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3. 9. 15. 까막귀 (조수미 콘서트)

아~ 네모네! 2013. 9. 18. 16:04

 

까막귀

 

아 네모네 이현숙

 

 

  올림픽 공원에서 열리는 조수미 파크 콘서트를 보러 갔다. 조수미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가수답게 화려한 공연을 펼쳤다. 마치 세계를 지배하는 여왕의 모습이었다.

  성악가들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인간의 몸은 지상 최고의 악기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때는 오장 육부를 뜯는 바이올린 소리가 나고, 어떤 때는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시시각각으로 다른 악기 소리가 난다.

  악보에 그려진 콩나물 대가리 몇 개를 보고 기기묘묘한 소리를 내는 인간의 두뇌가 기막히다. 그 음표를 보고 뇌가 성대와 혀와 입술에게 명령을 내릴 것이다. 얼마나 크게 얼마나 강하게 얼마나 길게 근육을 이완 수축 시키라고 했기에 그런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지 생각할수록 신비하고 오묘하다.

  사실 나는 음악에 대해선 까막눈 아니 까막귀다. 더구나 외국어로 부르는 노래는 전혀 내용을 모르니 뭔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어떤 감정이 전달되는 것은 사실이다. 무슨 소린지는 모르지만 그 억양과 소리의 색깔에 따라 슬픔과 기쁨이 가슴 속으로 밀려든다.

  강아지도 나처럼 인간의 언어를 구체적으로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그 소리의 강약과 느낌으로 알아듣는 것이 아닐까? 모든 생물의 공통 언어는 느낌일 것이다.

  조수미의 노래도 좋았지만 용재 오닐의 비올라 연주는 충격이었다. 아무 말 없는 비올라가 관중의 가슴을 울리고 쥐어뜯는다. 절제된 아름다움이 풍긴다. 용재 오닐이 누군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랐는지 아무 것도 몰랐지만 외모와 몸짓,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표정, 비올라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는 내 마음을 뒤흔든다.

  유독 인간만이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일까? 인간만이 영혼을 가진 것인가? 인간만이 영혼의 만족을 얻고자 몸부림치는 것일까? 끝없는 의문이 마음의 샘에서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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