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의 부산 여행
이현숙
기간 : 2024년 10월 8일 ~ 2024년 10월 14일
장소 : 부산
티엔티 여자들 다섯 명이 가을여행을 떠났다. 이번에는 정연씨 고향인 부산의 갈맷길을 걷기로 했다.
10월 8일 출발
드디어 출발이다. 몇 달 전부터 순환 씨가 기차표 예매하고 정연씨가 맛집도 알아보며 준비했는데 별 탈 없이 출발하게 되어 다행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빵 한 쪽 먹고 사가정역으로 갔다. 출근 시간이라 전철 타기도 힘들다. 무거운 짐을 지고 들고 꼬빡 서서 갔다. 강남구청역에서 분당선으로 갈아타니 여기도 만원이다. 한참 서 있다가 경로석 쪽에 빈자리가 보여 겨우 앉았다. 앉아서 넋 놓고 있다가 갑자기 정신을 차려보니 수서역이다. 출입문이 닫히려는 순간 용케 빠져나왔다. 승강장 의자에 앉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차 하는 순간에 복정역까지 갔으면 어쩔 뻔했나.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기차를 놓치면 표도 없을 텐데 혼자 버스 타고 부산 가서 해운대에 있는 한화 콘도까지 찾아가려면 얼마나 당황스러웠을지 생각만 해도 진땀이 난다.
수서역 SRT 타는 곳 개찰구 앞에 가니 아무도 안 보인다. 정연씨와 명수 씨가 여기서 타기로 했는데 이상하여 카톡방에 나 왔다고 올렸는데 보지도 않는다. 개찰한다고 불은 깜빡이는데도 안 보여서 안쪽으로 가보니 두 사람이 보인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승강장으로 들어가 기차를 탔다. 나는 내 좌석이 12C라고 생각하고 거기 앉아있었다.
동탄에서 순환 씨와 양숙 씨가 타더니 날 보고 거기가 아닌 것 같다고 한다. 다시 핸드폰을 보니 13C이다. 실수 연발이다. 이래가지고 7일간의 부산 여행을 잘 마칠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 순환 씨는 코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어 다쳤나 했더니 그게 아니고 피부암 수술을 받았단다. 그래도 씩씩하고 활기차게 여행 다니니 보기 좋다.
잠시 앉아있으니 대전역에 도착한다. 대전에 오니 한남대에서 근무하는 아들 생각이 난다. 대전역에 도착했다고 카톡을 날렸는데 와이파이가 약한지 가지를 않는다.
부산역에 내려 돼지국밥 45년 전통집에 갔다. 유명한 맛집인지 사람들이 선 줄이 길다. 한참을 기다렸다가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다. 돼지국밥은 생전 처음이라 은근 걱정했는데 먹어보니 냄새도 별로 안 나고 먹을 만하다.
식당에서 나와 1003번 버스를 타고 해운대 한화리조트로 갔다. 명수 씨가 한화리조트 회원이라 50% 할인을 받아 저렴한 가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해운대는 신라의 대학자 최치원 선생이 이곳 경치에 반해 이곳을 자신의 아호를 따서 해운대라 하였다.
방에 들어가서 짐을 풀고 나와 동백섬으로 갔다. 동백섬을 한 바퀴 돌고 호텔로 돌아오다가 교촌치킨에 들어가 치킨과 맥주를 먹고 내일 먹을 빵을 사 가지고 왔다. 3명 방에 모여서 내일 걸을 코스를 의논했다. 일 주일간 걸을 길을 대충 정하고 명수 씨와 우리 방으로 돌아왔다.
10월 9일 갈매길 2ㅡ1 코스
호텔을 나와 편의점에 들어가 정연씨가 제로 맥주를 찾으니 제로 맥주가 없단다. 그러면서 주인 왈 먹고 뻗어야지, 왜 그런 맥주를 먹냐고 하더란다. 미포에서 기차 타려고 간다니까 지지미나 사 먹고 걸어가지, 기차는 왜 타느냐고 한다. 이런 사고방식이니 제로 맥주가 팔릴 리 없다. 그러니까 어디 가도 제로 맥주가 없다.
벤티 카페에 커피를 사러 들어갔다. 가게 앞 탁자에 웬 남자가 멋진 개를 데리고 앉아있다. 개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정연씨와 순환 씨가 몇 살이냐 암컷이냐 수컷이냐 하며 개 구경을 한다.
한참 더 오다가 개 세 마리를 끌고 오는 사람을 만났다. 또 서서 품종이 뭐냐, 이름이 뭐냐 묻느라고 멈춰 서 있다. 이름은 베기라고 하며 한참 얘기하더니 매일 바닷가를 산책시킨다고 한다. 얘네들 주인 참 잘 만났다.
해운대에서 미포까지 걸어가 블루라인 기차를 타러 갔다. 표를 사고 보니 기차 시간이 많이 남아 다시 나와 소금빵을 먹으며 기다렸다. 한글날이라 어디 가나 사람이 많다.
시간이 되어 기차를 타러 갔다. 좌석이 정해져 있지 않아 좋은 자리에 앉으려고 일찍 가서 기다렸다. 일본 단체 관광객들도 있다. 의자가 바다를 보게 되어 있어 구경하기 참 좋다.
종점인 송정에 내려 새꼬시로 유명한 영변횟집으로 갔다. 전에 먹던 새꼬시는 가시가 많아서 먹기 힘들었는데 이 집 새꼬시는 가시가 없어 보들보들 야들야들하니 입에서 살살 녹는다. 오늘 점심값은 정연씨가 냈다.
영변횟집에서 나와 해운대 숙소까지 걷기로 했다. 우선 죽도 공원으로 들어갔다. 조금 올라가니 나뭇가지에 훌라후프가 걸려있다. 명수 씨와 순환 씨가 훌라후프를 돌린다. 엄청 큰데 잘도 돌린다. 송일정 쪽으로 내려가 입구로 다시 나왔다.
송정해수욕장 해변을 걷는데 여기는 윈드서핑 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구덕포를 지나 다릿돌 전망대로 갔다. 해안 근처에 다섯 개의 암초들이 징검다리 모양으로 흩어져 있어 다릿돌이라 한다. 다릿돌 전망대에는 유리로 된 스카이워크가 있다. 유리에 흠집이 나지 않게 헝겊으로 된 덧신을 신어야 한다. 유리 바닥을 걸으려니 바닷 위를 걷는 것 같은 기분이다.
기찻길 위로는 스카이캡슐이 계속 지나간다.
몽돌 바닷가로 내려가니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갈 때마다 차르르 차르르 자갈 구르는 소리가 난다.
조금 더 가니 데크길 아래쪽으로 꽃무릇이 보인다. 내려가 보니 꽃무릇이 불타고 있다. 여기서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다시 올라왔다. 달맞이 터널을 지나 미포 가까이 와서 단팥죽 집으로 들어갔다. 단팥죽도 맛있고 팥빙수도 맛있다.
미포에서 해운대 해변으로 오니 곳곳에 버스킹 하는 사람도 보이고 초상화 그리는 사람들도 보인다. 관광지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어야 분위기가 살아난다.
'돌아봐요. 부산항에' 노래비를 지나 조선호텔까지 오니 어제 걸었던 동백섬 길이 나타난다. 여기서 숙소로 오다가 미역국 집에 들어가 이른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총 17km 넘게 걸었더니 다리가 뻐근하다.
10월 10일 갈매길 2ㅡ2코스
호텔 앞에서 2029번 버스를 타고 남천역에서 환승한다. 이 버스는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데 8시 10분쯤 한화리조트 앞에 온다.
가다보니 ‘이현숙 정신건강학과 의원’이 보인다. 내 이름과 같으니 반갑다. '그런데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남천역에 내려 화장실 찾아 삼만리 하다가 빵집에 들어가 화장실도 가고 빵도 샀다. 다시 131번 버스를 타고 오륙도 스카이워크 앞에서 내렸다.
스카이워크 길을 걷고 오륙도 관광안내소에 들어가 안내를 받았다. 여직원이 엄청 친절하고 자기 안내책도 주었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 하다가 이기대 길로 들어섰다. 이기대는 두 명의 기생이 왜 장수를 끌어안고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하여 二妓臺라고 한단다.
바다를 바라보며 오르락내리락 유유자적 걸었다. 농바위, 치마바위를 지나 동생말까지 걸었다. 유람선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남천동에 가서 언양불고기를 먹었다. 어찌나 야들야들한지 입에서 살살 녹는다. 오늘 점심은 양숙 씨와 순환 씨가 냈다. 양숙 씨는 큰아들이 동탄역까지 태워다주면서 식사하라고 돈을 주고, 순환 씨는 딸이 식사비를 주었다는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금련산역으로 갔다. 부산은 표 파는 기계에 신분증을 넣으니 일회용 전철표가 쏙 나온다. 이건 서울보다 편하다.
전철을 타고 동백역에서 내려 저녁에 먹을 배를 사 가지고 한화리조트까지 걸어왔다. 우리 방에 짐을 내려놓고 3명 방에 가서 배도 먹고 내일 걸을 곳 의논도 했다. 곁들여 내년, 후년에 걸을 남파랑길, 해파랑길 얘기도 하며 그때까지 살랑가 모르겠다고 깔깔거렸다.
10월 11일 오시리아 해변, 아홉산 숲길, 황령산
초읍동 편백숲 길과 어린이대공원으로 가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호텔 앞에서 만난 택시 기사에게 코 끼워서 기장으로 갔다. 기사가 나를 보더니, 어르신이라고 택시 문도 열어준다. 나야 뭐 누가 봐도 어르신이지만 외모로 보나 내모로 보나 어르신과는 거리가 먼 명수 씨는 나와 동갑이란 이유만으로 졸지에 어르신2가 되었다.
오시리아 해변가 용왕단으로 갔다. 모진 풍랑에 숨진 원혼을 달래려고 세운 단이다. 이곳은 오랑대와 시랑대를 합쳐서 오시리아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오시리아 해변 산책을 마치고 아홉산 숲으로 갔다. 아홉산 숲길은 남평문씨 문중에서 400년간 가꾸어온 숲인데 대나무숲이 환상이다. 그런데 대나무는 나무가 아니고 풀이라 한다. 그래서 나이테도 없고 부피로는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서 나와 '하얀집' 식당에 가서 한정식을 먹었다. 오늘 점심은 명수 씨가 쐈다. 음식도 훌륭하고 분위기도 좋다. 여기서 나와 카페로 갔다. '웨이브 온 커피'라는 카페는 방갈로에서 커피를 마신다. 바다를 바라보며 방에서 마시니 좋기는 좋다. 마치 그리스에 온 것 같다.
카페에서 나와 황령산 전망대로 갔다. 부산의 동서남북이 다 보이고 낙동강도 보인다. 광안대교와 해운대가 그림처럼 아름답다. 정상에는 봉수대도 있다. 국가에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다섯 개의 봉화를 올린다고 하더니 불을 붙이는 봉화대가 다섯 개다.
황령산에서 내려와 광안리 요트장으로 갔다. 요트를 타고 광안대교 밑을 지나 광안리 해수욕장까지 갔다 오는데 석양이 일품이다. 우리 앞에는 젊은 커플이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마당입 순환 씨가 신혼부부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양숙 씨는 얼굴이 너무 어려 보인다고 10대인 것 같은데 일 저질러서 결혼한 것 같다고 소설을 쓴다.
요트 투어를 끝내고 호텔로 오다가 길거리에서 어묵과 붕어빵, 가래떡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오뎅 국물에 담긴 가래떡은 첨 먹어본다.
오늘도 온종일 쏘다니다가 어두워서야 돌아왔다. 연일 강행군이다. 세상 구경하려다가 천국 구경할 판이다.
10월 12일 갈매길 4ㅡ1코스, 암남공원
어제 사 온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내일 또 올 거라서 로비에 짐을 맡겼다. 라커는 3시간에 천 원이라고 한다. 로비에 앉아 카페라테 한 잔 마시고 동백역으로 출발했다. 동백역 2번 출구로 나가 1011번 버스를 타고 해동병원에서 내려 그 자리에서 30번 버스를 타고 암남공원까지 갔다.
신호등을 건너 카페에서 빵을 사 배낭에 넣고 암남공원으로 들어섰다. 조금 올라가니 용궁 구름다리가 나온다. 입장료가 천 원씩이다. 이름은 거창한데 실물은 별로다.
용궁 구름다리에서 나와 제1 전망대 쪽으로 갔다. 숲길로 들어서니 한적해서 걷기 좋다. 동백나무길 전망대를 지나니 제1망루가 나온다. 타임슬립길 전망대와 거의 붙어 있다. 두고 전망대 쪽으로 가려는데 웬 할머니가 말을 건다. 어디서 왔느냐고 해서 서울서 왔다고 하니 두고 전망대를 꼭 가보라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그리 간다고 하자 자기는 서유럽, 북유럽, 중앙아시아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87세라는데 짱짱하게 생겼다. 100살까지 너끈히 살겠다.
조금 가니 희망정 가는 갈림길이 있다. 계단 길을 100m쯤 올라가니 희망정이 나타난다. 여기가 정상이다. 다시 내려와 두고 전망대 쪽으로 계속 갔다. 두도는 송도반도에서 500m쯤 떨어진 무인도다. 갈매기가 서식하고 있으며 단층과 암맥이 있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다대포 주민들은 이 섬을 새대가리 섬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섬 이름이 頭島가 되었다.
두도 전망대 옆에는 스탠드처럼 생긴 데크가 있어 앉기 좋다. 여기 앉아서 카톡을 영어로 받고 보내는 방법을 순환 씨에게 배웠다. 다들 열공하느라 일어설 줄 모른다.
허그나무쉼터로 내려와 제3 전망대 쪽으로 갔다. '태고의 숲'에서 의자에 앉아 간식을 먹은 후 3 전망대 쪽으로 가는데 풍차 모양의 예쁜 화장실도 있다.
전망대 하나가 나타났는데 이름도 안 붙어 있고 전망도 없고 사조참치 공장이 보인다. 넓은 길을 따라 내려오니 버스 다니는 길이다. 정류장 이름은 성진수산이라고 쓰여 있다 여기서 30번 버스를 타고 송도해수욕장에서 내렸다. 버스정류장 바로 옆에 '송도제일밀면' 집이 있다. 여기서 밀면과 만두를 먹었다. 값이 가장 저렴한 곳이라 이번에는 내가 쐈다. 돈 절약하느라 어르신 엄청 잔머리 굴린다. 밀면은 6·25 때 피난민들이 메밀보다 값이 싼 밀가루로 만들어 먹던 냉면이라고 한다.
밀면집에서 나와 마트에서 배와 대추를 사 가지고 해수욕장 끝에 있는 테마모텔로 향했다. 길가에 하얀 개를 데리고 있는 아가씨가 있다. 정연씨는 심바와 같은 개라고 엄청 반가워하며 그 아가씨에게 심바 사진을 보여주면서 17년 살다가 갔다고 얘기한다. 이 개는 이제 4살이라고 한다.
강아지와 이별하고 테마모텔로 와서 체크인 한 후 방에 들어가 대추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밖으로 나왔다.
'해물생각'이란 식당에 가니 기다리는 줄이 길다. 맛집인가보다. 기다렸다가 안으로 들어가 조개구이와 해물탕을 시켰다.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정신없이 퍼먹고 다시 나와 거북섬 쪽으로 가는데 입구에 뽑기 장사가 있다. 어르신 1호와 2호는 도전을 포기하고 양숙 씨는 동그라미, 정연씨는 세모, 순환 씨는 별 모양에 도전했다. 동그라미와 세모는 성공해도 상품이 없고 별 모양은 한 개 더 준다. 양숙 씨와 정연씨는 성공했는데 순환 씨는 끝이 약간 잘려서 실패했다. 결국 설탕만 우적우적 깨물어 먹으며 거북섬으로 들어섰다.
거북섬의 옛 이름은 송도다. 예전에는 소나무가 많아서 松島라고 했는데 소나무가 사라지고 바위섬이 된 후 그 모양이 거북이를 닮아 거북섬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구름다리길을 다 걷고 바닷가로 내려가 정연씨와 순환 씨는 '나 잡아 봐라.'를 하면서 뛰어다닌다. 명수 씨는 모래밭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밤바다를 바라보며 송도해수욕장의 밤 풍경을 감상하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10월 13일 갈맷길 3ㅡ2 코스
일찌감치 일어나 바닷가를 걸었다. 구름다리를 건너 거북섬으로 또 갔다. 거북섬에는 한 어부와 인룡의 동상이 있는데 그 전설이 애처롭다. 옛날 이 섬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효심 깊은 어부가 있었다. 어느 날 심한 풍랑을 피해 용이 산다는 용굴로 들어갔는데 그곳에 큰 상처를 입은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는 바다 괴물과 싸우다가 다친 용왕의 딸이었다. 어부는 육지의 온갖 약초를 구해다가 치료해주었고 감동한 여인은 어부와 결혼을 약속했다. 그녀는 아버지인 용왕님께 결혼을 허락해달라고 했다. 용왕은 처음에 노발대발했지만 그들의 사랑에 감동하여 허락해주면서 1,000일 동안 해를 보지 않고 달의 기운을 받아 기도하면 인간이 되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녀는 999일 동안 기도했는데 마지막 날 바다 괴물에게 쫓기면서 그만 해를 보게 되었다. 결국 그녀는 반은 인간이고 반은 용인 인룡이 되고 말았다. 뒤늦게 달려온 어부가 괴물의 가슴에 칼을 꽂았으나 자신도 큰 상처를 입고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다. 용왕은 이를 안타깝게 여겨 그를 거북바위로 만들어주었다.
거북섬에서 나와 8시에 '에그 2000'에 들어가 토스트와 커피를 먹었다. 식사 후 암남주민센터 버스정류장에서 26번 버스를 타고 부산진성공원에서 하차했다. 여기서 갈맷길 표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걷다가 일신기독병원 안으로 들어가 화장실에 들렀다. 기독병원인데도 일요일에 문을 여는 게 다행이다.
조금 더 가니 정공단이란 건물이 보인다. 정공단은 임진왜란 당시 왜군과 싸우다 전사한 충장공 정발의 기념비를 세우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정공단을 나와 계속 올라가니 3.1 운동 당시 독립유공자들의 활약상을 나타낸 그림이 그려진 거리가 나타난다.
여기서 더 올라가 우측으로 틀면 안용복 기념관이 나온다. 안용복은 독도가 우리 땅이란 것을 증명하려고 작은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인들을 설득한 사람이다. 기념관 안에는 그의 호패와 그가 탔던 작은 목선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옥상에서 바라보면 그의 생가터도 보인다.
안내 직원이 문밖까지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증산공원이 나온다고 알려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경사진 레일 위로 올라가는 건 처음이다. 내려서 한 번 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증산공원이 나온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두 번 타고 내려왔다. 큰길가 좌천동굴 앞에서 초량동 쪽으로 걸어가다가 봉생병원 응급실에 있는 화장실에 들렀다.
여기서 나와 붕어빵을 사 먹고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27번 버스를 타고 남포 정류장에서 내려 자갈치시장으로 들어갔다. 시장이 인파로 넘쳐난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도 보인다. 구경하다가 어묵을 사 먹고 자갈치역 6번 출구 '영심이 찐빵' 집을 찾아갔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문을 닫았다.
자갈치역으로 들어가 전철을 타고 서면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탔다. 장산역에 내려 정연씨 남동생이 추천한 '재첩마을 섬진강' 식당에 가서 재첩국과 해물파전을 먹었다. 재첩국은 시원하고 해물파전은 고소하니 맛이 기막히다.
다시 장산역에 와서 전철을 타고 동백역에서 내려 한화리조트로 갔다. 체크인을 하고 짐을 찾아 방으로 가니 그저께까지 묵었던 방이다. 이틀 만에 같은 방으로 돌아오니 마음이 편안하다.
잠시 쉬었다가 3인방으로 가서 배와 쥐포를 먹으며 마지막 밤을 즐겼다.
10월 14일 귀경
5시 반에 일어나 어제 남은 오뎅과 명수 씨가 준 빵으로 요기를 하고 로비로 내려왔다. 동생들 3인은 벌써 내려와서 기다리고 있다. 체크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오니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다. 오후부터 비가 많이 온다더니 곧 쏟아질 기세다. 우리 팀은 여행할 때마다 날씨 복은 타고났다. 하늘에 있는 원장님이 도와주는 걸까?
양숙 씨가 나를 보고 오늘부터 이름을 바꿨단다. 내 이름은 어르신인데 뭐라고 바꿨느냐고 하니 K 어르신이란다. 왜 K가 붙었느냐고 하니 엊저녁에 TV를 보니 어르신들이 활기차게 생활하며 자신들을 K 어르신이라고 한단다. 아무리 생각해도 K와는 거리가 멀지만 듣기는 좋다.
동백역에 와서 전철을 타려는데 열차 들어올 때 음악이 뱃고동 소리다. 특색이 있어서 좋다. 경로석에 앉아 반대편을 보니 손잡이 부근에 웬 핑크색 상자가 매달려있다. 임산부 배려석이다. 부산 사람들은 임산부를 엄청 배려하나 보다.
서면역에서 내려 1호선으로 갈아타고 부산역까지 갔다. 동백역에서 7시에 전철 탔는데 부산역에 오니 7시 50분밖에 안 됐다. 스타벅스에 들어가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었는데 이번 커피는 순환 씨가 쐈다. 역사 안으로 들어오니 오뎅 가게가 있다. 명수 씨와 나는 무거운 거 안 산다고 밖에 서 있는데 정연씨가 나와 오뎅 한 봉지씩 준다.
열차에 오르니 혼자 앉아있는 정연씨가 옆에 남자만 안 앉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런데 잠시 후 군인이 와서 앉는다. 손자뻘밖에 안 되는 얼굴이 뽀송뽀송한 아가다. 정연씨 말이 180도 바뀌어 계 탔단다. 신 벗고 다리 쭉 뻗고 앉으니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번 여행은 명수 씨 덕에 잘 자고, 정연씨 덕에 잘 먹고, 앞으로 걸어라 뒤로 걸어라 하는 양숙 씨 덕에 잘 걷고, 똘똘한 순환 씨 덕에 핸드폰 공부도 많이 했다. 어르신이란 별명도 얻은 이번 여행은 한 마디로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아서 배부른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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