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일 항해 1 (마다가스카르에서 남아공으로)
오늘도 아침 식사 후 갑판을 돌았다. 구명 뗏목 옆 벽에는 사용법이 그려진 안내문이 붙어있다. 요걸 보니 살짝 겁이 난다. 사용할 일이 없기를 빌어본다.
밀린 빨래를 해서 주렁주렁 널어놓고 5층으로 내려갔다. 리우데자네이로와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관광을 취소하기 위해서다. 이제 아는 사람도 많아졌으니 남들 가는 데로 따라가면 될 것 같다. 부지런히 간다고 했는데도 대기 번호가 153번이다. 미리 가서 대기표 먼저 받은 후 10시에 다시 와야 하는데 깜빡 했다.
민우씨는 그제께 운하관광을 옵션으로 따라 갔는데 100달러라고 했다. 우린 40달러에 배를 전세 내서 관광하고, 밥 사 먹고, 맥주 먹고, 맥주 캔을 네 개나 사가지고 들어왔다. 거기다 우리 맘대로 즐길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고다. 5층에는 자리가 없어서 7층 의자에 앉아 있다가 수시로 번호를 확인하러 가봐야 한다. 세상 구경하기 참 힘들다.
두 시간을 기다려 겨우 취소했다. 금형씨와 흰구름은 포트엘리자베스 까지 취소 하느라 2만원씩 취소료 물었는데 난 이거 신청 안 한 줄도 모르고 있다가 바우처를 찾아보니 없다. 그래서 신청 취소할 일도 없었다. 멍청해서 돈 벌어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멍청한 년은 가만 있어도 돈 번다.
취소를 마치고 6층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후식과 커피는 생략하고 14층 가서 과일을 먹었다.
다음은 영어회화 반으로 갔다. 화면에 올린 것을 찍은 후 보면서 더듬거리다가 왔다.
다음은 일본의 설날 보내는 법 강의를 들었다. 붉은 밥을 먹는데 붉은색이 악귀를 쫓는다. 검은 콩은 부지런히 일하라는 뜻이다. 그 밖에 노래 부르기, 연날리기, 팽이 치기를 하는데 연은 남자 아이가 건강하게 쑥쑥 잘 자라라는 뜻이고 팽이는 그 축이 바르게 서서 돌아가니 모든 게 잘 돌아가라는 뜻이다. 눈을 가리고 얼굴 만들기도 하는데 이상한 얼굴이 되어 웃으면 복이 온다는 것이다. 이런 모든 것은 복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강의가 끝난 후 체험하기를 했다. 우선 종이에 소원을 적어서 줄에 걸기를 했다. 나는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빌었다.
다음은 눈 가리고 얼굴 만들기를 했다. 작은 상자에 종이로 눈, 코, 입, 눈썹을 만들어 넣고 눈을 가린 후 종이를 집어서 얼굴판에 갖다 놓는 것이다. 손으로 집어도 이게 눈 인지 코인지 모르겠다. 대충 갖다 놨더니 웃기는 짬뽕 같은 얼굴이 되었다. 시간 제한이 있어서 눈도 하나뿐인 애꾸가 되었다.
다음은 종이 뱀으로 종이꽃을 집어서 상자에 넣는 게임이다. 종이로 만든 뱀의 입을 벌려서 집어야 하는데 영 집기가 어렵다. 그래도 악착같이 집어서 다섯 개 넣었다. 이거 잘 한다고 떡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뭘 먹겠다고 이렇게 열심히 하는지 모르겠다. 공부를 이렇게 집중해서 했으면 박사 학위 열 개는 땄겠다.
다음은 유카타 입어보기를 하러 갔다. 일본 옷은 모두 기모노인 줄 알았더니 용도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유카타는 일본 여인들이 집안에서나 산척할 때 입는 옷이다. 표백한 거친 면을 사용하여 홑겹으로 만든다.
일본 사람이 입혀주는데 어찌나 세게 조이는지 먹은 밥이 올라올 지경이다. 다 입은 후 걸어 나오려니 치마폭이 좁아서 발걸음을 떼기도 힘들다. 일본 여인들이 왜 종종 걸음으로 걷는지 이해가 된다.
다음은 붓글씨로 신춘 휘호를 쓰는 곳으로 갔다. 남들은 한자로 멋지게 휘갈겨 쓰는데 우리는 한글로 그냥 소원을 적었다. 한 어린 아이가 왼손으로 정성껏 쓰고 있는 모습이 귀엽다.
여기까지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14층 부페로 가니 설이라고 붉은밥을 했다. 먹어보니 찰밥이다. 쫀득쫀득하니 맛있다. 어묵을 보니 뱀 사巳 자를 넣어 만든 것이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너무 먹었더니 배가 터질 지경이다.
갑판으로 나가니 해가 지고 있다. 저녁 노을이 예쁘다. 안으로 들어오니 '피스보트 40년사' 전시회를 하고 있다. 세계 평화를 위해 40년간 참 많은 일을 했다. 2017년 노벨 평화상도 받았다고 한다.
전시회를 보고 방으로 오려는데 극장에서 웬 음악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들어간다. 따라 들어가보니 뭔 묘기 대행진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퍼포머 창행의 저글링 쇼다. 갖가지 도구로 묘기를 펼치는데 얼마나 기기묘묘하게 움직이는지 내 손에 땀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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