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최고의 부모님 상
이현숙
올해도 어김없이 어버이날은 찾아왔다. 어버이날 전날에 딸네 집에 갔더니 꽃다발과 용돈을 준다. 꽃값이 비쌀텐데 해마다 이렇게 준비해주니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아들이 어버이날인 금요일에 만나는 게 좋은지, 아니면 토요일에 만나는 게 좋은지 묻기에 토요일이라고 했다. 금요일은 저녁 예배가 있어 저녁 식사하려면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런데 금요일 저녁에 잠깐 들르겠다고 며느리가 카톡을 보냈다. 혼자 오나 했더니 아들, 손자까지 세 식구가 다 왔다. 오자마자 웬 메달을 목에 걸어준다. 이게 뭐냐고 하니 '이 세상 최고의 부모님 상'이란다. 노란 게 금색이다. 참 내 생전에 금메달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예쁜 카네이션 브로치도 가슴에 달아준다. 전날 딸이 준 꽃바구니 사진을 가족 카톡방에 올렸더니 그걸 보고 브로치로 대신 샀단다. 메달을 걸고 브로치를 단 후 사진을 찍었다. 뜻밖에 호강을 한다.

파란 장미로 장식된 케잌도 사 왔다. '파란 기적을 피워준 당신에게'라는 글도 적혀있다. 도무지 나와는 거리가 먼 글들이다. 세상 최고의 부모도 아니고 기적도 일으킨 적이 없으니 말이다.


우리 아이들을 볼 때면 항상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직장 생활하느라 생후 1개월 때부터 떼어놓고 다녔으니 말이다. 아침이면 떨어지기 싫어서 치맛자락을 붙잡고 울며 늘어지기도 했다. 강제로 떼어놓고 출근하려면 울부짖는 소리가 골목 밖까지 들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아올랐다. 직장 생활하면서 애들 다 키운 선배 선생님들이 너무도 위대해 보였다. 그 후로도 애들이 아프거나 힘들어할 때면 너무 일찍부터 떼어놓고 다녀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들이 5년 연상인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남편도 그런 말을 했다. 너무 일찍 떼어놓고 다녀서 연상의 여자에게 모성애를 느낀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상 최고의 부모님 상이라니 천부당만부당한 말이다. 어느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내서 상품을 만들었는지 참 기발한 생각이다. 비록 짝퉁 금메달이지만 진짜 금메달 못지않게 감동이다.
이럴 때면 먼저 간 남편이 떠오른다. 이런 상도 못 받아보고 차가운 유골함에 갇혀있는 남편이 안쓰럽다. 모름지기 효도를 받으려면 오래 살고 볼 일이다. 하지만 너무 오래 살면 그건 빨리 죽느니만 못하다.
내 친정엄마는 환갑 전 해에 돌아가셨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몇 시간 만에 가셨다. 그 때 그 막막함이란. 잔뜩 짚고 있던 지팡이가 뚝 부러진 것처럼 비틀거렸다. 그 후 아버지 칠순 때 새어머니와 함께 해외로 가족여행을 갔다. 그 때 우리 엄마는 평생 해외여행 한번도 못해 봤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최적 수명은 얼마일까. 시어머니의 최적 수명은 60이라는 말도 있는데 나는 18년이나 더 살았으니 살아도 너무 살았나 보다. 그저 내 손으로 밥 해 먹을 수 있을 때까지만 살았으면 좋겠다. 그게 나의 마지막 소원이다. 이 세상 최고의 부모님은 아니라도 그저 자식에게 부담은 안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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