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억만장자
이현숙
기간 : 2025년 10월 16일 ~ 2025년 10월 17일
장소 : 경기도 양평
미래수필문학회에서 연례 행사로 문학기행을 갔다. 세 대의 자가용에 나눠 타고 운길산역 근처 돌미나리집으로 갔다. 미나리전, 묵무침, 잔치국수를 시켜 배 터지게 먹었다. 딱 막걸리 안주다. 그런데 어제 얼굴 검버섯의 조직 검사를 한 관계로 막걸리를 못 마셔서 아쉽다. 그림의 떡이 아니고 그림의 막걸리다.

다음은 물의 정원으로 갔다. 코스모스가 만발했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곳~' 노래가 절로 나온다. 탄성을 지르며 여기 저기 사진을 찍어댔다. 할머니들이 소녀로 변신했다.

다음은 구하우스미슬관으로 갔다. 구정순씨가 만들었는데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 프로에서 본 기억이 난다. 로고로 유명해진 여자다. 삼성 애니콜, LG, KBS 등의 로고를 만들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웬 강아지가 복도에 앉아있다. 작품인 줄 알았더니 실물이다.

똥 싸는 폼으로 쇠창살 안의 자신을 보는 작품이 재미있다.

프리다 칼로의 얼굴에 흰 수염을 붙인 것도 기발하다.

털실로 만든 작품도 인상적이다. 실 한 가닥이 한 명의 사인이다. 자신이 아는 3000명의 이름을 썼다고 한다.

동영상으로 만든 차가운 식사라는 작품도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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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구멍으로 보는 영상도 희한하다. 앞의 구멍에서 보면 아빠와 아들이고 뒷면의 열쇠 구멍으로 보면 엄마와 아들이다.


입구에 있던 강아지가 함께 놀아달라고 공을 물고 왔다. 공을 던지면 신나게 물고 온다. 강아지 이름이 융인데 카페 이름도 융이다. 해순샘이 잘 놀아주니까 계속 해순샘에게 공을 물고 온다. 나는 강아지를 무서워해서 피했더니 잘 안 온다.





미술관에서 나와 개군면에 있는 소노벨 리조트로 와서 짐을 풀었다. 방에 와서 잠시 쉬다가 호텔 옆 흑천에 있는 물소리길을 걸었다.

눈에 익은 산이 보인다. 칠읍산이다. 칠읍산에 오르면 일곱 개의 읍이 보인다고 하여 7읍산이다. 정말 일곱 개의 읍이 보이나 궁금해서 오래전 남편과 정상까지 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산책을 마치고 풍천장어를 먹으러 갔다.

사장님이 수림샘 동창이라 특별 서비스를 받았다. 산사춘도 주었는데 못 마시니 이것도 그림의 산사춘이다. 에고~
모처럼 장어를 포식하고 호텔로 돌아와 김창옥 쇼를 보고 11시가 되어 잠자리에 들었다. 집에서는 인기척이라곤 없는 데서 혼자 잠들었는데 모처럼 코고는 소리와 잠꼬대를 들으니 자장가를 듣는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런데 오랜만에 커피를 마셨더니 3시가 넘도록 잠이 안 온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다가 겨우 잠이 들었는데 알람 소리가 들려 깼다.
일어난 김에 아침 산책을 나갔다. 오늘은 물소리길의 왼쪽으로 갔다. 마침 칠읍산에서 해가 떠오른다.

아침 식사 후 방으로 돌아와 낭독회를 했다. 낭독회를 통해 서로의 정을 나누었다. 서로의 글을 듣다보면 백 마디 말을 하는 것보다 그 사람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낭독회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가는 길에 호박꽃이 나타나자 해순씨가 한마디 한다. 호박꽃의 암수가 어떻게 다른지 아느냐고 한다. 암꽃은 밑에 작은 호박이 달렸다고 하니 그것도 맞는데 꽃 자체도 다르다는 것이다. 수꽃은 수술이 남자의 거시기처럼 삐죽하게 생겼는데 암꽃의 암술은 여자의 생식기처럼 동글동글 하다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정말 확실히 차이가 난다.


동네 길을 지나며 여기는 어제 식사한 풍천장어집 사장네 집이고 여기는 건대 교수하는 친구 집이라고 수림샘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수림샘이 갑자기 핸드폰을 땅에 놓더니 오라고 한다. 갔더니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재미있다.

온 마을에 수림샘의 추억이 서려있다. 마을 안에 있는 신내보리밥집에 가서 비빔밥을 먹었다. 맛이 환상이다. 배도 안 고팠는데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이 마을은 특별한 건 없는데 뭔가 아련한 분위기가 느껴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수림샘의 글을 읽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다. 수림샘은 이런 마을에서 자라 그리도 감성이 풍부한 글이 나오나 보다. 나는 종로 5가에서 태어나 여태 이 삭막한 서울에서 살다보니 글이 마른 장작개비같이 딱딱하고 멋대가리가 없다.
식사 후 수림샘이 살던 집으로 갔다. 그 집이 Tiad 카페가 됐다. 6살 때 이사 와서 10년 넘게 살았단다. 수림샘이 살던 방도 그대로 있다.


차를 마시며 또 이바구 운동을 했다. 카페를 나와 개울 쪽으로 가니 다리가 보인다. 수림샘의 이야기가 다시 이어진다. 이 다리를 만들 때 수림샘 이웃집 아줌마가 건설 소장과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단다. 아줌마의 남편은 비참해서 마루 밑에 들어가 자살했다고.한다. 소설 같은 이야기다.
개울을 따라 올라오는데 큰 바위가 있고 물소리가 요란하다. 거기서는 물이 소용돌이쳐서 해마다 사람이 죽었다고 한다. 개울 건너 언덕에는 군부대가 있었는데 매일 아침 기상나팔 소리가 나면 군인 아저씨들이 웃통을 벗고 뛰었단다. 그런데 수림샘은 기상나팔 소리만 들어도 오늘 누가 나팔을 부는지 알았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들으며 호텔로 돌아와 정원에서 마지막 마무리 회의를 하고 서울로 출발했다.

부자가 뭐 별건가.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에서, 이토록 멋진 작품을 보고, 이토록 정겨운 글을 나누는 우리가 부자다. 구하우스미술관 관장이 백만장자라면 우리는 억만장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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