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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100일간의 세계일주 7 레위니옹

by 아~ 네모네! 2024. 12. 31.

12월 29일 (일) 레위니옹

  오늘은 레위니옹에 왔다. 배에서는 로밍도 안 되고 인터넷도 안 된다. 할 일이 없다. 아침 6시에 여권을 나눠준다고 해서 일찌감치 일어났다. 여권은 방으로 직접 와서 나눠주고 사인을 받아간다.
  어제 새로 받은 선내 데이터를 쓰려니 자동 연결이 안 된다. 자동 연결이 꺼져 있다고 해서 다시 아이디 치고 비밀번호 치고 하려니 임청 번거롭다. 5층에 가서 물어보니 잘 모른다. 가현씨가 해줬을 때는 자동 로그인으로 해줬는데 아쉽다.
  옵션 투어 집합장소로 갔지만 버스가 안 왔다고 40분이나 나가지 못하고 기다렸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다. 버스에 타서도 뭘 죙일 설명하느라고 떠날 상각을 안 한다. 중국어와 영어로 하는 옵션이다. 영어도 모르겠고 중국어는 더 더욱 모르겠다. 흰구름이 중국어 가이드에게 버스에 돌아오는 시각만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버스는 냉방도 안 되서 창문을 열고 갔다. 버스 안의 온도가 33다. 내 옆의 아저씨는 터키 사람인뎨 한국에 두 번 왔단다. 부산도 가고 제주도도 갔단다. 나도 터키에 갔을 때 사진을 보여주니 파묵칼레와 카파도키아를 보며 좋아한다.
  레위니옹 입국심사는 간단하다. 직원이 버스로 직접 올라와서 여권 사진과 얼굴을 대조하면 끝이다.
  2000미터가 넘는 피통 마이도 전망대를 향해 급커브길을  올라간다. 피통 마이도인지 피똥을 많이도 쌓는지 외우기도 힘들다.  멀미도 나고 화장실도 급하다. 중간 휴게소에 도착하니 안개가 자욱하다. 기온도 뚝떨어졌다. 정상에 도착하니 18도까지 내려갔다.

 

  산에는 타마린나무가 많다. 그런데 산불이 나서 새카맣게 탄 나무들이 많다. 하이킹 온 사람들이 잘못해서 불이 났단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곳곳에서 텐트도 치고 고기도 굽고 있다.
  정상에 올라가니 눈에 뵈는 게 없다. 하지만 안개가 기득하여 환상적인 분위기다. 모든 일의 계획은 사람에게 있을지라도 일의 결국은 여호와께 있다는 말이 딱 맞는다.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니 대책이 없다. 자전거 타는 사람도 많고 하이커들도 많다.
  일요일이라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진다. 길은 좁은데 버스끼리 만나면 비켜나가느라 진땀을 뺀다. 61번 버스를 만나 간신히 비켜 나오니 다들 박수를 친다.
  한참 내려와 아까 쉬었던 휴게소에 오니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여기에 제라늄 오일 공장도 있고 판매도 한다. 커다란 증류통도 보인다. 제라늄 오일은 뭐에 쓰는 건지 모르겠다.

  오일 공장을 나와 생질이란 해안 마을로 갔다. 바닷가로 가니 썬텐을 하는 사람들이 모래 사장에 가득하다. 흰구름과 양말을 벗고 인도양 물에 발을 담갔다. 별로 차지는 않았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 근처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메뉴판을 갖다 주는데 뮈가 뭔지 모르겠다. 아는 거라곤 바닐라 아이스크림 밖에 없어서 이걸 시켰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마침 로밍도 되니 금상첨화다. 일주일 동안 블로그가 안 열려서 애를 태웠는데 깔끔하게 해결하니 며칠 밀린 똥 눈 것처럼 날아갈 듯하다.
  집합 시간에 버스에서 내린 곳에 와보니 버스가 안 보인다. 옆의 작은 길로 들어가 보니 야자나무가 멋있다. 금형씨는 나무에 매달리는 포즈를 취한다. 장난기가 넘친다.

  생질 마을을 떠나 항구에 오니 우리 배가 보인다. 오늘은 꼬부랑길을 오르내리느라 멀미가 심해서 녹초가 됐다.
  오늘도 1시간 늦춰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12윌 30일 항해 1 (레위니옹에서 마다가스카르)

  오늘은 오전에 스케줄이 없어서 느긋하게 일어났다. 14층 가서 아침 먹고 갑판 돌기를 했다. 오늘은 무슨 공사를 하려는지 중간을 통제해 놓았다.

  방에  오니 문 앞에 붙여놓은 풍선의 테이브가 떨어져 머리가 숙여졌다. 다시 잘 붙이려다가 빵 터졌다. 10일만에 생을 마감했다. 그래도 하루살이에 비하면 오래 산 것이다.
  요즘 제주항공의 무안공항 사고로 떠들썩하다. 5번 동생이 179명 사망했다고 올렸다. 어제 레위니옹 관광하고 돌아올 때도 중국어 통역사가 우리에게 한국에서 큰 사고 난 것 아느냐고 물었다. 온 세계에 소문 다 났다.
  해외에서 이토록 큰 사고 소식을 들으면 더 참담하고 기가 죽는다. 오래 전 중국 가서 발 맛사지 받는 중에 노무현 대통렴 자살 소식이 TV화면에 뜨는 걸 보고 놀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해외에 오면 더 대형사고가 많이 터지는 느낌이다. 성수대교 사고도 이태원 사고도 모두 해외에서 들었다.
  오늘은 그동안 밀린 빨래를 했다. 방에 있는 고리란 고리마다 걸고 빨래줄도 매어 가득 걸었다. 오늘도 피난민 수용소로 변했다.
  세재 냄새가 심해서 오늘은 평소의 반만 넣었는데도 냄새가 난다. 냄새를 피해 7층에 가 있는데 우리 옆 소파에서 한국인들이 열심히 이야기 한다. 사교계의 여왕 흰구름이 다가가 말을 건다. 옵션 투어 떨어진 곳에서 나갈 때 같이 기면 좋겠다고 카톡 친구도 맺었다. 캐나다 사는 사람이라 영어도 능통하다.
  다음은 '마다가스카르어 배우기' 교실에 갔디.

  바사하,는 외국인이란 뜻이다.
알레파는 가자, 살라마는 안녕?
이니버블은 어떻게 지내?
돈을 달라고 하면 '지미시'라고 말하고 주지 말아야 한다. 돈을 주면 계속 구걸하면서 학교도 가지 않는다.
  외국인에게는 바가지 씌우니까 무조건 깍아야 한다. 화장실은 더럽고 화장지도 없으니 화장지를 가지고 가야한다며 꼭 필요한 정보를 알려준다.
  현지 돈도 보여 주면서 이건 몇 유로에 해당하는지 설명해준다. 신용카드는 쓸 수 없으니 현지 돈을 바꿔서 쓰라고 한다.

  강의가 끝나고 점심 식사를 하러 갔다. 반바지는 입장이 안 되서 금형씨는 긴바지를 입으러 방으로 갔다.
  식사 후 6층 매점에 가니 복주머니 샘플이 있다. 주류를 담아준다는데 2만엔이다. 20만원이나 한다. 거져줘도 못 가져가겠다.

  식사 후 갑판을 도는데 아직도 작업중이다. 천장에 걸린 구명정 점검을 하는지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리고 터빈이 돌아간다. 퉁소 할아버지는 연습하던 장소가 통제 중이라 자리를 옮겼다.
  방에 와서 쉬다가 마다가스카르의 토아마시나 항구에 대한 설명을 들으러 갔다. 토하는지 마시는지 이름도 어렵다.

  마다가스카르 생물의 90%가 고유종이다.대륙에서 분리됐다.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이다. 여기서 토아마시나는 2번째로 큰 도시다. 왕이 여기 와서 물을 맛 보고 짜다고 해서 소금기가 있다는 뜻이다.
항구에서는 서틀버스 타야한다.
바다에는 상어가 출몰하므로 물에 못 들어간다. 택시기에는 미터기 없으니 미리 흥정해야 한다.
현지인들은 바오밥 나무는 영혼이 깃든 나무라고생각한다.
치안이 나쁜 편이다. 신년에 많은 사람이 모여 치안이 더 나쁠 것이다.
가방은 앞으로 매고 신용카드는 안 가지고 간 게 좋다.
소매치기가 많으니 카메라도 가방에 넣는 게 좋다. 하루 1달러 이하로 사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
여러명 모여 다니는 게 좋다. 생수도 패트병 물만 마시는 게 좋다.
  방에 오니 일본어 반을 운영하는 배수진씨가 보낸 새해 인사가 꽂혀있다. 일본어로 쓰고 그  밑에 한국말로 썼다. 스캔으로 찍었더니 짤려서 이금형님이 형님으로 됐다.

  저녁식사 후 주디라는 영화를 보러갔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온 소녀 주인공의 일생을 그린 영화다. 어려서부터 너무 통제된 생활을 해서 완전 신경쇠약에 걸린 듯하다. 결국 5번의 결혼도 실패하고 아이들과도 이별하면서 46세에 사망하고 만다. 화려한 스타의 삶보다는 평범한 삶이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