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환채로 산 남편
이현숙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갔다. 갈멜산을 내려와 주차장에서 버스에 올랐는데 가이드가 안 탔다. 한참 기다리니 도로 내리라고 한다. 보여줄 것이 있단다. 우루루 따라가니 주차장 근처 정원으로 들어간다. 작은 꽃이 핀 식물이 있는데 이게 합환채란다. 정원을 두 바퀴나 돌아서 겨우 찾아냈다고 한다. 다들 신기해서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봤다. 고소한 콩고물 냄새가 난다. 맛있을 것 같다.
창세기에 보면 레아의 아들 르우벤이 들에 나가 합환채를 얻어 어머니에게 주었다고 한다. 나는 막연히 합환채가 부채의 일종인가 생각했는데 식물 이름이다.
레아의 동생 라헬이 이걸 보고 자기에게 달라고 했다. 대신 자기 남편이 오늘밤 언니와 자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걸 읽을 때마다 레아의 마음이 느껴진다. 레아는 시력이 약하고, 라헬은 곱고 아리땁다고 했다. 그래서 야곱은 라헬을 더 사랑했고 라헬과 결혼하려고 했다. 하지만 장인 이드로가 야곱을 속이고 큰 딸 레아를 신방에 들여보냈다. 야곱이 아침에 일어나 보니 레아였다. 야곱이 장인에게 항의하자 동생을 먼저 시집보내는 것은 이 지방의 풍습이 아니니 1주일 후에 라헬과 또 결혼 하라고 했다.
야곱은 레아와 라헬 외에 그 여종까지 네 명의 부인을 맞게 되었고 아들 열두 명을 얻게 된다. 이들이 이스라엘의 12지파다.
라헬은 야곱을 내 남편이라고 했다. 따지고 보면 레아가 먼저 결혼했으니 레아가 본처고 라헬은 첩이 아닌가. 그런데 자기 남편을 오늘 밤 양보할 테니 합환채를 달라고 한다. 레아는 이 말을 듣고 합환채를 주었다.
저녁에 야곱이 돌아오자 레아가 나가 반가이 맞으며 오늘 밤 내가 합환채로 당신을 샀으니 나에게 들어오라고 한다. 생각할수록 기막히다. 레아는 참 속도 좋다. 나같으면
"야 이년아,
니 맘대로 해라.
첩인 주제에 언니를 개무시하네.
내 참 더러워서."
라고 욕을 바가지로 퍼부었을 거다.
그랬다고 고분고분 레아의 방으로 들어간 야곱도 참 속이 없다. 운전할 땐 내비년 말 잘 듣고 평소에는 네 이년 말을 잘 들어야 한다더니 부인 말을 잘도 듣는다. 하긴 열 계집 싫다는 남자 없다고 하지 않던가.
정말 여자는 예쁘고 볼 일이다. 여자가 예쁘면 뭐든지 용서가 된다고 한다. 여자의 점수는 99점이 외모이고 나머지를 모두 합쳐봐야 1점밖에 안된다. 아무리 똑똑한 척 해봐야 헛거다. 하긴 내가 봐도 예쁜 여자를 보면 기분이 좋다. 그저 못 생긴 게 죄다.
나도 우리 집 딸 여섯 중에 제일 못 생겼다. 그래서 어디 가나 주눅이 들고 고개를 숙이고 다닌다. 화장해봐야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 그냥 다닌다.
수필교실 처음 갔을 때도 그냥 맨얼굴로 갔다. 몇 달 후 선생님이 나에게 한마디 한다. 내가 처음 교실에 들어섰을 때 저 여자는 얼굴도 못 생긴 주제에 뭘 믿고 화장도 안 하나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왜 화장을 안 하느냐고 묻는다. 화장을 하면 남의 눈에 띌 것 같아 용기가 안 난다고 했더니 그게 더 눈에 띈다는 것이다.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니 내 편한 대로 그냥 산다.
그저 합환채로 살 남편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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