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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2025. 9. 12. 거금 25만원 내고

by 아~ 네모네! 2025. 9. 18.

거금 25만원 내고

이현숙

 

  건대병원 가는 날이다. 새벽기도 다녀오자마자 아침을 먹고 병원으로 갔다. 얼마 전 내과에 갔더니 소변검사에서 혈뇨가 나온다고 비뇨기과에 가서 검사해 보라고 했다. 비뇨기과에 가서 소변검사를 하니 여기서도 혈뇨가 나온다며 초음파를 찍었다. 신장에 혹이 있다고 큰 병원 가서 CT를 찍어보라고 한다. 그래서 건대병원에 예약을 했다.

  오늘도 소변검사를 하고 CT도 찍을 것 같아 소변을 참고 갔다. 원무과에 가서 번호표를 뽑고 순서가 오기를 기다렸다. 진료의뢰서를 내고 카드 결제를 한 후 비뇨기과에 가서 번호표를 빼고 또 기다렸다. 순서가 되어 진료실로 들어가 의사에게 동네 의원에서 준 검사결과서를 내고 현재 먹고 있는 약과 알러지를 일으켰던 약을 알려주고 진료계획서를 받았다. 간호사에게 자세한 주의 사항과 진료순서를 적은 종이, 소변량 측정서도 받았다. 우선 원무과에 가서 다시 병원비를 내고 채혈실에 가서 피를 뽑았다. 소변검사는 CT를 찍은 후에 하려고 소변 컵만 받아가지고 나왔다. CT 찍을 시간까지 1시간 반 정도 남아서 영상 등록기를 찾아 동네 의원에서 찍은 초음파 영상을 올렸다. 원무과 앞에 앉아 마냥 기다리다가 영상의학과로 가서 또 접수를 하고 기다렸다. 이름을 불러서 안으로 들어가니 컵을 주면서 물 세 컵을 마시고 들어오란다. 평소에 물을 잘 안 마시다가 억지로 마시려니 토할 것 같다.

  안으로 들어가니 주사 바늘을 꼽기 위한 장치를 손에 끼우기기 위해 오른쪽 손목의 핏줄을 찾아 찔렀는데 혈관이 터졌다고 다시 뺀다. 왼쪽 손을 한참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다시 꼽는다. 이번에는 무사히 잘 들어갔다. 늙으니 혈관이 약해져 주사를 맞을 때 툭하면 혈관이 터진다. 오늘 거금 25만원 내고 세 방 찔렸다. 다 노화에 의한 것이니 어쩌겠는가. 대책이 없다.

  옷을 갈아입고 CT 촬영실로 들어가 기계에 누우니 만세를 하란다. 시키는 대로 하고 있으니 주시기로 조영제를 투입한다. 들어갈 때 몸이 뜨거워지는 건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미리 알려준다. 과연 온몸이 후끈 달아오른다. 기분이 별로다. 그래도 별 어려움 없이 잘 찍고 내려왔다. 다시 채혈실로 가서 소변을 받아 제출하고 집으로 왔다. 소변도 맘대로 못 보고 참아야 하니 영 불편하다. 맘 놓고 먹고, 맘 놓고 쌀 때가 그립다.

  다음에는 병원 가기 3일 전부터 소변량을 측정해야 한다. 토요일에 지인들과 산행하며 다음 화요일에는 산행할 때 소변 컵을 가지고 가서 받아야 한다고 말했더니 봉은씨가 산행하는 날은 땀을 많이 흘려 소변량이 적게 나오니까 월요일에 받는 게 어떠냐고 한다. 생각해보니 그럴 것 같아 월요일부터 4일간 받기로 했다.

  어제 하루 해보니 보통 번거로운 게 아니다. 시간에 맞춰 기입해야하니 가급적 참았다가 한 번에 받으려고 노력했는데도 하루에 여덟 번이나 갔다. 오늘은 산에 가서 측정하려고 소변 컵을 가지고 나왔다. 등산 갈 때 소변 컵 가져가는 것은 난생 처음이다.

  일단 청계산입구역에서 내려 화장실에 갔다. 소변을 받아서 핸드폰에 시간과 양을 적고 소변을 버린 후 물로 잘 닦아서 다시 배낭에 넣었다. 산행이 끝날 때까지 참아보려 했으나 안 돼서 중간에 숲으로 들어가 컵을 대고 소변을 본 후 양을 측정하고 쏟아버렸다. 휴지로 컵을 잘 닦아 배낭에 넣었다. 이거 참 엄청 번거러운 일이다.

  목요일은 수필 교실 가는 날이다. 또 소변 컵을 챙긴다. 어떤 때는 깜빡하고 그냥 누다가 놀라서 얼른 멈추고 컵을 댄다. 반 정도 흘려보낸 것 같아 모은 양의 두 배로 기록했다. 컵을 제대로 대지 못해 옆으로 샐 때도 있다. 이럴 때는 대충 늘려서 기록했다. 잊지 않으려고 변기 뚜껑 위에다 컵을 올려놓았다. 이거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다.

  노인들은 검사받기도 힘들다. 옛날 같으면 혈뇨가 나오는지 신장에 혹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살다가 죽었을 텐데 의술이 발달하고 정기검진이 생활화 되면서 병을 미리미리 찾아내어 치료한다. 이상이 있다는데 그냥 두기도 찝찝하니 자꾸 검사를 하게 된다. 모르는게 약이란 말도 있는데 모르고 있다가 병이 진행되어 빨리 죽는 게 더 좋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공연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사는 게 좋은지 저렇게 사는 게 좋은 건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큰 고통 없이 빨리 죽는 병에 걸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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