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될 거 아냐
이현숙
내과에 고혈압약을 타러 갔는데 세 달 전 건강검진 했을 때 혈뇨가 있었다며 다시 검사해 보자고 한다. 소변검사를 하니 여전히 혈뇨가 나온다고 비뇨기과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면 좋겠다고 한다.
건대병원에 예약하려고 하니 환자가 많이 밀려 20일 정도 기다려야 한단다. 일단 예약을 해놓고 인터넷을 찾아 보았다. 사가정역 부근에는 비뇨기과가 없어서 면목역에 있는 연세엘의원으로 갔다. 다시 소변검사를 하니 여전히 혈뇨가 나온다며 혈액검사를 하고 초음파 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이틀 후 다시 가서 소변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했다. 혈액검사에서는 별 이상이 없고 오늘은 혈뇨도 없다고 한다. 초음파검사 결과 신장에 혹이 두 개 있는데 한 개는 1.2cm이고 하나는 좀 더 작다고 한다. 큰 병원에 가서 CT를 찍어보는 게 좋겠다고 해서 건대병원에 예약했다고 하니 진료의뢰서와 초음파 검사 CD, 혈액검사서를 챙겨준다. 그러면서 건대병원 가기 전날 한번 더 오라고 한다. 소변을 자주 보냐고 해서 남들보다 자주 본다고 하니 배뇨장애약도 15일치 지어준다.
친구들 카톡방에 이런 사정을 올렸더니 약사인 친구가 자기 남편도 혈뇨 진단 받은 지 50년 됐는데 여러 가지 검사를 했지만 지금까지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요즘 약 먹으며 전전긍긍 날짜 가기만 기다리고 있자니 이런 내 꼴에 은근 부아가 치민다. '에이썅! 죽으면 될 거 아냐.'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생로병사는 모든 생물의 숙명이다. 일단 태어났으면 늙고 병들어 죽는 게 빼도 박도 못 하고 멈출 수도 없이 계속 가야 하는 길이다. 이건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런데 이것은 머릿속에 든 생각뿐이고 마음은 평생토록 죽음을 두려워하며 안절부절 지낸다. 다른 동물도 이토록 죽음을 두려워할까. 죽음 너머의 세상을 볼 수 없으니 더 두려운 것 같다. 거기서 온 사람도 본 적이 없고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으니 더 무섭다. 언젠가는 꼭 통과해야하는 문인데 좀 더 의연하고 우아하게 갈 수는 없을까. 아마도 이건 모든 인류의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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