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2023. 12. 29. 남미여행 2

아~ 네모네! 2024. 2. 24. 15:23

2024. 1. 5. 페루 살리네라스 염전

  나는 숙소비가 1인당 120솔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순 씨는 120달러라고 한다. 나중에 식사하며 대장님에게 물어보니 솔이 맞는단다. 인순 씨는 큰손인가보다.

  둘이 연방 설사를 하다 보니 화장지가 부족하다. 프론트에 가서 토일렛 페이퍼를 달라고 하니 화장지를 주려다 말고 수건을 준다. 아니라고 화장지를 가리켰더니 토일렛 파페르라고 하며 준다. Paper를 스페인어식으로 발음하니 파페르가 된다.

  차를 타고 오다가 한 사람이 핸드폰을 호텔에 두고 왔단다. 다들 걱정이 태산이다. 오얀타이탐보로 돌아와 1시간 가서 살리네라스 염전을 보았다. 염전이 잘 나오게 사진 찍으려고 4번이 바위에 앉다가 뒤로 벌러덩 자빠져 선인장 가시에 찔렸다. 하긴 사진 찍다가 죽는 사람도 있으니 이 정도는 약과다.

  소금 시냇물이 염전 쪽으로 계속 흘러들어 강한 햇빛에 증발되면서 소금이 생긴다. 제일 좋은 소금은 핑크색인데 화장품이나 약용으로 쓰고, 흰 소금은 사람이 먹고, 갈색 소금은 가축을 준단다.

  유기농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는 마라스 레스토랑에 가니 정원도 예쁘고 전통 옷을 입은 여자가 문 앞에서 맞이한다. 이 여자와 너도나도 사진을 찍었다.

  하미팀장이 호텔에 전화하니 핸드폰을 찾았단다. 오지 투어의 다음 팀 인솔자가 가지고 오겠다고 한다. 다들 너무 좋아서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 레스토랑은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셰프가 음식을 만든다더니 짜지도 않고 맛있다. 55솔이다.

  식사 후 모라이 농업시험장으로 갔다. 동심원의 계단식 경작지가 아름답다. 내려가는 계단도 있다. 모라이의 동심원 모양은 여자의 생식기나 자궁의 모양을, 옆의 언덕은 남자의 생식기를 닮았기 때문에 음양의 조화로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다고 한다.

  다음은 친체로 직물 짜는 곳으로 갔다. 친체로는 케추아어로 용기있는 남자라는 뜻으로 마을에 잉카의 견고한 성곽이 남아있다. 나무를 갈아서 천연 세제를 만들어 양털을 씻은 후 햇빛에 말려서 실을 뽑는다. 식물마다 다른 색을 내는데 선인장 씨는 붉은색을 낸다. 입술에 바르면 24시간에 100번 키스할 수 있다고 농담을 한다.

  쿠스코로 돌아와 짐을 찾은 후 성 베드로 마켓에 가서 야마 열쇠고리도 사고 옥수수도 사서 길바닥에서 나누어 먹었다. 옥수수알이 엄청 큰데 참 맛있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빨래를 맡겼다. 1kg10솔이다. 호텔 앞 마트에 가서 계란과 소시지를 샀다. 계산을 하려다가 인순 씨가 핸드폰 잃어버렸다고 사색이 되었다. 내가 전화를 해보니 전원이 꺼져있다고 한다. 순간 나도 당황했다. 누군가 가져간 후 전원을 꺼버린 줄 알았다. 인순 씨 보고 호텔에 두고 왔나 가보라고 하고 천천히 걸어왔다. 호텔에 오니 인순 씨가 찾았단다. 왜 전원이 꺼졌나 했더니 비행기 모드로 되어 있었단다. 십년감수했다. 오늘 두 사람이 핸드폰으로 우릴 놀라게 했다.

 

2024. 1. 6. 페루 비니쿤카 무지개 산

  3시에 일어나 420분에 버스를 타고 비니쿤카를 향해 출발했다. 비니쿤카는 페루 원주민 언어인 케추아어로 ‘colored mountain’이다. 색이 입혀진 산이란 뜻인데 일명 무지개산이라고 한다. 무지개산은 총 14가지 색으로 되어있다고 하는데 암석 속에 들어있는 광물에 따라 다른 색을 내는 듯하다.

  깜깜한 새벽에 2시간 정도 가서 레스토랑에 들러 아침 식사를 했다. 여기서 몸 풀기 준비운동을 했다. 정심님의 지도하에 뻣뻣한 몸을 이리저리 잡아당기며 스트레칭을 했다.

  식사 후 비포장길을 또 2시간 달려 주차장에 도착했다. 앞에서 올라가는 사람들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발이 천근만근이다. 상숙 씨와 내가 하도 쩔쩔매니까 대장님이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며 도와준다.

  겨우겨우 사진 찍는 곳에 다다르니 나무 의자에 앉아있던 상보 씨가 얼른 일어나며 우리를 보고 앉으라고 한다. 상숙 씨는 의자에 앉자마자 엉엉 운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렇게 통곡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눈물이 난다. 그래도 연방 '대장님 고맙습니다.'를 되풀이한다. 그렇게 토하고 먹지도 못하면서 5,000m가 넘는 여기까지 올라온 상숙 씨는 의지의 한국인이다.

  무지개 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커다란 손가락 조형물이 있는 곳으로 갔다. 여기는 돈을 내라고 하여 멀리서 찍고 내려왔다. 항상 돈 내라고 하면 주저하다가 포기한다. 난 엄청 짠들이다.

  내려오는 길은 한결 수월하다. 올라가고 내려가는 사람들이 개미 행렬 같다.

  주차장에 내려와 꼬불꼬불 산길을 내려오려니 멀미가 난다. 아침 먹은 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쿠스코까지 어찌나 밀리는지 토할 뻔했다.

  호텔로 돌아와 샤워하고 K 후드에 가서 비빔밥을 먹었다. 오늘은 밤 10시 버스를 타고 푸노로 간다.

 

2024. 1. 7. 페루 티티카카 호수

  티티는 퓨마, 하하는 초록색 돌이란 뜻이다. 티티카카호수는 퓨마 형태로 되어 있단다. 작은 갈대 배를 타고 호수를 도는데 두 여자가 노를 젓는다.

  우로스 갈대 섬에 도착하니 한 할머니가 갈대 구멍 사이로 낚싯바늘을 넣는다. 넣자마자 물고기가 줄줄이 올라온다. 이곳 사람들은 굶어 죽을 일은 없겠다. 우로스섬은 인공 갈대 섬이고 따낄레섬은 자연섬이다. 우로스섬은 잉카제국의 침입을 받은 우로스족이 호수로 들어가 살던 섬이다. 지금 우로스섬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육지에 가서 자고 이리로 출근 한단다. 아기도 엄마와 함께 출근하나 보다.

 

  우로스 섬에서 나와 따낄레 섬으로 갔다. 따낄레 섬은 뜨개질하는 남자들로 유명하다. 총각은 밑에 빨간 무늬가 있는 흰색 모자를, 유부남은 전체가 빨간 모자를 쓴다. 남자가 결혼할 때가 되면 뜨개질로 빨간 모자를 떠서 준비한다.

  킬레섬에서 내려 언덕배기에 오르니 넓은 광장에서 공연이 벌어진다. 공연 후 관객들도 나와서 같이 춤추는데 정심 씨와 상숙 씨가 나가서 신나게 흔들어댄다. 상숙 씨는 고소증으로 다 죽어가더니 이제 살아났나 보다.

 

 

  저녁에는 전통 공연을 보며 식사를 했다. 고문님이 알파카 고기를 시켰는데 담백하니 맛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과 함께 춤을 추는데 우리의 호프 정심씨가 또 올라가서 춤을 춘다. 볼수록 팔방미인이다.

  연일 고소에 있다 보니 코를 풀면 코피가 섞여 나온다. 언제나 고소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2024. 1. 8. 볼리비아 라파스

  6시에 출발하여 국경을 향해 달렸다. 전망대에 잠시 서서 티티카카호를 바라보았다. 송어양식장이 많이 있다. 조금 더 가니 차들이 많이 서서 빵빵대고 난리다. 도로공사 중이라 일방통행인데 교통정리를 해주는 사람이 없다. 도로 옆을 깨는데 수작업으로 하고 있으니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조금 더 가니 습지가 나타난다. 오리, 홍학 등 수많은 새들이 평화로이 노닐고 있다. 가도 가도 공사다. 공사 구간이 많아도 너~~~무 많다. 영사관에서는 여행 위험지역이라고 연방 메시지가 온다. 자국민이 어디에 가 있는지 열심히 파악해서 알려주는 우리나라 정부가 믿음직스럽다.

  국경에 와서 페루 출국 심사를 받고 환전을 했다. 가게마다 다르게 준다. 볼리비아 입국 심사를 할 때 뭐라고 묻는데 뭔 소린지 모르겠다. 옆의 하미에게 뭐냐고 하니 볼리비아 처음이냐고 하는 거란다. 나도 모르게 예쓰했다. 옛날에 온 적 있는데 말이다. 또 묻는 데 멍하니 있으니 볼리비아 가이드가 옆에 있다가 '7 days' 한다. 며칠 묵을 거냐고 했나 보다. 얼굴을 찍더니 도장을 쾅쾅 찍어준다. 내 심장도 쾅쾅 울린다. 입국 심사 받을 때마다 퇴짜 맞을까 봐 긴장된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했을 때 여기가 인도인 줄 알고 원주민을 인디언이라고 불렀단다. 잉카문명은 주로 지하에 묻혀있다. 잉카제국은 200년 정도 계속됐다는데 어떻게 그토록 찬란한 문명을 이루었을까? 라파스를 향해 오다가 식당에 들러 점심 식사를 했다. 송어 튀김이 맛있다. 라파스는 평화라는 뜻이다.

  라파스 시내에 들어와 곤돌라를 탔다. 블루라인과 레드라인을 탔는데 넓은 분지 안에 붉은색 지붕이 가득하다. 도심 한복판에 납골당이 있는 것이 특이하다. 우리는 납골당을 혐오 시설로 보는데 볼리비아 사람들은 일상으로 생각하나 보다. 곤돌라에서 내리니 옛날 기차 정류장이다. 라파스 3,689m라고 쓴 곳에서 조별 사진을 찍었다. LaPazP자 안에 곤돌라를 그려 넣은 것도 재미있다.

  마녀 시장에 들렀는데 미라로 만든 새끼 알파카가 섬뜩하다. 신에게 제물로 올린단다. 설탕으로 만든 장식품도 화려하고 벽에 그린 벽화도 아름답다. 하늘에 매달린 우산도 멋지다.

  각자 저녁 식사를 한 후 라파스 야경을 보러 갔다. 상숙 씨는 토하는 건 멈췄는데 설사가 심해서 의사를 불렀단다. 킬리킬리 전망대에 오르니 온 산이 불빛으로 가득하다. 하늘의 모든 별이 지상으로 내려앉은 듯하다. 라파스가 분지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준다. 포토존을 찾아 온갖 폼을 잡으며 사진을 찍고 호텔로 돌아왔다.

 

2024. 1. 9. 달의 계곡

  둘이서 설사를 해대니 항상 화장지가 부족하다. 아침 식사 후 프론트에 가서 토일렛 빠뻬르 하니까 금방 알아듣고 화장지를 꺼내준다.

  하미 팀장이 오전에는 제발 쉬라고 했는데도 4번 동생네를 따라나섰다. 관광 안내소를 찾아가니 문이 닫혔다. 걷다가 맛있게 보이는 복숭아가 보여서 몇 개 샀다.

  베드로 기념공원으로 가니 거기도 잠겨있다. 다시 돌아오는데 어디서 폭죽 소리가 들린다. 뭔 소린가 하며 걸어오는데 시위대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걸어간다. 무슨 청사 앞에서 소리 지르며 시위를 한다. 여기서는 폭죽 소리로 자신들의 시위 사실을 알리나 보다.

  여기 신호등은 재미있다. 사람이 걸어가는 모양인데 남은 시간이 적으면 막 달려가는 모양으로 바뀐다.

  길가에는 구두닦이도 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이런 구두닦이가 있었다.

  성 프란치스코 성당에 들어가 딸네 가족과 아들네 가족도 여기 와서 기도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동전 두 개를 헌금함에 넣었다. 돌아오는 길에 골목을 지나는데 한 집 벽에 천사 날개 그림이 있다. 이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너도나도 두 팔을 벌리고 사진을 찍었다. 옆에는 어린이용 작은 천사 날개도 있다. 5번 동생이 이건 상보용이라고 상보도 여기서 찍어야 하는데 하며 아쉬워한다.

  호텔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점심을 먹으러 갔다. 팀장이 소개한 집을 찾아가니 문이 닫혔다. 할 수 없이 중국집을 찾아가 볶음밥을 먹었다. 맥주를 시키려고 했는데 소통이 안 돼서 넥타를 마셨다. 돌아오면서 보니 닫혀있던 식당 문이 열렸다. 안쪽에 1시부터 한다고 쓰여있다. 저런 안내문은 문밖에 붙여놔야 하는 거 아닌가?

  호텔로 돌아와 달의 계곡으로 출발했다. 달의 계곡은 달 표면처럼 황량한 계곡이다. 사암으로 되어 있어 쉽게 부서진다. 처음에는 달처럼 둥근 모양이었지만 비바람에 깎여서 현재의 모양이 되었다고 한다. 암석 꼭대기에 올라가 연주하는 아저씨가 배트맨처럼 보인다.

  기도하는 모양의 우뚝 선 바위 앞에서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고 사진을 찍었다.

달의 계곡을 보고 시내로 이동하여 중앙광장으로 갔다. 비둘기가 광장에 가득하다. 대통령궁에는 근위병이 보초를 서고 있는데 우르르 몰려가 단체 사진을 찍었다. 대성당과 국회의사당도 보았는데 국회의사당에 박혀있는 시계가 특이하다. 보통 시계와 좌우가 반대로 되어 있다. 시계바늘은 보통 시계와 반대 방향으로 돈다.

  라파스의 도로 원점 표지석도 보았다. 하엔거리는 라파스에서 처음 만들어진 거리다. 여기서 다시 차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2024. 1. 10.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5시에 식사하고 530분에 출발했다. 연일 강행군이다. 캐리어를 끌고 언덕배기를 오르느라 다들 핵핵댄다. 라파스공항에서 성단 씨는 배낭에 넣은 산소통이 걸렸는데 상숙 씨는 캐리어에 넣은 산소통이 안 걸렸단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나는 보조배터리를 캐리어에 넣었다. 에고~

  게이트 앞으로 가니 한국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오지 투어 두 팀, 작은 별, 인도로 가는 길 등 봇물 터진 듯 몰려간다. 비행기에 오르니 스튜어디스가 와서 상보와 상숙 씨에게 뭐라고 한다. 비상구 옆이니 다른 자리로 옮기라는 것 같아 고문님과 대장님으로 바꿔 앉았더니 두 사람도 다른 자리로 옮기고 그 자리는 비워둔다.

  우유니 공항에 도착하니 공항은 작은데 사람이 너무 많아 그야말로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 짚차 지붕에 캐리어를 올려 단단히 묶은 후 우유니 시내로 가다가 기차 무덤에 들렀다. 여기저기 기어 올라가 똥폼 개폼 잡으며 사진을 찍어댔다.

  우유니 시내로 들어와 재래시장에 들렀다. 기름에 튀긴 만두를 사서 길거리에서 와작와작 씹어먹었다. 상추, 토마토, 오이 등 야채도 한 보따리 사고 물도 샀다.

  숙소에 짐을 두고 소금 사막을 보러 갔다. 소금 바다가 펼쳐져 수평선? 아니 지평선? 아니 염평선이 아득하다.

  여기에 콜라병과 공룡, 헐크를 놓고 갖가지 포즈로 찍어댔다.

  우리를 하미 배낭안에 넣은 모양으로 찍은 것도 재미있다.

  우리를 세워놓고 일곱 가지 포즈를 시키며 차가 빙빙 돌며 찍어대는데 그 포즈가 어찌나 힘든지 아주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다 찍은 후 와인 파티를 하고 일몰까지 본 후 숙소로 돌아왔다. 소금물 위에서 팔짝팔짝 뛰며 난리를 쳤더니 옷이 소금투성이가 되었다. 숙소에서는 빨 수가 없어 다 벗어서 캐리어에 넣었다. 10볼을 내면 샤워를 할 수 있다고 하여 샤워를 하려니 뜨거운 물만 나오고 찬물이 안 나온다. 아주 샤브샤브 될 뻔했다.

  소금벽돌로 만든 집인데 숙소의 방이 어찌나 작은지 캐리어를 펼 공간이 없다. 침대 발치에 캐리어를 펼쳐놓고 자려니 발을 뻗을 수가 없어 옆으로 누워 새우잠을 잤다. 밤에 밖에 나오니 하늘에 별이 가득하다. 스텔라리온을 켜서 하늘을 비춰봐도 이름이 어려워서 도통 모르겠다.

 

2024. 1. 11. 볼리비아 알타플라노 고원

  새벽 5시에 일어나 일출을 보러 갔다. 금성이 아름답다. 금성에서 보면 지구도 저토록 아름다울까?

또 장화로 중무장을 하고 물이 고인 곳을 찾아가 물에 비친 잔영을 찍었다. 갈수록 포즈가 다양하고 멋있어진다. 소금 사막 위로 떠오르는 태양은 또 다른 신비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 차 운전사의 이름은 아드리아인데 우리는 아들이야로 외웠다. 아드리아가 길을 가다가 자기 집 같은 곳으로 들어간다. 강아지가 꼬리를 치며 반긴다. 마당에 폐차가 여러 대 있다. 아마 부품을 빼서 쓰는 듯하다.

  길가에 보이는 게 야마냐고 하니 야마가 아니고 삐꾸니라고 한다. 산 크리스토발이란 곳에 와서 화장실도 가고 정순씨가 산 아이스케키도 한 입씩 먹었다. 이번에 보이는 게 삐꾸니인가 했더니 야마란다. 도무지 구분을 못 하겠다.

  검은 호수로 가서 기막힌 바위와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들을 찍어댔다.

  호수를 떠나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닭고기 맛이 나는 튀김을 먹었는데 하미가 플라밍고 고기라고 해서 그런 줄 알았다. 같은 조류라서 맛이 같은가 했다. 그런데 다 먹고 나니 닭고기가 맞는단다. 깜빡 속았다.

  라구나 카나파에 가니 홍학이 널려있다. 밥 먹느라 머리를 물속에 처박고 있다. TV에 나오는 홍학들은 현란하게 춤추는데 이놈들은 먹는데 정신 팔려 춤출 생각을 안 한다. 여기서 110일간 여행하는 부부도 만났다. 부럽다.

  다음은 에디온다 호수로 갔다. 여기도 홍학이 널렸다. 평화롭다. 온다 호수는 생략하고 7가지 색을 내는 산을 보러 갔다. 7개는 좀 과장된 표현이고 아련한 색이 파스텔톤이다. 대신 우리가 손가락으로 7을 가리키며 사진을 찍었다.

  이번에는 소똥처럼 생긴 바위로 갔다. 바위에 바뇨라고 쓰여 있어서 웬 화장실이 있나 했더니 바위틈에서 그냥 노상방뇨 하라는 거였다. 바위 위에는 토끼도 있는데 바위 색과 똑같아서 우리가 돌 토끼라고 이름 붙였다.

  알타플라노 고원을 질주하는데 어찌나 흙먼지가 날리는지 앞 차는 안 보이고 먼지만 보인다. 가끔씩 회오리바람도 일었는데 남반구라서 그런지 흙먼지 바람이 시계와 같은 방향으로 돌아간다. 돌나무도 보았는데 모래바람에 의해 바위의 밑부분이 깎여나간 버섯바위의 일종이다. 이집트의 백 사막에도 이런 바위가 많이 있었다.

  여기서 다시 라구나 콜로라다로 갔는데 여기는 차단기를 설치하고 입장료를 받는 것 같았다. 여기도 홍학이 널렸다. 바람이 어찌나 센지 몸을 가누기 힘들다.

  아바로아 국립공원으로 들어와 호텔에 짐을 풀었다. 우유니에서는 공동 화장실을 썼는데 여기는 방마다 화장실도 있고 샤워도 할 수 있어 쾌적하다. 바닥에 캐리어도 펼 수 있어 두 다리 쭉 뻗고 잤다. 단지 오후 7시에서 10시까지 그리고 새벽 4시가 되야 전깃불이 들어오는 것이 좀 불편하다.

 

2024. 1. 12. 칠레 아타카마사막

  새벽 3시쯤 인순 씨가 창문을 보라고 한다. 별이 가득하다. 어제 빨랫줄을 매다가 커튼이 떨어진 것이 전화위복이다. 커튼이 안 떨어졌으면 이런 행운을 잡지 못했을 것이다. 새벽 4시에 전깃불이 들어온다고 해서 얼른 밖으로 나가 별을 보았다. 스텔라리온 앱을 켜서 처녀자리도 보고 은하수도 보았다. 금성도 찬란하다.

  430분에 출발하여 차를 달리다 보니 웬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내려보니 땅에서 수증기가 펑펑 솟아오른다. 간헐천이다. 조금 더 가니 또 간헐천이 나타난다. 땅에서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오고 유황 가스 냄새가 진동한다.

  초록색 산이 물에 비쳐 초록색으로 보이는 호수가 나타났다. 리칸카브르화산(5,900m)이 비친 호수를 배경으로 운전사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었다.

  조금 더 가니 국경이다. 우리 차 운전자는 아드리아가 아니고 아드리안이라고 한다. 아드리안과도 그새 정이 들었나 이별하려니 약간 서운한 생각이 든다.

  무사히 칠레에 입국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점심식사를 했다.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었다. 재빨리 빨래를 하여 숙소 뒤 정원에 있는 빨랫줄에 널었다. 하미가 알려준 빵집에 가서 빵을 사고 오다가 복숭아 2개와 토마토 1개를 샀다.

  잠시 쉬다가 4시에 달의 계곡 트레킹을 떠났다. 칠레에도 달의 계곡이 있다. 3시간 걸린다고 해서 3시간 걷는 줄 알았더니 차 타고 조금 가서 사진 찍고 또 조금 가서 사진 찍는다.

  마리아라는 바위는 아무리 봐도 마리아 같지를 않다. 마리아가 하늘나라에서 이 모습을 본다면 "니가 왜 나냐?"라고 할 것 같다. 가이드 말로는 몇 년 전까지 통제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마구 올라가는 바람에 바위가 넘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원래 세 개라는데 두 개 밖에 없다.

  달의 계곡에서 나와 칵테일파티를 하고 일몰을 보러 갔다. 많은 사람이 일몰을 보려고 몰려들었다. 일몰은 인제 봐도 장관이다. 인생의 마감 시간을 보는 듯하다.

 

2024. 1. 13. 칠레 산티아고

  고소에서 내려왔는데도 코피는 계속 난다. 아침부터 룸서비스를 받았다. 4번 동생이 수프를 끓였다고 우리 방까지 배달해줬다. 황송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850분에 출발하여 칼라마공항으로 갔다. 이곳은 공항에서 엑스레이 투시기를 통과할 때 선글라스도 소리가 난다. 대장님은 다시 나가서 선글라스 벗고 들어왔고 인순 씨는 직원이 선글라스를 들고 다시 들어오니 소리가 안 났다.

  1223분 칼라마를 출발하여 1427분에 산티아고 도착 예정인데 30분 늦게 출발했다. 공항 게이트 앞 의자에 앉아 모두들 핸드폰만 들여다본다. 남녀노소 모조리 핸드폰만 보니 절간같이 조용하다. 핸드폰 없을 때 뭐 하고 살았나 모르겠다.

  산티아고는 소매치기로 가장 유명한 곳이니 소지품 조심하라고 하미가 당부한다. 한식당 메뉴 미리 주문해놓을 테니 조별로 알려 달라고 해서 4조는 순두부찌개, 회무침, 회덮밥, 해물파전을 시켰다. 2시간 타는 비행기라 아무것도 안 주는 줄 알았더니 과자와 음료를 준다.

  공항을 나오니 매연도 심하지 않고 택시 정류장에 현대차들이 즐비하여 기분이 좋다. 대장금식당으로 이동하여 오랜만에 한식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회무침이 나오자 회가 동해서 미친 듯이 먹어댔다.

  식사 후 산크리스토발 언덕으로 갔다. 후니쿨라를 타고 올라가는데 60세 이상은 50% 할인이다. 5번 동생은 난생처음 경로우대 받아본다고 좋아한다. 산크리스토발 언덕에는 마리아상이 있다.

 

2024. 1. 14. 칠레 산타루치아 언덕

  아르마스 광장은 군대 훈련장소였다고 한다. 역사박물관도 보고 칠레의 피카소 조각상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현지 가이드 아가씨는 한국어로 가이드 내용을 프린트해와서 일일이 읽어주는데 발음은 엉성해도 그 성의가 가상하다.

  미구엘 까레라 광장에 있는 대통령궁을 보았는데 대통령이 쿠데타 때 여기서 자결했다고 한다. 경호견을 데리고 다니는 경호원들과 사진을 찍었다. 설이 엄마 인순씨는 강아지만 보면 사족을 못 쓴다.

  여기서 떨어진 꽃으로 하트도 만들었다. 하트를 만드는 마음이 더 예쁘다.

  산타루치아 언덕으로 가서 바위 위에 있는 조각상을 보았다. 이 조각상은 북미의 모히칸족을 모델로 했다. 산타루치아는 성녀의 이름이다.

  청금석 세공하는 곳에도 갔는데 청금석은 아프가니스탄과 칠레에서만 난다고 한다. 청금석 가루를 손등에 발라 준다. 4번 동생은 눈에도 발랐다.

  피스코 싸워(칠레 소주)도 주는데 도수가 어찌나 센지 어질어질하다. 청금석에 관해 설명해주는 아저씨가 전통 인형을 번쩍 드니 아랫도리에서 거시기가 쑥 나온다. 상보도 해보며 즐거워한다.

  다음은 와이너리로 갔는데 시음을 3잔 했더니 골이 핑 돈다. 저장소 벽에 마귀가 창을 들고 지키는 모습이 재미있다.

  여기서 성단 씨가 와인 두 병을 샀다. 점심 식사는 연어회, 킹크랩 스튜, 스파게티를 먹었다. 두 남자가 와서 기타를 치며 베사메 무초를 부른다. 식사를 마치고 노점에서 블루베리와 체리를 샀다. 둘 다 1kg1,000페소(1,400)이. 무지 싸다.

  산타루치아 호텔로 돌아와 맡긴 짐을 찾아서 공항으로 갔다. 여기도 키오스크로 체크인하고 짐을 부치려니 또 겁이 난다. 발 빠르고 손 빠른 인순 씨가 내 것까지 다 해줘서 금방 끝냈다.

  푸에르토몬트 공항에 도착하여 짐을 찾는데 정춘혜 씨 캐리어 바퀴가 빠졌다. 먼저는 심재옥 씨 캐리어 바퀴가 빠져서 버리고 새로 샀는데 짐을 얼마나 험하게 집어던지기에 이런 일이 반복되나 모르겠다. 40일 여행 끝날 때까지 제발 바퀴가 무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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