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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2025. 9. 13. 과부 사정은

by 아~ 네모네! 2025. 9. 18.

과부 사정은

이현숙

 

  우리 아파트 8층에 사는 아줌마가 카톡을 했다. 무말랭이를 먹느냐고 해서 그렇다고 하니 자기집에 들러서 가져 가란다. 이 아줌마는 같은 라인에 살다보니 엘리베이터에서 가끔 만난다.

  이 아줌마 남편은 내 남편보다 1년 먼저 갔다. 홀아비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더니 과부 사정은 과부가 아나보다. 얼마 전 무말랭이가 몸에 좋다고 동영상을 보내주더니 무말랭이를 샀나 보다. 그냥 가기 미안해서 포도 한 송이를 사가지고 갔다. 초인종을 누르니 반갑게 나와 맞아준다. 들어오라고 하더니 무말랭이도 주고 양념다대기도 두 팩이나 준다. 이걸로 무쳐 먹으라고 하며 무칠 때는 견과류도 넣으라고 잔뜩 준다. 그러면서 자기가 무친 것도 먹어보라고 덜어준다.

  그전에는 또 옥수수가 골다공증에 좋다고 동영상을 보냈었는데 자기가 찐 옥수수라고 먹어보란다. 따로 찌면 번거로우니 밥 할 때 같이 밥솥에 넣어 찌면 좋다고 알려준다. 그러면서 자기도 골다공증 주사를 맞았었는데 옥수수를 꾸준히 먹었더니 골밀도가 올라갔단다.

  집으로 올라와 잠시 있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누군가 하고 나가 보니 8층 아줌마다. 냉동실에 있는 생옥수수를 주려고 했는데 깜빡 잊었다고 가지고 올라왔다.

  내가 이생에서는 쌓은 덕이 없는데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는지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다. 게으른 년도 죽으란 법은 없나 보다. 근처에 사는 사돈도 툭하면 반찬을 주는데 내가 독거노인이라고 불쌍하게 봐주나 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함께 살아야 한다. 서로 도우면서 살라는 것인데 나는 남을 돕지 못하면서 도움만 받는 것 같다. 한 마디로 양심이 없다. 이렇게 남을 돕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이런 사람은 착한 마음을 타고 난 것일까? 나는 도무지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서울 깍쟁이라 그런가. 나도 지금부터 아주 사소한 거라도 남을 도우며 살아야겠다.

  요가 회원 중에 나보다 12년 아래인 사람이 있는데 몇 년 전부터 치매약을 먹는다고 했다. 20년 전부터 요가를 했는데 요새는 요가 오는 걸 잊어버려 오는 날보다 안 오는 날이 더 많다. 오늘 아침에는 요가 가면서 전화를 했다. 역시 오늘도 요가 가는 걸 잊고 있었다. 빨리 오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요가에 가서 앉아 있으니 조금 후에 부지런히 들어온다. 내가 아직 그나마 정신이 약간이라도 멀쩡한 것은 이런 사람을 도우라는 뜻인가 보다. 다른 건 못 해도 이거라도 꾸준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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