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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2026. 3. 9. 센스쟁이 우리 이웃

by 아~ 네모네! 2026. 3. 9.

센스쟁이 우리 이웃

 

이현숙

 

  외출했다가 돌아오니 현관문 앞에 웬 쇼핑백이 놓여있다. 택배는 아닌 것 같은데 누가 잘못 갖다 놨나 싶어 일단 가지고 들어와 열어보니 편지가 들어있다.

  '안녕하세요. 705호 예비 입주민입니다.'로 시작되는 편지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공사를 하게 되어 소음이 발생하니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는 내용이다. 글도 어찌나 예의 바르고 예쁘게 잘 썼는지 진심이 느껴진다. 안에는 20리터 짜리 쓰레기봉투 10장과 락앤락 그릇까지 들어있다.

  공사하면서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 보통 엘리베이터에 공사기간과 양해를 해달라는 글을 붙이는 게 전부인데 이렇게 편지와 선물까지 주니 놀랍다. 감동이다. 정말 센스 짱이다.

 

  이런 글과 선물을 받고 나서 시끄럽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11층 아줌마는 이 글을 보고 너무도 예뻐서 버리지 않고 잘 간직해 뒀다는 것이다. 우리 라인이 17층까지 있으니 총 34가구다. 적은 돈이 아니다. 그 성의가 고맙다.

  그 후로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도 별로 거슬리지 않는다. 아니 소음이 약해진 것 같다.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벌써부터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분명히 얼굴도 마음만큼 예쁜 사람일 것이다.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해서 작은 선물 하나에 모든 미움이나 불만이 눈 녹듯 사라진다. 선물에는 그 사람의 마음이 녹아있기 때문일까. 선물은 받는 사람에게도 기쁨을 주지만 주는 사람도 기쁘다. 무슨 문제가 있을 때 가장 좋은 해결책은 선물이 아닐까. 어쩌면 선물은 모든 일의 열쇠인지도 모른다. 아니 선물은 일종의 마약이요 만병통치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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