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사의 연결고리
이현숙
교회에서 야유회를 가는데 옆에 앉은 권사님이 나에게 몸은 건강하냐고 묻는다. 허리가 아프다고 하니 자기는 한의원에 다니며 침을 맞는데 몸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나보고도 한번 가보라고 장소와 전화번호를 자세히 가르쳐주기에 집에 와서 전화를 하니 두 달 가까이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단다. 일단 예약을 했다. 날짜가 가까와지자 한의원에서 전화가 왔다. 가는 길과 절차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4시에 예약했는데 3시 30분까지 와서 대표 원장님과 상담한 후 4시에 침을 맞으라고 한다.
그날 한의원으로 가니 사람들이 어마무시하게 많다. 접수 창구는 두 개고 수납 창구는 네 개나 된디. 거의 종합병원 수준이다. 접수를 하고 원장실로 들어 가니 어디 사느냐, 평생 무슨 일을 했느냐, 종교는 뭐냐, 어디가 가장 불편하냐 하며 맥을 짚어보더니 소양인이라고 1년 동안 매일 침을 맞으러 오란다. 아니 어떻게 매일 오느냐고 했더니 1주일에 세 번만 오란다.
그 후 1주일에 세 번씩 침 맞으러 다니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가서 기다리는데 한 시간, 침 맞는데 한 시간, 오고 가는데 한 시간씩 걸리니 세 시간씩 투자해야 한다. 예약이 안 되어 대기자로 가면 두 시간씩 기다리기도 한다. 죽을 맛이다. 세 시간 전에 와서 기다렸다는 사람도 있다.
상봉역에서 내리면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로 달려간다. 한의원 가서 빨리 접수하려고 서두르는 것이다. 예약을 해도 최소 한 시간은 빨리 가야 원하는 의사에게 침을 맞을 수가 있다. 침 놓는 의사가 일곱 명이나 되니 서로 마음에 드는 의사에게 맞으려고 경쟁하듯 서두른다. 침을 맞고 수납을 하러 갈 때도 빨리 가야 원하는 날짜에 예약할 수 있으니 수납 창구로 물밀듯이 달려간다. 도대체 얼마나 살겠다고 이 난리를 치는지 모르겠다.
세상에는 왜 이리도 아픈 사람이 많은 것일까. 생로병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쩌면 병은 생과 사의 연결고리를 끊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이다. 단지 이 고리가 단단한 사람은 길게 고통을 당하고 이 고리가 약한 사람은 쉽게 끊어질 것이다.
우리 앞집 아저씨는 아주머니가 외출한 사이에 갑자기 돌아가셨다. 아주머니가 나갈 때만 해도 멀쩡했다는데 와보니 죽어있었다고 한다. 생과 사의 고리가 너무 약했나 보다.
내 친정어머니도 뇌졸중으로 쓰러져 몇 시간 만에 돌아가셨다. 저녁밥을 다 해놓고 아버지가 오시기를 기다리며 운동화를 빨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겼지만 그날 밤 돌아가셨다. 엄마도 생과 사의 고리가 엄청 약했던 것 같다.
반면에 이 고리가 너무 강한 사람도 있다. 내 막내 여동생은 뇌혈관종 수술을 한 후 1년 반이 넘도록 의식이 없다. 병원에 가보면 눈도 못 뜨고 뼈와 가죽만 남은 상태로 침대에 묶여있다. 무의식적으로 콧줄을 빼는 경우가 있어 이렇게 했다고 한다. 콧줄 끼고 목을 뚫고 사지가 묶여있는 동생을 보면 빨리 데려가시라는 기도가 절로 나온다. 그렇게 힘든데도 생의 끈을 놓지 못하는 동생이 너무도 애처롭다.
동생이 수술받기 전날 면회를 갔었다. 동생은 자기가 의식이 있을 때 와줘서 고맙다고 하며 엄마도 60에 돌아가셨는데 자기 나이도 60이라고 했다. 이런 사태가 올 것을 예감했던 것일까.
사람마다 연결고리는 다를 것이다. 나의 연결고리는 어떨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불 탄 삼줄같이 툭 끊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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