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후회
이현숙
올해도 추석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남편이 간지 네 번째 맞는 추석이다. 저녁때 아이들이 오면 추도예배를 보고 밖에 나가 외식을 하기로 했다.
그래도 명절날 아침에 혼밥을 먹자니 뭔가 허전해서 흰쌀밥에 전과 조기를 놓고 막걸리 한 잔 부어놓는다. 남편은 제조날짜가 얼마 안 된 막걸리를 좋아해서 어제 새로 나온 막걸리로 사다놨다.
수저도 남편이 쓰던 수저로 놓았다. 동생이 몇 년 전 수저 두 벌을 주었는데 하나는 목숨 수(壽) 자가 쓰여있고 다른 하나는 복 복(福) 자가 쓰여있다. 남편이 壽 자가 쓰인 걸로 먹겠다고 해서 내가 복 福 자를 가졌다. 오래 살고 싶어서 목숨 壽를 가졌을까. 하지만 그리 오래 살지 못했다.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검사하다 보니 암이었다. 위암이 온몸에 퍼져서 척추까지 번진 상태였다. 결국 입원한 지 한 달도 못 돼서 하늘나라로 갔다.
남편은 흰쌀밥을 좋아했는데 나는 잡곡밥이 몸에 좋다고 강제로 먹였다. 위가 안 좋아서 잡곡밥은 먹기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사정도 모르는 이 무정한 여편네는 내 맘대로 했다. 지금 와서 후회하면 무엇하나. 있을 때 잘 하라는 옛말이 생각난다.
오늘도 나는 때늦은 후회를 하며 남편에게 흰쌀밥에 막걸리 한 잔을 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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