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100일간의 세계 일주 1 (출발 전)

아~ 네모네! 2024. 12. 7. 22:28

* 출발 전
  화요반에서 함께 산행하는 금형씨가 크루즈 여행 안 가겠느냐고 묻는다. 얼마 동안 가느냐고 물으니 100일이란다. 입이 딱 벌어진다. 체력 딸리고 재력 딸려서 못 간다고 했더니 생각해 보란다.
  다음에 만났더니 같이 가기로 한 흰구름의 남편이 간다고 해서 자기는 룸메이트가 없으니 같이 가자고 한다. 룸메이트가 없다는 말에 마음이 약해진다. 최대한 노력해 보겠다고 했다.
  여러가지로 겁이 났지만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마음으로 같이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같이 가기로 했던 흰구름이 못 간다고 해서 금형씨와 둘이 가려고 했는데 뒤늦게 흰구름도 갈 수 있다고 연락이 왔다. 금형씨와 나는 매사에 서툴러서 걱정을 했는데 흰구름이 간다고 하니 갑자기 흰구름을 탄 듯 날아갈 것 같다.
  신청서부터 내고 거금 1200만원도 내니 여러가지 서류가 왔다. 여권사본도 보내고 사진도 보냈다. 건강질문서도 인터넷에서 보냈는데 75세 이상은 의사의 건강진단서도 보내란다. 이런 된장~ . 나이 든 것도 서러운데 건강검진까지 받으려니 서글프다. 이제 어디 가나 개밥에 도토리다. 위험 부담이 크니 어디서도 안 데려 가려한다.
  다니던 병원에 가서 자초지중을 이야기하니 작년에 한 것은 너무 오래 됐으니 추석연휴 지나서 금식하고 오란다.
  오산 사는 금형씨와 같이 수원 사는 흰구름 동네에 모여서 옵션을 무엇으로 할까 항구마다 정하고 일본 가는 비행기표도 예매했다. 결재하기를 누르니 대한항공
카드라고 되어 있어 그걸로 해야하는 줄 알고 눌렀더니 카드 발급을 히란다. 30분이 넘게 통화를 하며 겨우 카드 신청을 한 후 다시 대한항공 사이트에 들어가니 밑에 작은 글씨로 다른 신용카드로도 결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결국은 평소에 쓰던 국민카드로 결제했다. 에고~ 내 팔자야~. 안 해도 되는 카드까지 만들고 연회비 6만원씩 5년간 내게 생겼다. 머리가 나쁘면 팔다리가 고생이라더니 돈도 왕창 깨진다. 셋이서 버버거리며 신청하려니 4시간이나 걸렸다.
  옵션 신청은 9월 19일 12시부터 받는다고 하여 문학회 모임에서 점심 먹다말고 사이트에 접속하니 열린다. 미리 준비해간 옵션표를 보며 체크해 가는데 식당이라 조명이 어두운데다 글씨도 너무 작고 흐려서 성을 쓰라는 건지 이름을 쓰라는 건지 모르겠다. 대충 감으로 써서 신청하기를 누르니 신청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뜬다. 한숨이 나온다. 다 하고나니 국수가 불어 터졌다. 어찌나 힘든지 세상 구경하려다가 천국 구경 할 뻔 했다.
  연휴 끝나고 병원에 갔더니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2시간을 기다려 겨우 의사 만나 피 뽑고 X-
Ray 찍고 심전도 찍고 나니 골이 핑돈다. 여행 가기도 전에 골로 가게 생겼다. 지난 번 왔을 때 혈압이 159라고 너무 높다고 해서 이번에는 머리를 굴려서 오른쪽 팔을 내밀었다. 왼쪽은 심장에서 가까워 혈압이 더 높다는 말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서다. 크루즈 여행 한번 해보려고 현숙이 참 애 많이 쓴다.
며칠 후 검사결과를 보러 갔다.당화혈색소 수치가 지난 번 보다 높아지기는 했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건강진단서를 떼어준다. 진단서 못 떼서 크루즈도 못 가나 마음 졸였는데 한숨 놓았다. 진단서를 가지고 와서 스캐너로 찍어서 착한여행에도 보내고 아이들 카톡방에도 올렸다. 아이들이 다행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앞으로 또 어떤 장애물이 나타날지 모르니 갈 때까지 가는 게 아니다.
  며칠 후 또 이메일이 왔다. 요코하마까지 개인적으로 가는 사람은 e티켓과 숙박확인서를 보내라는 것이다. 대한항공에서 보내준 티켓과 흰구름이 보내준 숙박확인서를 찾아 카톡으로 보냈다.
  한숨 돌릴만하니 또 이메일이 온다. 마다가스카르와 나미비아 비자를 받아야하니 여권사본 증명서와 예금잔액증명서를 보내란다. 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도통 모르겠다. 머리가 나쁘면 팔다리가 고생이라더니 아무래도 구청까지 가서 떼어야겠다. 다음은 잔액증명서다. 국민은행 앱에 들어가 잔액증명서를 영문으로 발급 받았는데 현재 금액만 달러로 나온다. 여행사에서
온 메일에는 6개월간의 거래 내역을 표시하라고 하는데 이것도 못 하겠다. 아무래도 은행에도 가야겠다. 이거 여행도 가기 전에 준비하다가 스트레스 받아서 돌아가시겠다. 착한여행에서 메일이 올 때마다 심쿵한다.
  은행에 가서 잔액 증명서를 떼려하니 용도를 묻는다. 나미비아 간다고 하니 그게 어디 있는 나라냐고 하며 선교하러 가느냐고 묻는다. 머리 허연 노인네가 아프리카 간다니 관광 간다고는 생각하기 힘든가보다.
  갈수록 산 너머 산이다. 나이 들었다고 보험료도 비싸다. 디럽고 치사하게 군다. 하긴 나이 들수록 다칠 위험도 많고 병이 들 확률도 많으니 당연한 조치이긴 하다.
  금형씨와 산행을 했다. 그런데 금형씨 왈 해외  나가있는 동안 국민건강보험료를 안 내도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건강보험 공단에 가서 알아보니 출국 12일 전부터 신청이 가능하니 11월 28일쯤 와서 신청하라고 한다. 크루즈 여행 가기 차~암 힘들다.
  착한여행에서 온 메일을 보니 우리가 신청한 것 중 네 개는 대기상태라고  한다. 마다가스카르, 타히티 등 우리가 꼭 보고 싶은 게 들어있어 갈등 생긴다. 이거 언제까지 이렇게 마음 졸이며 살아야하나. 세상 살기 참 힘들다.
  착한여행에서 또 전화가 왔다. 고혈압약과 고지혈증약을 언제 부터 먹었느냐고 한다. 생각이 안 나서 월요일에 약 타러 가서 물어보고 알려주겠다고 했다. 내가 요주의 인물인가 왕짜증이 나려는 순간 그게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철저히 대비를 하는 것은 다 나를 위한 배려라는 생각에 감사의 마음이 우러난다.
  11월초에 크루즈 설명회에 갔다. 입구부터 직원들이 나와 친절하게 안내한다. 일본 본사의 직원이 와서 감사 인사도 한다. 벌써 일본 냄새가 난다. 본사에서 일본식으로 철저하게 직원 교육을 시킨 듯하다.
  요즘 연일 병원 순례 대행진이다. 목요일엔 이비인후과 가서 귀약과 비염약을 지어왔다. 금요일엔 외과에 가서 골다공증주사와 비타민 D 주사 맞고, 토요일엔 피부과 가서 햇빛 알러지약을 받아왔다. 오늘 월요일에는 치과에 가서 스켈링하고 이빨도 때웠다. 이런 저런 약을 챙기려니 정신이 없다. 다음엔 안과에 가서 눈물약과 백내장약을 받고 내과에 가서 고혈압약과 고지혈약도 지어와야 한다. 눈구멍, 귓구멍, 콧구멍, 입구멍, 밑구멍까지 구멍이란 구멍은 모두 말썽을 부리니 약만해도 한 짐 되게 생겼다.
  비리비리한 할망구가 100일 여행 간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도 걱정이 되나보다. 얼마 전 약사로 근무하는 명필씨가 코로나 약을 주더니 이번에는 혜정씨가 타이레놀, 안연고, 염증에 넣는 안약, 눈물약, 날개 달린 이쑤시개에 훈제 메추리알까지 한 보따리 준다. 안약은 한 번 따면 2개월 지나면 버려야한다고 땄을 때 2개월  후의 날짜를 적어놓으라고 친절하게 일러준다. 난 아무 것도 안 해주는데 미안하다고 하니 화요일날 나오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난 참 동생복이 많은 것 같다. 친정어머니도 아니고 시어머니도 아닌데 세심하게 신경 써주니 눈물이 날 지경이다.
  착한여행에서 일본입국할 때 필요한 서류 대신 QR코드를 만들면 편하다고 만드는 방법이 왔다. 어찌나 복잡한지 아주 돌아가실 뻔 했다. 흰구름도 이거 만들다가 머리 터지는 줄 알았단다. 나도 뇌혈관 터지고 눈알 빠질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