들어가 트럭을 타고 정글을 통과했다.

  안내 여직원이 정글 속 동식물에 대해 계속 설명하는데 알아듣지를 못하니 꼬박꼬박 졸았다.

선착장에 도착하여 방수 주머니에 모든 물건과 신발까지 넣고 보트를 탔다. 폭포 가까이까지 물벼락을 맞으며 들락날락하니 정신이 하나 없다. 20년 전에는 엄청나게 물을 세게 맞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좀 싱겁게 느껴진다. 그때는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뺨에 있던 사마귀가 떨어져 나갔다.

  선착장으로 돌아와 구명조끼도 벗고 방수 주머니의 물건도 꺼냈다. 다시 트럭을 타고 나와 센터에 있는 뷔페 집에 갔다. 여기는 자기가 먹고 싶은 걸 담은 후 무게에 따라 값을 낸다. 과식하지 않아서 좋다.

  오후에는 아르헨티나 이과수 트레킹을 했다. 아랫길과 윗길을 걸었다. 트레킹 코스로 들어서자 긴꼬리너구리가 많다. 절대 먹이를 주면 안 된다는 가이드의 말이 생각나 사진만 찍고 얼른 지나갔다.

  나무에서 왔다갔다하는 원숭이도 있다.

  물보라 때문에 곳곳에 무지개도 보인다.

  다시 입구로 나와 우리 차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저녁에는 무얼 먹을까 생각하는데 하미가 호텔 옆 일식집이 괜찮다고 올렸다. 인순 씨와 거기 가기로 했다. 식당에 들어가 메뉴판을 봐도 감이 잘 안 와서 하미에게 뭐가 좋으냐고 물으니 연어 롤이 맛있단다. 연어 스시와 연어 롤, 연어 마끼를 시켜 시원한 맥주까지 곁들이니 금상첨화다. 잘 먹고 있는데 직원이 와서 우리의 빈 맥주병을 보고 뭐라고 한다. 우리가 잘못 알아듣고 대답을 잘 못 했는지 또 한 병을 가져온다. 이미 마개를 따서 가져왔으니 무를 수도 없다. 에고~ 내 팔자야~. 도저히 마실 수가 없어서 테이크 아웃 되느냐고 하니 단단하게 잘 싸준다. 호텔 방에 와서 땅콩 안주로 천천히 마셨다.

 

2024. 2. 3. 브라질 새 공원

  오늘은 3조로 나누어 투어를 진행했다. 이과수 헬기 투어 5, 새 공원 7, 3명은 헬기장 앞에서 그냥 쉬기로 했다. 나는 빅토리아 폭포에서 헬기투어 했을 때 별 재미가 없던 기억이 떠올라 새 공원으로 갔다. 못 보던 새들도 많고 악어, 이구아나, 나비 등 볼 게 많았다. 새빨간 새는 도대체 무얼 먹기에 저토록 선홍색 빛깔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방금 미장원에 다녀왔는지 헤어스타일이 끝내주는 새도 있고 징글징글한 아나콘다도 있다.

  노란 대나무도 있었는데 엄청나게 큰 죽순 잎이 붙어 있다. 악어 등에 업혀있는 거북이도 있는데 이놈은 엄청 겁이 없나 보다. 하긴 악어에게 잡아 먹힐 일이 없으니 여기가 제일 안전하겠다.

  고독을 씹는 나비도 있고 짝짓기가 한창인 나비도 있다. 눈알이 양쪽에 2개씩 있는 새도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한 개는 가짜 눈이다. 맹금류에게 공격받았을 때 진짜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일까? 곳곳에 새 날개 모양과 나비 날개 모양을 만들어 사진도 찍을 수 있게 해놓았다.

  헬기 투어한 사람들은 만족도가 별로라고 했다.

리우데자네이루로 가기 위해 브라질 이과수 공항으로 갔다. 엑스레이 검사대로 가는데 티켓 검사를 하는 여직원이 나는 왼쪽으로 가라고 한다. 왜 나만 이쪽으로 가라고 하나 불안해하는데 4번 동생이 자기 쪽으로 오라고 한다. 얼른 줄 밑으로 기어서 그리로 갔다. 나중에 보니 그곳은 경로 우대 줄이라 아무도 줄 선 사람이 없이 바로 갈 수 있는 줄이었다. 경로우대 해줘도 받을 줄 모르니 한심하다.

  리우 공항에 내려 호텔로 이동한 후 슈퍼에 가서 냉동 피자와 수박, 컵라면을 사가지고 왔다. 고문님께 커피포트를 빌려 물을 끓이고 호텔 직원에게 부탁해 피자를 구웠다. 그때 하미가 삼바 축제 리허설을 보러 가자고 해서 택시를 타고 살구에이로라는 팀의 삼바 장으로 갔다.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차서 흔들어대는데 브라질의 열기가 느껴졌다. 이게 브라질의 원동력인 듯하다. 춤 동작과 연주가 어찌나 격렬한지 저절로 몸이 움직인다.

  수백 명의 군중 속에 동양인은 우리밖에 없는 듯하다. 벽을 보고 혼자 춤추는 남자도 있다. 누가 보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흥에 겨워 흔들어대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자유로운 영혼이다. 하미는 더 있겠다고 해서 우리 9명만 택시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와서 씻고 빨래하고 나니 새벽 3시다. 잘 놀아보려다가 아주 돌아가시게 생겼다.

 

2024. 2. 4.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10시에 출발하여 예수상을 보러 갔다. 멀리서 구름이 끼어 예수상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82헤알이라는데 이걸 보면 빵산 갈 돈이 부족하다. 예전에 왔을 때 맑은 날씨에 너무 잘 봐서 인순 씨와 둘이 걍 밑에서 놀기로 했다. 카드와 헤알만 받고 달러는 안 받는다니 참 이해가 안 된다. 남미에서 달러 싫다는 나라는 첨이다.

  주차장에 도착하여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는데 하미가 나와 나를 찾는다. 왜 그러냐고 하니 내 도움이 필요하단다. 뭐냐고 하며 따라가니 표 사는데 경로 줄이 따로 있어 금방 샀다. 경로도 쓸 데가 있으니 좋다. 표를 사서 입구로 가서 줄을 서더니 도로 나온다. 왜 나오냐고 하니 경로가 들어가는 입구가 따로 있단다. 이 나라는 이런 방식으로 경로우대를 해준다. 돈도 안 들고 좋은 아이디어다.

  하미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우리 팀이 내려오길 기다렸다. 기다리다가 시끌벅적하여 뒤로 가보니 전통 무술 공연이 있다. 아이들이 시범을 보인 후 구경하던 흑인 남자에게도 해보라고 하는데 그 사람도 보통 실력이 아니다.

정심 씨가 내려오기에 잘 봤냐고 하니 위에는 맑아서 잘 봤단다.

  차를 타고 내려오다가 영화 분노의 질주촬영지를 보라고 잠시 차를 세워줬다. 판잣집이 산꼭대기까지 다닥다닥 붙어 있다. 파벨라(빈민가)는 범죄율이 엄청나다고 한다. 9만 명 정도 산다고 하는데 마라카낭(축구장)도 보인다. 길옆 벽화들은 예술가들을 지원하여 그린 것이다.

  차를 타고 가며 하미가 삼바에 관해 설명해준다. 정치색이 짙은 삼바 주제가 있고 집채만한 조형물 위에서 춤을 추는데 이 조형물은 사람들이 직접 움직인다. 1등을 하면 스폰서가 지원을 해주는데 삼바스쿨에서 1년간 준비한다. 대표 삼바 퀸은 연예인이 된다.

  다음은 셀라론 계단을 보러 갔다. 이 계단은 여기 살던 호르헤 셀라론이라는 화가가 이 빈민가를 아름답게 하려고 타일로 만든 계단이다. 처음에는 버려진 타일을 가져와 장식하다가 나중에는 세계 각국에서 후원금이 들어와 완성할 수 있었다. 셀라론이라는 화가가 이 빈민가를 아름답게 하려고 타일로 만든 계단이다. 개인의 돈으로 이걸 하기 힘들어졌는데 세계 각국에서 후원금이 들어와 완성할 수 있었다. 계단 초입 오른쪽 벽에는 태극기 타일도 있다.

  젖꼭지가 세 개인 여자도 있고 뿔난 모나리자도 있다.

  계단을 내려와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으로 갔다. 성당 건물이 성당 같지 않고 멕시코의 신전 같다.

  내부에 기둥이 없고 조명 시설도 없다. 하지만 스테인드글라스로 들어오는 채광이 신비롭다. 하미가 천장에 매달린 조형물이 무엇을 상징하는가 생각해보라고 했다. 나는 석류인 줄 알았더니 지구란다. 5번 동생이 맞췄다. 예수님이 지구를 구원하셨다는 뜻이라고 한다.

  여기서 빵산으로 갔다. 빵산은 빵자아스까루 (설탕빵)이란 뜻이다. 각설탕을 깎아서 동그랗게 만든 모양이란다. 20년 전에 왔을 때도 빵산의 암벽을 오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오늘도 암벽 타는 사람들이 보인다.

  경로는 50% 할인이라 20달러씩 냈다. 케이블카를 두 번 타고 올라가 리우데자네이루의 해변을 내려다보았다. 멀리 예수상도 보인다.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우르릉 쾅 하더니 비가 쏟아진다. 일몰 보기는 틀렸다. 다시 내려오니 여기도 쿵작쿵작 난리가 났다. 삼바 팀이 차 위에서 공연 중이다. 많은 사람이 모여 흔들어대느라 열기가 후끈하다. 정심 씨와 상숙 씨, 상보도 완전 물 만났다. 현지인들과 어울려 신나게 춤을 춘다.

  한 여자아이도 우리 팀과 함께 격렬하게 춤을 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어려서부터 이런 문화에 익숙해지나 보다.

  호텔로 돌아오면서 하미가 포르투갈어로 감사합니다를 가르쳐준다. 여자는 '오부리가다'라고 한단다. 우리는 '5불이 가다'로 외웠다.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해산물과 스테이크, 빠에야로 쫑파티를 했다. 하미가 케이크를 사 와서 날짜가 지났지만 4번 동생의 생일 파티도 해줬다.

  그동안의 추억을 되새기며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을 즐겼다. 나머지 2박은 기내박이다.

호텔 방에 돌아와 샤워하고 나오니 인순 씨가 기막힌 것을 발견했단다. 창밖을 내다보니 멀리 산꼭대기에 조명을 받은 예수상이 보인다. 낮에 보는 예수상과는 또 다른 성스러운 모습이다. 나중에 들어보니 다른 방에서는 안 보였단다. 우리 방이 10층이라 보인 것이다. 끝까지 경로우대 엄청 받았다.

 

2024. 2. 5. 정심 찾아 삼만리

  오늘은 12시에 체크아웃하고 3시 반에 출발하기로 했다.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코파카바나 해변으로 갔다. 코파카바나는 발음도 힘들고 외우기도 힘들다. 그냥 '코피가 나'로 기억했다.

  가는 길가에 노숙인들이 많다. 애가 셋이나 되는 부부도 있다. 아들 둘에 젖을 먹고 있는 아기도 있다. 내가 "저 사람들은 노상에 살면서 어디서 밤일을 해서 애가 셋이나 될까?" 했더니 인순 씨가 "그러게요. 애는 어디서 낳을까요? 병원에 갈 돈도 없을 텐데." 한다. 남들 보기에는 비참한 삶인 것 같지만 저들의 행복 지수가 우리보다 높을 지도 모른다. 돌아올 때 보니 짐을 가지런히 정리해 놓고 다 사라졌다. 어디로 돈 벌러 간 것일까?

해변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조깅도 하고 썬텐도 하고 있다. 브라질 국기에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바람이 없어 축 늘어져 있다. 키가 작아서 펄쩍펄쩍 뛰면서 깃발을 펴려고 하니 한 남자아이가 다가와 깃발을 펴준다. 브라질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선량한 사람들인데 열악한 환경 때문에 소매치기가 많다는 악명이 높은가보다.

  대서양 물에 손을 담가보고 호텔로 돌아왔다. 또 시원한 방에서 쉬다가 12시에 내려와 짐을 맡겼다. 그런데 정심 씨가 없다고 난리가 났다. 정순 씨와 해변에 나갔다가 슬리퍼를 두고 왔다고 다시 돌아갔다는 것이다. 정순 씨는 혹시 호텔로 갔나 하고 왔는데 안 왔다는 것이다. 물에 들어간다고 핸드폰도 정순 씨에게 맡겼다니 대책이 없다.

  대원들이 해변으로 흩어져 찾았는데 1시간 정도 지나서 하미가 찾았다고 카톡에 올렸다. 다들 기쁨에 차서 돌아왔다. 대장님과 고문님이 제일 심쿵했을 것이다. 해외에서는 절대 핸드폰을 남에게 맡기면 안 되겠다. 이번 일로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걱정하고 기뻐했다. 정심 씨가 우리에게 正心을 찾게 해줬다.

  엊저녁에 맥주 마시며 여행 잘 마쳤다고 축배를 들었는데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정심 씨는 영사관에 전화해달라고 해서 경찰이 이런 관광객을 전문으로 도와주는 경찰서에 데려가 한인 가이드에게 연락해줬다는 것이다. 그 가이드가 하미 전화번호를 알고 하미에게 연락해줬고 하미가 찾으러 갔다. 하미를 보는 순간 울컥했단다.

  본인 여권을 가져가야 정심 씨를 찾아온다는데 고문님이 정심 씨 여권을 가져갔다. 일단 정심 씨를 찾았다고 하니 안심하고 짐을 맡긴 후 점심을 먹으러 갔다. 호텔에서 2분 거리에 달아서 파는 뷔페 집이 있다. 닭 다리에 오징어튀김, 생선까지 푸짐하게 먹었는데 27헤알이다.

  점심을 먹고 호텔로 오는데 차에서 정심 씨가 내린다. 너무 반가워서 나도 모르게 껴안았다. 눈물이 핑 돈다. 한인회장 차인 줄 알았더니 한국인 가이드란다. 발을 보니 맨발이다. 슬리퍼와 옷을 찾으러 가보니 다 없어졌단다. 맨발로 거리를 헤맸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찡하다. 하미는 영사관에서 손님 관리 잘하라고 혼났다고 한다. 하미에게도 미안하다. 무슨 불이익이라도 없었으면 좋겠다.

  우여곡절 끝에 모두 모여 호텔을 출발해 공항으로 갔다. 공항에서 남은 헤알을 모두 쓰려고 90헤알 주고 예수상이 그려진 작은 빨간 지갑을 하나 샀다. 땡전 한 푼 없이 동전까지 탈탈 털었더니 마음도 홀가분하다.

  상파울루 공항에 도착하여 국제선 3 터미널로 이동한 후 간단히 군만두와 콜라로 저녁을 해결했다. 1145분 비행기를 타고 런던으로 날아갔다. 라탐 항공은 기내에서 의자 밑에 넣을 짐에는 빨간 태그를 붙여준다. 위의 짐칸이 부족해서다. 춘혜 씨 배낭은 뚱뚱해서 의자 밑에 안 들어간다고 5번이 슬쩍 빨간 태그를 떼어준다. 눈치 100단이다.

 

2024. 2. 6. 귀국 비행기

  비행기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쪼그리고 앉아서 11시간 넘게 버티는 것은 고문이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어제 오후 3시 반에 출발하여 4시 반부터 공항에서 죽치다가 715분 비행기를 탔으니 대기 시간만 3시간이다. 여기서 1시간 20분 타고 상파울루에 내렸으니 여기까지 4시간 20분이다. 상파울루 공항에서 3시간 10분 대기했으니 여기까지 7시간 30분 걸렸다. 런던행 비행기를 타고 11시간 20분 날아갔으니 여기까지 18시간 50분이다. 런던 히드로공항에서 환승 대기 시간이 4시간 45분이니 여기까지 23시간 35분이다. 런던에서 인천공항까지 12시간 15분이니까 총 35시간 50분 걸린 셈이다. 참 긴 여정이다. 이런 여행은 마지막이지 싶다.

  대한항공만 타도 한국에 온 것처럼 편안하고 안심이 된다.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다. 오랜만에 찰진 쌀밥으로 된 제대로 된 비빔밥을 먹으니 포만감이 느껴진다.

 

2024. 2. 7. 귀국

  긴 시간을 때우느라 영화 한 편 봤다. 인디아나 존스인데 무슨 해골을 찾는데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영화를 보고 났더니 4번 동생이 자기 옆자리가 비었으니 자기 자리에 와서 누우라고 한다. 얼마 만에 몸을 수평으로 하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죽어서 두 팔 두 다리 쭉 펴고 누우면 얼마나 편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잠 자고 나니 또 식사가 나온다. 내 옆의 외국인은 베지테리안이라 미리 식사가 나온다. 그런데 뜯지 않고 한참을 기다린다. 옆의 부인 식사가 나온 후 부인이 먼저 뜯어야 자기도 뜯어서 먹는다. 부부애가 느껴진다.   나는 평생을 웬수같이 살다가 가고 나니 무슨 연인이나 된 것처럼 마음 아파하고 있다. 정말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은 생각할수록 진리다. 하지만 있을 때는 모르니 잘할 수가 없다. 애인이 아프다고 하면 가슴이 아프고 마누라가 아프다고 하면 골치가 아프다더니 나는 애인도 아닌데 왜 이제 와서 가슴이 아픈지 모르겠다.

  어두운 밤에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캄캄한 집에 도착하여 문을 열고 들어서니 TV 옆에 예쁜 꽃이 꽂혀있다. 웬 꽃인가 싶어 사진을 찍어 아들 며느리 방에 올렸더니 며느리가 사 왔다는 것이다.

  혼자서 썰렁한 빈집에 들어올 나를 생각해서 두 시간 전에 와서 보일러도 켜놓았다고 한다. 냉장고에는 찰밥과 반찬도 들어 있고 과일도 얌전하게 깎아 놓았다. 딸은 남미 가서 멋진 사진 많이 찍으라고 핸드폰도 사줬는데 나는 참 자식 복이 많은가보다.

 

  이번 여행은 망구가 주제 파악 못 하고 따라나섰다가 가랑이 찢어지는 여행이었다.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전무후무하게 멋진 여행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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