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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100일간의 세계 일주 8 (마다가스카르 )

by 아~ 네모네! 2025. 1. 1.

12월 31일 마다가스카르 1일차

   드뎌 마다가스카르 도착이다. 1박 2일로 바오밥 거리 가는 걸 신청했지만 떨어져서 꿩 아니면 닭이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동물원 투어를 신청했다.
  새벽에 시간을 보려고 핸드폰을 찾으니 없다. 2층 침대에서 밑으로 떨어졌나보다. 금형씨가 전화를 해도 안 들린다. 하긴 비행기 모드로 해놓고 와이파이도 꺼놨으니 당연하다. 아침에 일어나 금형씨가 핸드폰 후레쉬를 켜서 침대 밑을 비추니 안쪽 구석에 떨어져 있다. 손이 닿지 않아서 할 수 없이 침대밑으로 기어들어가  꺼내고 보니 배터리도 떨어져 있다. 꺼내보니 금형씨 것이란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안 가지고 왔나 했다는 것이다.
  14층에서 아침을 먹고 나오면서 입구에 걸린 커다란 영춘 깃발을 찍었더니 여자 직원이 다가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한다. 친절한 마음씨가 고맙다.

  오늘도 옵션 투어를 따라갔다.  동물원과 재래시장에 가는 옵션이다. 배에서 나가니 쿵작 쿵작 소리가 난다. 환영하는 춤을 추고 있다.

  여러 대의 밴을 타고 갔는데 타기가 힘들게 상겼다. 겨우 올라타려다가 미끌어져 정갱이가 부딪쳤다. 나중에 방에 와보니 정강이에 피도 흐르고 멍도 들었다, 말 그대로 정강탱이 밤탱이 됐다. 에어컨도 안 되고 마이크도 없다. 현지 가이드가 영어로 하니 대충 짐작만 한다.
  가다가 차가 멈추기에 나가보니 다른 차의 바퀴가 펑크 나서 한창 교체 중이다.

  동네 아이들이 나와 있다. 우리는 얘들을 구경하고 얘들은 우리를 구경한다.수리가 끝난 후 다 함께 다시 출발했다. 비포장길에 비까지 내려 이리 저리 흔들리며 달려간다.

  동물원 앞에 도착하여 화장실에 가니 수세식은 수세식인데 양동이에 물을 받아놓고 바가지로 퍼부어야 한다.
  동물원 안으로 들어가니 여러 종류의 여우 원숭이와 거북이, 카멜레온 등이 있다. 원숭이를 키워서 자연으로 돌려 보낸다는데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이드가 우리 안으로 들어가 카멜레온을 찾아서 보여준다. 카멜레온은 환경이나 감정에 따라 색이 변한다고 한다. 금형씨가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는데 이 놈이 갑자기 셀카봉에 올라오더니 금형씨 팔로 올라온다. 다른 사람의 손에도 올라간다. 거의 애완동물이 된 듯하다.

   가이드가 한 나무로 다가가더니 잎을 따서 냄새를 맡아보라고 한다. 향이 진하다. 시나몬 트리라고 한다.

  동물원을 나와  독립가도로 갔다. 야자수가 멋지다. 여기서 사진을 찍고 재래시장으로 갔다.

흰구름과 금형씨는 현지인들이 입는 치마를 샀다. 커다란 스카프 같이 생겼는데 허리에 두르는 것이다. 나는 입을 용기가 안 나서 포기했다.

  재래시장에서 나와 항구로 돌아왔다. 배에 들어와 잠시 쉬다가 선내 극장에서 하는 마다가스카르 전통 공연을 보았다. 어찌나 격렬하게 두드리고 흔들어 대는지 100만 볼트 전기에 감전된 듯하다. 나중에는 관객들도 무대로 불러 올려 같이 춘다. 어찌나 긴박감이 넘치는지 1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저녁식사 후 미리 잠을 잤다. 11시 30분에 카운트 다운 파티가 있다. 그냥 내처 잘까 하다가 금형씨와 흰구름이 나가기에 뭉기적 거리다가 나왔다. 금형씨가두 사람 다 개목걸이를 안 가지고 나왔다는 것이다. 수영장에 올라가 두 사람을 만났다. 한 바탕 공연을 한 후 30초 전부터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내 생전에 이런 거 해보기는 처음이다. 한국에서는 보신각 종소리도 보러 간 적이 없다. 종로 5가에서 태어나 평생 서울서 살았는데도 말이다. 암튼 현숙이 요새 엄청 출세했다.

2025년 1월 1일 마다가스카르 2일차

   밤 12시가 넘어 새해가 되자 민우씨가 해피 뉴 이어라고 쓴 종이를 들고 돌아다닌다. 우리도 이걸 들고 사진을 찍었다.
  오늘은 캐나다 아저씨 부부와 자유여행 나가기로 했다. 이 부부는 이민 40년이라 영어가 청산 유수다. 어제 민우씨가 가르쳐 준 팡갈랑 운하에 가기로 했다. 툭툭이를 타고 운하에 가서 유람선을 탔다.

  이 운하는 1896년에 15km를 손으로 팠다. 그래서 강물에 연결했는데 총 길이 600km다. 물 위를 달리니 시원해서 좋다. 곳곳에 물놀이 하는 아이들이 보인다. 세상 근심 없어 보인다. 어쩌면 이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우리나라 아이들보다 높을 것 같다.

  가다가 통나무가 물에 박힌 걸 보고 끌어다가 강변에 올렸다. 통나무가  터빈에 걸리면 망가진단다. 가이드와 기사가 물로 들어가 통나무를 줄로 묶어서 땅으로 끌어 올렸다. 캐나다 아저씨가 돕겠다고 양말 벗고 나서니 됐다고 한다. 자신은 손님이라고 가만히 앉아있을 수도 있는데 이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존경스럽다.

  물 먹으러 나온 소도 보이고 설거지 하는 여자들과 빨래하는 여자들도 보인다.

  한 시간 쯤 가서 어떤 마을에 배를 댔다. 한 소년이 카멜레온을 손에 들고 만져 보라고 한다. 촉감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팁을 줘야 하는데 깜빡했다.
  동네 소녀들은 춤을 추며 환영한다. 금형씨와 흰구름도 같이 추고 1달러씩 준다. 1달러면 하루를 산다는데 이들에겐 큰 벌이가 될 듯하다. 소리가 커야 자신을 알릴 수 있으니 악을 악을 쓴다.

  동네를 지나니 인도양이 나타난다. 바닷가에 어선이 가득하다.

   다시 동네를 지나 다른 선착장까지 걸어갔다. 가다가 가이드가 한 열매를 보여주며 브레드 후루트라고 한다. 이걸로 빵을 만드는지 아니면 빵맛이 나는지 모르겠다.

  선착장을 출발하여 조금 오더니 주유소에 들린다는 것이다. 이 시골에 웬 주유소인가 했더니 한 청년이 기름통 두 개를 가져와 물가에 놓고 사라지더니 또 한 통을 가져온다. 가이드가 배에 싣더니 이곳 기름이 싸다고 한다. 빈통 세 개를 물가에 던져놓고 다시 출발했다.

  잠시 가더니 또 멈춘다. 대나무와 갈대더미가 물길을 완전히 막아서 갈 수가 없다. 가이드가 갈대더미를 잡고 배가 움직이면서 길을 낸다.

  다시 출발하여 부두로 돌아왔다. 우리를 태웠던 툭툭이가 와서 기다리고 있다. 시내로 돌아와 바닷가에서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였다. 혜정씨가 준 구운 몌추리알을 안주로 먹었다. 설명회 때 들었던 THB 맥주다.
Three Horse Beer라더니 말 세 마리가 그려져 있다.

  다음은 다른 가게로 가서 떡볶이와 김밥을 시켰다. 떡볶이 맛이 칼칼하니 먹을 만하다. 김치도 있고 후식으로 파인애플 두 쪽도 준다.

  이렇게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툭툭이를 타고 항구로 돌아왔다. 셔틀버스에서 내려 바닷물을 보니 물고기도 많고 바위에 성게도 많다. ID 카드를 찍고 배에 올랐다. 배에 오르니 집에 온 듯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