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8. 11. 25. 돌보는 낙으로 살라고?

아~ 네모네! 2018. 12. 17. 11:23

돌보는 낙으로 살라고?

아 네모네 이현숙

 

나 죽을 것 같애. 오늘은 가지마.”

안 죽어.”

   올 봄부터 남편이 기운이 없다고 죽을상을 한다.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와 소변 검사를 해도 뚜렷한 이상이 없단다. 한의원에 가서 진맥을 해도 특별한 병은 없는 것 같다고 한다. 보약도 먹여보고, 개소주도 먹이고, 우족도 끓여먹였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다.

   남편은 계속 기운 없다고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병원에 가서 링거 주사를 맞는다. 9개월을 맞아도 달라지는 게 없다. 종합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해도 고지혈증이 조금 있을 뿐 특별한 것은 없단다. 정신건강학과로 옮겨 상담을 하고 신경안정제를 받아왔다. 그걸 며칠 먹더니 더 기운이 없단다.

   다음 주에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더 기운이 없어서 먹다가 중단했다고 하니 약을 바꾸어준다. 우울증과 불안증에 좋다는 약을 먹고 있다. 여전히 증세는 호전되지 않는다.

   오늘은 문화센터 수필교실에 가는 날이다. 막 옷을 입고 나오려는데 죽을 것 같다고 난리다.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절대 안 죽는다고 소리 지르고 나와 버렸다.

   수필교실에 오니 사람들이 남편은 어떠냐고 묻는다. 오늘 아침 상황을 얘기하니 이제까지는 돌아다니는 재미로 살았으니 앞으로는 돌보는 낙으로 살란다. 돌아버리겠다.

   수필교실을 마치고 집에 오니 소파에 쪼그리고 누워서 여전히 죽을상을 하고 있다. 오늘 정신과 의사를 만나는 날인데 병원에도 못 가겠다고 다 죽어간다. 간신히 점심을 먹이고 사정사정하여 병원으로 갔다. 일단 집을 나서니 병원까지 잘 가서 진료도 잘 받고 새로운 약으로 바꿔서 집에 왔다.

   3월부터 아홉 달째 매일 우거지상을 하며 죽는 시늉을 하는 꼴을 보려니 내가 더 우울증 걸려서 먼저 죽을 것 같다. 내 몸의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어 아무 것도 할 기운이 없다. 부부동반으로 자살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가스레인지의 가스를 틀어놓으면 잘못하다 아파트 전체를 태울 것 같고, 번개탄이 낫겠다고 생각한다. 같이 자살을 하면 아이들 가슴에 못을 박는 것 같아 그마저도 용기가 안 난다. 가출을 할까? 가출하면 어디서 살아야하나? 고시원은 어떨까 생각한다. 우리 위 층 사람들이 고시원을 한다고 하던데 어디서 하나 물어볼까? 별별 생각을 다 한다.

   육신의 병도 무섭지만 정신적인 병은 더 무섭다. 주위의 모든 사람을 서서히 살해한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못 버티는 사람이 먼저 죽을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둘이서 연금 받으며 행복하게 잘 살 거라고 생각하는데 속을 들여다보면 이건 죽지 못해 사는 것이다. 지옥이 따로 없다. 동생들은 날보고 복이 많다고 전생에 지구를 구했느냐 우주를 구했느냐 하고 놀리는데 요즘은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 지경인가 싶다.

   남편은 내가 나다니는 것이 싫고 나는 나가지 않으면 질식해서 죽을 것 같다. 이 지옥에서 벗어나는 길은 둘 중 하나가 죽는 방법 밖에 없는 듯하다. 먼저 죽는 사람이 행운아다. 둘 중에 누가 더 복이 많은지 그 사람이 먼저 저 세상으로 갈 꺼다. 어찌 생각하면 죽음은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죽지 못한다면 얼마나 괴로울까? 최후의 탈출구인 죽음이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다. 인생이란 지나고 보면 순간일 텐데 그 순간을 견디기가 너무도 힘들다. 그래도 죽는 순간에는 저 세상으로 가기 싫어 발버둥 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