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2024. 7. 31. 만재도 기행문

아~ 네모네! 2024. 8. 5. 17:45

어마무시 여행

 

이현숙

 
기간 : 2024년 7월 29일 ~ 2024년 7월 31일
장소 : 신안군 만재도
 
  양숙씨가 전화를 했다. 작년에 가려다가 기상악화로 취소된 만재도 여행을 간다는데 같이 가겠느냐고 묻는다. 이 나이에 누가 이 짐 덩어리를 데리고 가겠나 싶어 무조건 따라나섰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땡큐다.

7월 29일 유달산과 물생이산
  새벽 6시 30분에 잠실서 출발하여 영광에 있는 동락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반찬이 한 상 가득하다. 대장님이 수십 년을 다니던 곳이라 특별히 신경 써주는 듯하다.
  식사 후 다시 버스를 타고 목포로 갔다. 목포에 도착하니 6월에 함께 유럽 여행 갔던 재숙 씨 생각이 난다. 양숙 씨가 카톡을 해보더니 광주에 가 있단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 묘해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만나 인연을 맺게 된다. 마치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듯하다. 그게 다 전생의 인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목포항에 도착하여 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중간 지점에서 유달산 산행을 시작했다. 햇볕이 어찌나 따가운지 산채로 바베큐 될 판이다. 흔들바위를 본 후 마당바위를 거쳐 1등 바위로 올라갔다.

 

 
  1등 바위 보려다가 1등으로 천국 갈 뻔했다. 갈 때 가더라도 인증사진은 찍어야 한다. 찍은 후 배 시간 다 됐다고 부랴부랴 내려와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주차장으로 왔다.
  신항으로 와서 만재도 가는 배를 탔다. 배가 어찌나 요동을 치는지 몸도 마음도 요동쳐 정신줄 놓고 돌아가실 뻔했다. 바이킹을 탄 것 같기도 하고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기도 하다.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다. 여기저기서 토하는 소리가 들리고 냄새도 난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나 보고 싶어도 눈을 못 뜨겠다. 위장의 음식물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토하기 직전인데 잠시 후 만재도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온다. 천사의 음성을 듣는 것 같다.
  만재도는 1700년경에 평택 임씨가 처음 정착하여 마을을 형성했으며, 그 뒤 김 씨가 입도하였다. 지명은 바다 가운데 멀리 떨어져 있어 ‘먼데섬’ 또는 ‘만대도’라고 하였다. 또 재물을 가득 실은 섬 또는 해가 지면 고기가 많이 잡힌다고 하여 만재도라 했다고도 한다.
  만재도 항구에 도착하니 다들 맨바닥에 널브러졌다. 얼굴들이 노랗게 떴다. 만재도 구경하려다 아주 갈 뻔했다. 만재도 민박집 사장님 말로는 태풍 개미의 여파로 어제까지 5일 동안 배가 못 떴단다. 참 날짜는 기막히게 잘 잡았다.
  그래도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물생이산으로 기어 올라갔다. 멀미로 다 죽어가도 무조건 go다. 힘들다고 방에서 쉬면 일중이 아니다. 그건 이중이다.

  물이 생기는 산인지 모르지만 이름이 참 특이하다. 풀이 너무 우거져 길이 보이지 않는다. 바위를 잡고 바들바들 떨며 정상에 오르니 신천지가 안전에 전개된다. 아스라이 떠 있는 외마도와 내마도도 한 폭의 그림이다.

 
  여기서 일몰까지 보고 내려오려면 사방이 어두워져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대장님이 내려가면서 일몰을 보자고 한다. 능선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해가 진다. 꼴깍꼴깍 물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마지막 햇살까지 보고 더듬더듬 내려왔다.

 
  풀숲에 미끄러지고 돌멩이에 자빠지며 겨우겨우 큰길까지 내려왔다. 여기까지 내려오니 안심이 된다.
대장님이 지난번 왔을 때는 진드기가 온몸에 달라붙어 서울까지 달고 갔다더니 이번에는 진드기가 없어 다행이다. 그래도 대장님은 한 손에는 낫을 들고 한 손에는 에프킬라를 든 다음 연신 길을 내면서 에프킬라를 뿌리고 걷는다. 그런데 태풍에 진드기가 다 날아갔나 보다. 태풍 때문에 멀미는 했지만, 진드기가 없어서 천만다행이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저녁 8시가 넘어 식당에 도착했다. 무사히 산행을 마친 뿌듯함에 와인과 복분자, 양주까지 한 잔씩 했다. 대장님이 갑자기 조국희 님 노래를 듣자고 한다. 다들 박수를 치니 '우리는'이란 노래를 하는데 목소리도 감성이 철철 넘치고 가사도 우리에게 딱 맞는다.
 

 
  푸짐한 저녁을 먹고 별을 보러 바닷가 헬기장으로 내려갔다. 스텔라리온 앱을 켜서 견우성도 찾아보고 직녀성도 보았다. 곧 칠월 칠석도 다가올 텐데 별을 보고 아름다운 전설을 만들어낸 조상들의 따뜻한 정서가 마음에 와닿는다. 대장님은 회원들에게 빨리 나와서 별을 보라고 재촉한다. 회원들에게 한 개라도 더 보여주고, 조금이라도 더 멋진 것을 보여주려고 애를 쓴다. 대충 시간만 때우려는 건 용납하지 못한다. 존경스럽다. 밤잠도 안 자고 이런 것만 연구하나 보다. 아마 늙어 죽을 때까지 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이게 몸과 마음을 젊게 유지하는 비결인 듯하다. 헬기장에 누워 별까지 만끽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7월 30일 장바위산과 마구산
  아침 식사 후 장바위산을 향해 출발했다. 이 산도 역시나 풀숲이 장난이 아니다. 대장님은 낫을 들고 연방 풀을 치며 나아간다. 풀과 돌에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멀리 만재항에 들어왔다가 목포로 가는 배가 보인다. 내일 우리가 탈 배다. 다들 내일은 파도도 잠재우고 잘 오라고 손짓한다.
 

 

 
  정상에는 돌무더기가 있고 종이에 ‘장바위산’이라고 쓴 것을 매달아 놓았다. 정상석은 허접하지만, 전망 하나는 끝내준다. 이 맛에 섬 산행을 한다.

 
  멀리 큰 바위 얼굴도 보인다. 누워있는 여자의 옆모습이다.

 
  정상에서 옆길로 빠진다. 어딜 가나 했더니 대장님이 꼭 봐야 할 것이 있단다. 여기서도 풀과의 전쟁을 치르며 한참 내려가니 오른쪽으로 기막힌 주상절리가 나타난다. 절벽에는 원추리도 매달리다시피 피어있다. 입이 딱 벌어진다.

 
  다시 정상으로 올라와 처음 올라오던 길로 내려갔다. 바닷가에 다다르자. 대장님과 정 대장님, 그리고 방자 언니가 물속으로 뛰어든다.

 
  여기서 낚싯배를 타고 만재항으로 돌아와 유람선을 탔다. 뱃머리에 앉아서 전후좌우 둘러보기 바쁘다. 멀리 코끼리바위 같은 것이 보인다. 그런데 남대문 바위란다. 촛대바위도 보고 기둥바위도 보았다.

 

 
  지층이 휘어진 습곡구조도 보인다. 1박 2일 촬영지도 보고 거북바위도 보았다. 거북이가 가파른 절벽을 기어오르는 모습이다. 여긴 널린 게 주상절리다.

 
  항구로 돌아와 식당으로 가니 사장님이 1시에 오란다. 아침에 잡아 온 생선으로 회를 떠주겠다는 것이다.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다시 식당으로 가니 사장님은 아직도 회를 뜨는 중이다.

 
  갓 잡은 생선으로 회를 떠주니 입에서 살살 녹는다. 그야말로 회가 동한다. 점심 식사 후 혜자네 카페에 가보니 주인은 육지에 가고 빈집은 적막감이 돈다. 아들을 군대 보내려고 목포에 갔단다. 나도 아들을 논산 훈련소에 떼어놓고 집으로 올 때 마음이 아파 눈물이 핑 돌았다. 그때 생각이 난다.


  삼시세끼를 촬영한 집에도 갔는데 주인 할머니가 집을 지키고 있다. 촬영 당시 이야기를 이것저것 해준다.

 
  숙소에 와서 잠시 쉬다가 3시에 큰산(마구산)을 향해 출발했다. 연일 햇볕과의 전쟁, 풀과의 전쟁이다. 뙤약볕을 받으며 걸으려니 어질어질하다. 일사병으로 쓰러질까 봐 걱정된다. 나무계단이 있기는 한데 곳곳이 무너져 더 위험하다. 계단 이용 금지라고 쓰여있기는 한데 다른 길이 없으니 목숨 걸고 계단으로 올라간다.
그래도 계속 올라가니 드디어 정상의 등대가 나타난다.

 
  여기서 인증사진을 찍은 후 옆의 나무 그늘로 내려갔다. 대장님이 또 낫으로 길을 낸다. 따라가 보니 커다란 팽나무가 있다. 당산나무 007이다. 나무에는 콩짜개덩굴이 가득 붙어 있다.

 
  다시 내려와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를 하러 가는데 한 아주머니가 옥수수수염 같은 걸 널고 있다. 무엇인가 물으니 우무라고 한다. 우뭇가사리라고도 하는데 이걸 탈수하거나 건조 시킨 것을 한천이라고 한다.

 
  오늘도 진수성찬으로 배불리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7월 31일 변산 개암사 우금암
  방에 짐을 가지러 가니 내 짐은 없어지고 다른 사람 짐이 들어와 있다. 새 손님을 받으려고 내 짐을 뺐나보다 하고 직원을 찾아 얘기하니 갖다주겠다고 하고 가더니 영 안 온다. 다시 헤매다가 남자 직원에게 얘기하자 가져오는 것 같더니 다른 곳으로 간다. 그러더니 어디로 갔는지 안 보인다. 나는 배 타러 가야 하는데 빨리 내 짐 내놓으라고 소리를 질렀다. 허둥대다가 눈을 번쩍 떴다. 꿈이다. 뱃시간에 늦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았나 보다.
  오늘 아침도 생선구이로 맛난 아침을 먹었다. 난 섬 산행이 참 좋다. 경치도 좋은데다가 싱싱하고 맛난 생선을 맘껏 먹으니 금상첨화다.
  다음 손님을 위해 청소를 해야 하니 8시까지 방을 비워달라고 해서 방에서 땀을 식히다가 8시에 방을 나섰다. 부두 쪽으로 오며 바다 쪽을 보니 불길이 활 활 타오른다. 자세히 보니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태운다. 바다 쪽에 소각장을 만들어 산으로 번질 일은 없겠다.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누가 가스통을 그냥 버렸나 보다.

 
  부두를 향해 한참 오다가 퍼뜩 물병 생각이 난다. 가방을 뒤지고 배낭을 뒤져봐도 없다. 엊저녁에 냉장고에 넣은 생각이 난다. 부리나케 다시 집으로 뛰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달려가 냉장고 문을 여니 얌전하게 들어 있다. 얼른 꺼내 들고 다시 뛰었다. 양숙 씨도 어제 산행하다가 물병을 잃어버렸는데 나도 만재도에 흔적을 남길 뻔했다. 흔적도 좋지만 그래도 뭔가 잃어버리면 서운하다.
  방파제 그늘에 앉아 등을 기대고 물생이산과 파란색 지붕의 집들을 바라본다. 오손도손 모여있는 집들이 다정하다. 바람도 산들산들 불어오니 더운 줄도 모르겠다. 만재도는 늦을 晩, 재주 才, 섬 島라고 쓴 걸 보면 늦게 재주를 부리는 섬인가? 글쎄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이 나이에 무슨 재주를 부리겠다고 여기까지 와서 죽을 둥 살 둥 기를 쓰고 날이 저물도록 따라다녔나 모르겠다.
  목포로 올 때는 파도도 별로 없고 바다가 잔잔해서 식은 죽 먹기로 왔다. 아침에 목포 사는 재숙 씨에게 카톡을 보냈더니 얼굴 보러 오겠단다. 항동시장 성원식당에 있다고 하니 식당으로 찾아왔다. 쑥떡을 주고 가더니 조금 후에 또 게토레이를 잔뜩 사 들고 다시 왔다. 얼굴 보니 좋기는 한데 너무 미안하다. 버스에 와서 양숙 씨가 떡도 나누어주고 게토레이도 한 개씩 주니 다들 좋아한다. 대장님이 이걸 주신 분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고맙다고 감사의 박수를 보내자고 한다. 모두들 신이 나서 박수를 쳤다.
  목포를 떠나 부안에서 개암사로 들어가 대웅전을 보았다. 개암이라는 이름은 기원전 282년 변한의 문왕이 진한과 마한의 난을 피하여 이곳에 도성을 쌓을 때, 우(禹)와 진(陳)의 두 장군에게 좌우 계곡에 왕궁 전각을 짓게 했는데, 동쪽을 묘암(妙巖), 서쪽을 개암이라고 했단다. 676년에는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이곳에 이르러 우금암(禹金巖) 밑의 굴속에 머물렀다. 그래서 이 굴을 원효굴이라고 한다. (위키백과 한국)
개암사 부처님 머리 위에는 닫집이 있는 것이 특이하다.

 

 
  마당에는 배롱나무꽃이 붉은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있다.

 
  대웅전 오른쪽에 있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니 커다란 바위가 나타난다. 우금암이다. 이 바위에 엄청나게 큰 굴이 두 개 뚫려있다. 이게 원효굴이다. 굴속으로 들어가 보니 돌로 제단이 쌓여있다. 여기서 불공을 드리나 보다.

 
  원효굴에서 내려와 주차장으로 오니 이 부장님이 큰 수박을 들고 온다. 남정이님이 낸 수박이란다. 계곡 옆에서 시원한 수박을 먹으니 갈증이 싹 가신다.

 
  수박까지 든든히 먹고 부안에 와서 인생냉면집으로 갔다. 냉면집 벽에 붙은 문구가 재미있다. 버릇없는 파리와 날파리가 주인 말을 안 들으니 양해해 달라는 애교스러운 부탁이다. 냉면과 숯불구이까지 배 터지게 먹고 서울로 달렸다.

 
 
  이번 여행은 어마무시하게 걷고, 어마무시하게 먹고, 어마무시하게 즐긴 어마무시 여행이었다. 일사천리로 빈틈없이 최선을 다해 준 대장님과 부반장님께 감사하고 가족처럼 돌보아준 회원님들께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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