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8. 8. 24. 등좀 밀어주실래요?

아~ 네모네! 2018. 10. 21. 14:12

등좀 밀어주실래요?

아 네모네 이현숙

등좀 밀어주실래요?”

  이런 소리를 들어본 것이 언제인가? 예전에는 공중목욕탕에 가면 의례 옆에 있는 사람끼리 등을 밀어주었다. 이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고 아주 당연하게 여겨졌다. 지금은 공중목욕탕에 잘 가지도 않지만 어쩌다 온천 같은데 가도 각자 자기 등은 자기가 대충 닦지 남에게 부탁하는 사람이 없다. 만약 이런 사람이 있으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꺼다. 어쩌면 대중탕에 때 밀어 주는 사람이 생겨서 그럴 지도 모른다.

   얼마 전 한 연예인이 TV에 나와서 얘기를 하다가 자기 부모님은 지금도 같이 샤워를 하신다고 한다. 자기는 어려서부터 그런 광경을 보며 자라서 전혀 이상하지 않고 아주 당연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래의 신랑감에게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고 하니

같이 샤워할 준비해오세요.”라고 말한다.

   우리 부모님은 집에 욕실도 없었지만 같이 목욕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남편과 함께 샤워해본 적이 없다. 알몸을 보인다는 것이 어쩐지 어색하고 수치스럽다.

   나는 결혼해서 지금까지 여름에도 항상 러닝셔츠를 입고 소매 있는 옷을 입었다. 집에서나 나갈 때나 매한가지다. 그런데 올 해는 기상관측 이래 최고의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졌다. 에어컨도 없으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난생 처음으로 런닝도 벗어버리고 소매 없는 원피스를 입었다. 처음에는 조금 민망했지만 곧 적응이 되어 무감각해졌다. 그래도 죽을 때까지 같이 샤워는 못 할 것 같다.

   얼마 전 남편이 산에서 넘어져 어깨를 다쳤다. 팔아 안 올라간다고 날 보고 등을 밀어달라고 한다. 남편은 욕실 바닥에 앉아있고 나는 문 밖에서 대충 밀어주었다. 하지만 쪼그라질 대로 쪼그라지고 탄력도 없는 등은 별로 만지고 싶지 않은 게 사실이다. 스킨십이 건강에 좋다고는 하는데 습관이 안 되어 잘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사람들끼리 서로 부대끼며 몸을 비비고 살았는데 이제 개인주의가 발달해서 그런지 남의 몸에 손대는 걸 엄청 꺼린다. 잘못하면 성희롱이나 성추행이라는 누명을 쓸지도 모르니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산다. 지하철에서 남의 몸을 만지면 당장 성추행범으로 몰린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 만원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중이었다. 웬 남자가 옆에서 조금 가까이 접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약간 비켜서며 몸을 피했다. 버스에서 내려 보니 교복 스커트에 웬 허연 액체가 묻었다. 뭔지 몰라서 가방으로 가리고 집에 오니 엄마가 놀라면서 어떤 미친놈이 이랬냐고 그런 놈은 그냥 확 뽑아 버려야한다고 노발대발하기에 그것이 남자의 거시기에서 나오는 것인가 보다 생각했다. 지금 같았으면 곁에 있던 사람들이 더 난리를 쳤을 것이다.

   사람들끼리 부대끼며 살아야 사람 사는 맛이 나는 법인데 세상이 너무 험하다보니 점점 사람 사이의 간격이 멀어지고 내면으로 숨어버린다. 컴퓨터나 핸드폰을 가운데 두고 간접적인 접촉만 하며 살기도 한다. 부모들도 어린아이에게 낯선 사람에게는 눈길도 주지 말라고 가르친다. 어찌 보면 서로 등도 밀어주고, 낯선 사람이 불쑥 우산 속으로 들어오며 같이 쓰고 가자고해도 자연스럽게 여겼던 옛날이 더 좋은 세상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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