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8. 8. 14. 지구를 돌리려는 우

아~ 네모네! 2018. 10. 21. 14:10

지구를 돌리려는 우()

아 네모네 이현숙

   일요일에 교회를 가려하니 남편이 기운 없어 안 가겠다고 한다. 벌써 4주째다. 내가 보기엔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도 않는데 엄살이 심한 것 같다. 어쩌면 가기 싫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열이 확 치솟으며

평양 감사도 지 하기 싫으면 그만이지.” 하며 톡 쏘아붙이고 집을 나선다. 공연히 화가 치밀어 오른다.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남편이 날보고 모임에 안 갔으면 좋겠단다. 오늘 점심에는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는 날이다. 갑자기 안 간다고 연락을 하려니 미안하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하다.

   이날은 에어컨을 설치하러 오는 날이다. 별로 할 일도 없으니 혼자 있어도 되겠구만 기운이 없어 병원 가서 링게르 주사를 맞아야하니 나를 보고 집에 있으란다. 아무래도 귀찮으니까 도피하는 것 같다. 또 화가 치솟아 오른다.

   매주 화요일은 문화센터 등산반에서 산에 가는 날이다. 월요일 저녁에 문자가 왔다. 희망자가 적어서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아니 버스 대절하기가 힘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면 되는 거 아닌가? 대장님은 백화점에서 강사비 꼬박꼬박 받으면서 아무 것도 안 하고 날로 먹겠다는 건가? 신경질이 뻗쳐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연일 모든 일이 내 맘대로 안 되니 속이 상할 대로 상해서 살맛이 안 난다. 이러다가 친정 엄마처럼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수가 없다. 한참 분을 삭이지 못해 씩씩거리다가 문득 내가 세상을 거스르며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운이 없어서 교회에 못 가겠다고 하고, 힘이 없어 병원에 가야한다는 남편의 말을 그냥 순수하게 받아들이면 안 되나? 늙으면 힘이 빠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날씨가 너무 더워 산에 가기 싫어하는 회원들도 당연하고, 사람이 적어서 행사를 취소하는 대장님도 생각해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인데 왜 나는 이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속을 부글부글 끓이며 열 받는 것일까? 이런 내 모습을 생각하니 마치 내가 지구를 거꾸로 돌리려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 같다. 거대한 지구에 붙어사는 개미 같은 내가 어떻게 지구의 자전과 공전 방향을 바꿀 수 있을까?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내 분수를 알아야 제 명에 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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