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이런 기분일까?
이현숙
건대병원에 조직검사를 하러 갔다. 지난번 혈뇨 때문에 비뇨기과 갔을 때 피부과도 같이 보기에 한 번 물어봤다. 오른쪽 눈 옆에 있는 검버섯 부위가 가끔 가렵고 껍질이 벗어진다고 했더니 안 좋아 보인다고 큰 병원 가서 조직검사를 하란다.
건대병원에 전화하니 전공의에게 보면 빨리 볼 수 있다고 해서 예약했다. 그날 병원 가서 접수하고 기다리니 들어 오란다. 우선 카메라로 환부를 찍더니 나가서 기다리란다. 조금 기다리니 진료실로 들어오라고 한다. 전공의라서 그런지 젊다.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살짝 걱정된다.
진찰대에 누우니 환부를 보고 나서 헝겊으로 얼굴을 덮는다. 캄캄하다. 순간 내가 죽어서 누우면 이렇게 얼굴을 덮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시체라고 해도 갑갑할 것 같다. 눈 옆 검버섯에 마취 주사를 놓고 뜯어낸 후 실로 꿰매는데 실 자르는 소리가 사각사각 들린다.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밴드를 붙인 후 밖으로 나왔다.
간호사가 이틀 후 동네 병원 가서 소독하고, 1주일 후 그 병원에서 실밥 뽑고, 2주 후에 검사 결과를. 보러 오란다. 실밥 뽑을 때까지 상처 부위에 물이 닿으먼 안 된다고 한다.
이틀 후 동네 병원에 가서 소독하고 1주일 후에 실밥을 뽑아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실밥을 여기서 뽑으라고 했냐고 의아해한다. 얼굴 부위라 조심스러운가 보다. 흉터가 남을 수 있다고 미리 통보를 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어쩌겠나. 알았다고 했다. 소독을 마치고 다시 약을 바른 후 밴드를 붙여주더니 집에서 하루 세 번씩 소독하라고 약국에서 구입할 물건과 소독하는 법을 적은 종이를 준다.
집에 와서 저녁부터 매뉴얼 대로 했다. 우선 거즈에 소독약을 충분히 묻혀서 환부에 대고 5분 동안 기다렸다가 솔트액으로 닦아내고 연고를 바른 후 거즈를 대고 종이 반창고를 붙였다. 번거롭다.
얼굴을 씻을 때는 방수 밴드를 그 위에 붙이고 고양이 세수를 했다. 그런데 머리 감는 게 문제다. 할 수 없이 미장원에 가서 밴드를 붙이고 샴푸를 해달라고 했다. 1주일간 이 짓을 해야 하니 보통 귀찮은 게 아니다. 3일 후 두 번 째 소독을 하러 갔다. 이 병원은 사람이 많아 대기시간이 최소 한 시간이다. 빨리 실밥을 뽑고 맘대로 얼굴 닦고 머리를 감았으면 좋겠다.
피부에 구멍 하나 났다고 이렇게 불편하니 새삼 피부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얇은 피부가 온 몸을 감싸고 있어서 세균이 침투하지 못한다. 그야말로 철통 같은 수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철통보다 더 강하다. 철통을 77년간 썼으면 녹이 슬어서 구멍투성이가 됐을 텐데 피부는 아직도 건재하다.
내가 아는 지인은 허리에 주사를 맞은 후 샤워를 해서 몸에 균이 들어갔단다. 그런데 이 균을 죽이는 항생제를 찾아 치료하느라 몇 달간 병원에 입원했다.
우리 몸에서 귀하지 않은 것은 없다. 비록 하찮아 보이는 것도 생명과 직결된다. 오늘도 나는 피부가 철통같이 지켜주는 덕으로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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