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2. 9. 18. 저걸 눈이라고

아~ 네모네! 2022. 9. 19. 11:44

저걸 눈이라고

이현숙

  저걸 눈이라고 붙이고 다니나?

남편이 있을 때 청소는 두 사람의 공동 작업이었다. 나는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남편은 대걸레질을 했다. 아이들이 결혼하기 전까지는 아이들 몫이었다. 딸이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는 일하는 할머니가 있었다. 이 할머니가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이들까지 돌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대단한 할머니다. 직장 다니는 내가 힘들다고 김장도 평일에 동네 아줌마들과 해치웠다.

  이 할머니가 일흔 살도 넘고 일이 힘에 부치자 딸네 집으로 가겠다고 한다. 이 할머니는 우리 딸이 태어나기 한 달 전에 와서 소창을 끊어다가 기저귀도 만들고 깨끗이 삶아서 빨아 널었다. 배냇저고리도 만들고 온갖 출산 준비를 했다. 아이들도 어찌나 정성껏 보살피는지 동네 아줌마들이 친할머니인 줄 알았다.

  할머니가 간 후 나는 도우미 아줌마를 쓰려고 했지만, 아이들이 반대다. 이 할머니는 자기들 낳기 전부터 있어서 정이 들었는지 다른 사람이 오는 게 싫단다. 할 수 없이 나는 요리, 남편은 설거지, 아이들은 청소를 하기로 했다. 딸과 아들은 네가 비로 쓸어라, 네가 걸레질을 해라 하며 다투기도 했다. 나는 한 번씩 교대로 하라고 했다. 그래도 별 군말 없이 잘했다.

  아이들이 결혼한 후 남편과 공동으로 했는데 남편이 가버렸다. 혼자서 다 하려니 힘에 벅차다. 아들이 다니러 왔을 때 로봇 청소기를 샀다. 아들은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뒤져보더니 흡입과 물걸레를 한 번에 하는 것이 별로 좋지 않다는 글이 많다고 따로 샀다.

  흡입청소기가 먼저 왔다. 기사가 직접 와서 설치도 해주고 설명도 해준다. 열심히 들었지만, 곧 잊어버린다. 물걸레 청소기는 너무 싼 걸 시켰는지 엄청 늦게 온다. 그것도 와서 설치해 주는 줄 알았더니 어느 날 현관 밖에 던지고 가버렸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들이 와서 설치하고 시범 운행까지 해주고 갔다.

  그 후 버버거리면서도 혼자 이 두 놈을 시켜 청소를 한다. 청소기를 충전한 후 전원을 켜면 청소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하고 친절하게 말한다. 리모컨의 동작 버튼을 누르면 충전기에서 내려와 청소를 시작하겠습니다. 주변 정리를 해주세요.” 하면서 지시를 한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청소를 하다가 내가 주변에 있으면 청소 중이니 이동해주세요.” 하고 잔소리를 한다. 저놈이 사람인지 가구인지 어떻게 알고 이런 명령을 하나 신기하다. 얼른 다른 곳으로 피하면 군말 없이 다시 청소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놈이 하는 꼴을 보고 있자면 속이 터진다. 갔던 데 또 가고 근처에 장애물이 있으면 이리저리 빙빙 돌며 주변을 살핀다. 한 번 했으면 거기는 다시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데 들어갔던 방에 또 들어간다. 이마빡을 보면 작은 렌즈가 달려있다. 외눈박이다. 그걸로 주변 사물을 감지하는 것 같은데 통 어리버리하다. 저걸 눈이라고 달고 다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면 1시간 안에 흡입과 물걸레까지 다 하는데 두 시간도 더 걸린다. 구석구석 깔끔하게 해야 하는데 벽으로 다가가다가 물체가 감지되면 뒤돌아선다. 의자 밑으로 들어가면 종일 빙빙 돌며 출구를 찾아 헤맨다. 정말 속 터진다. 앓느니 죽는다는 말이 이래서 생겼나 보다.

  그래도 내 힘이 딸리니 이 녀석 하는 꼴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화장실 문, 거실문도 닫고 이 녀석이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해야 한다. 현관의 신발도 마룻바닥에서 멀리 떼어 놓는다. 그렇지 않으면 거기로 떨어진다. 이거 보통 시집살이가 아니다. 이놈의 비위를 맞추느라 전전긍긍한다. 그래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이놈에게 청소를 맡긴다. 하지만 청소가 다 끝나면 청소가 완료되었습니다. 충전기로 이동합니다.” 하며 충전기를 찾아가는 걸 보면 신통방통하다.

  하지만 아무리 로봇이 대단하다고 해도 인간만은 못하다. 인간의 손은 얼마나 정교한지 이 구석 저 구석 꼼꼼하게 닦을 수 있고 벽도 닦을 수 있다. 인간은 3차원의 세계에서 움직이는 데 이놈은 2차원의 세계에 사는지 왔다 갔다 하며 평면에서만 움직인다. 사람이 하나님의 작품이라면 로봇은 인간의 작품이다. 어찌 인간을 하나님과 비교할 수 있으랴.

  오늘도 나는 이 두 놈을 부려 먹으려고 이놈들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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