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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2025. 8. 17. 지니와의 대화

by 아~ 네모네! 2025. 8. 17.

지니와의 대화

이현숙

 

"내년 서울 가게 되면 한번 뵙고 어머니 유품 전해드려도 될까요?

저희 어머니가 선생님을 참 좋아하셨어요. 과묵하시고 이해심 깊으셔서 저희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산 같은 분이시라고.

저도 선생님처럼 어머니를 모셨더라면 좋았을 텐데.

저는 잔소리꾼이었네요..."

 

  용진샘 딸 지니가 보낸 글이다. 딸 이름의 끝자가 ''이라서 닉네임을 '지니'라고 했나보다. 지니라고하니 알라딘의 요술램프에 나오는 지니가 생각난다.

  용진샘 딸은 한국 있을때 본 적이 있다. 용진샘이 돌아가셨을 때 면목로터리 카톡방에 사망 소식을 알려줬다. 등산하다가 열사병으로 사망했다고 하기에 그날 함께 산행했느냐고 물었더니 나중에 카톡전화를 드리겠다고 하더니 얼마 후 전화가 왔다. 망우산에 올라가고 있는데 그날 엄마와 같이 산행했다고 하며 구구절절 설명을 해준다.

  엄마와 자기, 호선생님과 일본 여자, 이렇게 네 명이 갔단다. 엄마는 평소처럼 네 명분의 도시락을 싸 왔는데 무거울 것 같아 자기를 달라고 했더니 괜찮다고 혼자 다 지고 올라갔단다. 한참 올라가다가 민둥산이라 그늘도 없고 길도 험해서 그냥 내려가자고 했더니 용진샘은 더 가겠다고 해서 혼자 내려왔단다.

  한참 내려오는데 호선생님이 전화해서 용진샘이 어지럽다고 하며 토해서 911을 불렀다고 하더란다. 구급대가 오기 전에 자기가 응급조치라도 해볼까 하고 다시 올라가는데 일본 여자가 혼자 내려오더란다. 헬기가 와서 용진샘과 호선생님은 타고 가고 자기는 탈 자리가 없어서 그냥 내려온다는 것이다.

  호선생님에게 전화해서 어느 병원으로 가는 거냐고 물어 그 병원으로 가니 용진샘이 없어 다시 전화하니 다른 병원으로 갔단다. 다시 그 병원으로 가보니 벌써 의식이 없더란다. 그래도 치료하면 낫겠지 하며 기다리는데 의사가 나와서 임종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너무 놀랐다고 한다. 호선생님은 더 충격을 받아 정신을 못 차려서 지니가 의사를 불러 이분도 치료해달라고 해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결국 용진샘은 돌아가시고 장례식을 치르게 되었다고 한다. 유골함은 어떻게 했느냐고 하니 자기 집에 모셨다고 한다. 유골함을 한국에 있는 아버지 옆에 모실 거냐고 하니 그러려고 생각했었는데 그냥 산에 뿌려야겠다고 한다. 평소 호선생님과 산행을 많이 해서 물어봤더니 용진샘이 죽어서 남편 옆에 가면 답답할 것 같다고 자기는 산을 좋아하니 산에 뿌려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하와이 계신 이모는 건강하냐고 물었더니 그렇지 않아도 그 이모가 몸이 안 좋아 요양병원에 갔는데 거기 있기 싫다고 집으로 다시 오는 바람에 용진샘이 보살펴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너무 무리했던 것 같다. 내년에 자기가 한국 오려고 하는데 그 때 만나서 용진샘 유품을 나에게 전해주고 싶다며 지금도 용마산 밑에 사느냐고 한다. 그렇다고 하니 알았다고 하며 전화를 끊는다.

  그 후 호선생님이 헬기 구조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냈다. 미국은 911도 유료라서 비싸고 헬기까지 부르면 억대로 나올 수도 있다는데 어떻게 했나 걱정된다. 호선생님은 자기가 잘못해서 용진샘이 죽었다고 자책하는 것 같다.

  그 후 딸이 영결 미사 사진도 보냈는데 활짝 웃는 모습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사진 옆에 있는 유골함도 화려하고 아름답다.

  인생이란 이런 것인가. 잠시 지구로 소풍 왔다가 고향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용진샘이 그 영원한 안식처에서 편안한 삶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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