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 한 번 잘 했네
이현숙
기간 : 2024년 6월 21일 ~ 2024년 7월 1일
장소 :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유럽은 여러 번 가봤지만 이번 여행은 내가 안 가본 곳이 많아 또 따라나섰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은 내가 안 가본 곳이라 하지 않던가?
6월 2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8시에 인천공항 집합이니 첫 전철을 타야한다. 3시 30분에 일어나 대충 요기를 하고 5시 20분에 집을 나섰다. 누가 돈 주면서 하라고 했으면 이런 짓은 절대 안 할 것이다. 인간은 참 요상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는 무슨 어려움이 있어도 군말 없이 해낸다. 세계 최고봉에 오르기 위해 목숨 거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을 것이다. 최고봉에 올랐다고 떡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다른 동물이 본다면 정말 웃기는 짬뽕이라고 할 것이다. 새벽에 나오니 전철이 덜 붐벼서 좋기는 좋다.
공항에 도착하여 순환 씨에게 갑자기 4일 전에 취소한 친구는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한 명은 남편이 돌아가시고 한 명은 장이 꼬여서 입원 중이란다. 해외여행도 3대가 덕을 쌓아야 하나 보다. 그래도 가기 전에 돌아가신 게 천만다행이다. 여행은 나중에 가도 되니까.
정연씨가 한쪽으로 부르더니 피곤할 때 먹으라고 경옥고도 주고 실크 마후라도 준다. 촉감이 엄청 좋다. 주는 대로 넙죽넙죽 잘도 받는다. 난 해준 게 없는데 받기만 하려니 염치가 없다. 난 낯가죽이 엄청 두꺼운가 보다. 전생에 거지였나?
안으로 들어가 순환 씨가 사준 비빔밥도 먹고 주희 씨가 사준 흑임자라떼도 마셨다. 난 엉거주춤 뒤에서 뭉그적거리며 완전 날로 먹었다. 면목동 살아서 그런지 항상 면목 없는 짓만 한다.
비행기에 앉아 '임영웅의 아이 엠 히어로'도 보고 '범죄도시'도 봤다. 그래도 아직 7시간이나 남았다. 온몸이 비비 꼬여 돌아가실 지경이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해외여행 다닐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양숙 씨가 비즈니스석에 있는 정연씨와 순희 씨가 뭐하나 가본다고 하더니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쫓겨왔다. 비즈니스석은 출입 금지란다. 참 치사하게 돈 몇 푼 가지고 너무하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파리바게뜨 샌드위치를 먹고 '3일간의 휴가'를 봤다. 죽은 지 3년 된 복자가 저승 가이드와 함께 지상으로 내려와 딸 진주를 만나는 얘기다. 죽은 내 남편도 3일간의 휴가를 받아 나를 만나러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내리니 비가 억수로 쏟아져 짐 나오는 게 지연된다. 우천으로 짐을 못 내리는 건 첨 본다. 한참 기다리니 벨트가 돌아간다. 아래 벨트에 짐이 있으면 짐이 나오다가 딱 멈춘다. 저놈이 눈이 달렸나 하고 자세히 보니 센서가 있다. 짐이 오면 빨간불이 반짝 켜진다. 고놈 참 신기하다.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독일의 일본어 발음이 ‘도어찌’ 인데 우리말은 독일이라고 했단다. 식당에 들러 맥주와 돈가스를 먹었다. 미국서 온 부부도 합류했다. 새벽에 집에 남아있던 빵과 우유까지 먹었더니 오늘 총 여섯 끼를 먹는다. 배 터지게 생겼다. 오늘 맥주는 갑자기 못 오게 된 순환씨 친구 장미숙 씨가 내서 잘 먹었다. 오지도 못했는데 술까지 내는 그 마음이 참 곱다.
라인강의 지류인 마인강 변에는 사람들이 산책하고 있다. 문득 수십 년째 독일에 살고 있는 대학 동창 문경이가 생각난다. 남편 나기호 목사님 얼굴도 떠오른다. 연락이 끊겨서 안타깝다.
6월 22일 독일 바덴바덴
늦게 잤어도 새벽 4시에 잠이 깬다. 아침 식사가 6시부터인 줄 알고 내려갔다가 6시 30분부터라 다시 올라왔다. 빈둥대다가 시간 맞춰 내려갔다. 아침 식사가 훌륭하다.
느긋하게 커피까지 마시고 올라와 대충 찍어 바르고 구멍마다 보수를 한다. 눈구멍에 백내장약과 눈물 약을 넣고 입에는 염증이 있으니 프로폴리스 스프레이를 뿌린다. 콧구멍에는 알레르기 비염약을 넣고 아래 사타구니는 오래 앉아있으면 짓물러서 아프니 연고를 바른다. 구멍마다 보수를 마치고 로비로 내려갔다. 문이 찰칵 닫히는 순간 아차! 카드키를 안 뽑았다. 여행 초반부터 실수 연발이다.
8시 30분에 출발하여 하이델베르크로 갔다. 버스 기사 이름이 지비란다. 집이 큰지 작은지는 몰라도 집이라고 외웠다. 이 동네 이름은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이란다. 마인강 변에 있는 프랑크푸르트란 뜻이다. 다른 곳에도 프랑크푸르트가 있다고 한다.
히틀러가 만든 아우토반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갔다. 신성로마제국은 중세 말에 프랑크 왕국을 3형제에게 이태리, 프랑스, 독일로 나누어주었다. 그때 국가 이름은 교황이 지었다.
주희 씨 친구가 어제 공항 짐 찾는 곳에 가방을 두고 왔단다. 김 사장님이 버스에서 이메일로 공항 홈페이지에 유실물 신고를 했다.
하임은 하우스란 이고, 베르크는 도시라는 뜻이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은 독일 최초의 대학이다. 네카오 강변에 철학자의 길이 있다. 괴테도 여기서 산책했단다. 풍경이 아름다워 산책만 해도 저절로 철학자가 될 것 같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후니쿨라를 타고 성으로 올라갔다.
여기는 팔츠 제후의 왕비 엘리자베스를 위한 문이 있다. 하룻밤 사이에 만든 문이다. 마침 신혼부부가 야외촬영을 나왔다. 좋을 때다. 이 문은 1615년에 만들었다고 한다. 어마어마하게 큰 와인 통도 보았다.
식사 후 바덴바덴으로 이동했다. 네카오 강에는 백조 두 마리가 우아하게 유영하고 있다. 고속도로에서 억수로 쏟아붓던 비가 바덴바덴에 도착하자 가늘어졌다.
바덴바덴은 로마 시대부터 있던 온천이며 휴양지다. 바덴은 온천이란 뜻이다. 아틀란틱 호텔에 도착하여 잠시 쉬었다가 카라칼라 온천장으로 이동했다. 카라칼라는 로마 황제의 이름이다. 온천장에 들어가니 여러 개의 탕과 노천온천, 사우나실도 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놀다가 나왔다.
저녁 식사 후 호텔 앞 개울가를 걸었다. 오늘 맥주는 안재숙 씨가 쐈다. 여기저기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바덴바덴은 참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6월 23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6시에 로비에 모여 공원 산책을 했다.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공기가 싱그럽다. 최 사장님은 우리 앞서 조깅을 한다. 최연장자인데도 제일 젊게 사신다.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아침 식사를 했다. 순희 씨 부부와 한 테이블에 앉았다. 가만히 보니 순희 씨는 먹기 싫은 건 다 금 사장님을 준다. 빵 속에 고기 들었다고 당신 먹으라고 금 사장님 접시에 놓는다. 다른 빵은 너무 달다고 또 갖다 놓는다. 금 사장님은 군말 없이 잘도 먹는다. 참 이래서 부부가 좋다. 남 같으면 너 먹기 싫은 거 왜 나 주냐고 화를 냈을 텐데 말이다.
아침에 버스에 오르니 어제 온천장에서 바지 잃어버렸다고 소동을 일으킨 박 회장님이 물 한 병씩 돌렸다. 물 먹이는 건가? 오늘이 순환 씨 생일이라고 최창욱 님이 점심때 와인을 내겠단다. 날이 갈수록 분위기가 애애하다. 오늘 아침은 독일에서 먹고 점심은 프랑스에서, 저녁은 스위스에서 먹는다. 국제적으로 논다.
프랑스로 들어오자 득달같이 외교부에서 메시지가 날아온다. 소매치기 조심하란다. 이럴 때는 우리나라 정부가 고맙기도 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것 같아 살짝 기분 나쁘기도 하다.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는 일라 강이 둘러싸고 있는 하중도다. 예전에는 독일 땅이었는데 지금은 프랑스 땅이다. 나폴레옹이 들어온 길 위에는 커다란 문장이 매달려있다.
16세기와 17세기에 세운 독일식 집이 있는데 1층만 세를 받고 2층 이상은 세를 받지 않는다. 1층 석조로 되어 있고 2층 이상은 목조로 되어 있다. 18세기에 지은 프랑스식 집도 있는데 발코니가 있는 것이 다르다.
추기경이 살던 집도 어마무시하다. 그 당시 추기경의 위세가 느껴진다. 이곳은 '꽃보다 할배' 프로에서 할배들이 왔던 곳인데 오늘은 '꽃보다 할매'들이 왔다.
대성당도 보았는데 400년 동안 지었다고 한다. 가우디가 설계한 바르셀로나의 성가족성당과 닮았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내부관람이 불가능해서 아쉽다. 예배 후에는 입장이 가능한데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기다리는 줄이 어찌나 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내부관람을 포기하고 쁘띠 프랑스로 갔다. 이동하다가 종교개혁 후 첫 번째로 세운 개신교 교회도 보았다. 쁘띠 프랑스의 '쁘띠'는 '작은'이란 뜻이다. 작은 프랑스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이 지역으로 오면서 성병을 유행시켰는데 프랑스 사람들이 병원을 세우고 치료를 해줘서 이 지역을 작은 프랑스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곳에는 1572년에 지은 집도 있다. 아직도 멀쩡하다.
점심에는 대구요리를 먹었는데 순환 씨 생일 축하로 최창욱 님이 와인을 냈다. 리슬링이란 와인인데 양숙씨 아들이 추천한 거란다. 난 듣도 보도 못 했는데 순환 씨, 양숙 씨, 최창욱 님 덕분에 이런 와인도 먹어보고 촌년 완전 출세했다.
식사 후 스위스의 샤프하우젠으로 이동했다. 버스에 실은 트렁크가 커브를 틀 때마다 쿵쿵 부딪친다. 아무래도 이 트렁크 골병들었을 거 같다.
라인 폭포는 유럽 제1의 폭포다. 하지만 낙차는 25m밖에 안 된다. 여기서 유람선을 탔다. 작은 이구아수 폭포 같다. 버스에서 내리니 김 사장님 친구 한순님이 앞장서며 우리를 데리고 간다. 화장실도 다녀오라고 한다. 현지 가이드인 줄 착각할 정도다. 김 사장님은 참 친구복도 많다. 유럽 최고의 폭포답게 수량도 엄청나고 유속도 장난이 아니다.
유람선에서 내려 무노트로 향했다. 무노트는 무로 만든 노트인가 했더니 요새 이름이다. 무노트 근처에는 트랙이 있어 조깅하는 사람도 있고 농구 하는 청년들도 있다. 요새 속은 자연 채광을 위해 뚫린 구멍에서 들어오는 빛이 환상이다.
요새에서 나와 장크트갈렌으로 이동했다. 장크트는 영어의 세인트 즉 성(聖)이란 뜻이다. 저녁 식사 때 순환 씨 생일 축하 파티를 했다. 작은 케이크에 불꽃이 타는 멋진 이벤트를 했다. 술은 순환 씨 본인이 냈다.
6월 24일 독일 퓌센
아침마다 대충 찍어 바르고 구멍마다 약을 넣는다. 입 구멍에는 프로폴리스, 콧구멍에는 비염약을 넣는데 자꾸 헷갈린다. 콧구멍에 넣을 약을 입 구멍에 넣으려다가 아차 하고 제 구멍을 찾아 넣기 일쑤다.
6시에 로비에 모여 동네 산책을 했다. 거리를 걷다 보니 웬 풍선 같은 게 매달려있다. 장크트갈렌시에서 도시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만든 거란다. 거리에 공용 카페도 만들어 놨는데 빨간 의자와 바닥이 환상이다.
갈루스는 여기 수도원의 수도사였는데 사후에 성인으로 추대되어 이 도시 이름이 갈렌이 되었다. 갈루스의 이름을 딴 약국도 보인다.
장크트갈렌 대성당에 들어가 여기저기 둘러보니 제단 밑 왼쪽에 둥근 그릇이 보인다. 뭔가 싶어 손가락을 살짝 담가보니 물이다. 아하~ 이게 성수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순간 찔끔했다. 이거 신부님들만 손 담그는 거 아닌가? 이런 죄인이 더러운 손을 담가도 되나 싶다. 물속에 주변 건물 벽이 비쳐 신비롭다. 수도원 도서관에는 장서 17만 권이 있는데 1000년 넘은 책도 수 백 권 있단다.
성당을 배경으로 너도나도 사진을 찍었다. 최 사장님 부부가 찍는 순간 성당에서 종이 울린다. 귀빈은 성당에서도 알아본다.
8시 30분 독일의 퓌센으로 출발했다. 버스에 오르자 오늘도 물 한 병씩 돌린다. 이것도 바지 친구가 돌리는 거냐고 하니 오늘은 한순 님이 돌리는 거란다. 바지 친구는 온천장에서만 바지 소동을 벌인 게 아니라 첫날 프랑크푸르트 호텔에다 바지를 두고 왔단다. 그 바지에 와이프가 사준 비싼 명품 벨트가 끼워져 있다고 한다. 그거 못 찾으면 집에도 못 들어가게 생겼다. 어디 가서 함부로 벨트 풀었냐고 하면 할 말 없겠다. 양숙 씨가 앞으로는 바지 입고 자라고 농담을 한다. 이분 별명은 바지 친구가 되었다.
콘스탄츠 호수가 보인다. 알프스의 빙하수가 모인 곳이다. 바다 같다. 스위스는 내륙국가이니 바다가 있을 리 없다.
국경을 넘어 다시 독일로 왔다. 조금 가니 독일 경찰들이 검문을 한다. 버스에서 내려 얼굴을 확인한 후 여권을 걷어간다. 유로 2024 때문에 검문이 심하단다. 여권을 가져가 조회를 한 후 다시 돌려준다.
퓌센에 도착하여 점심 식사 후 노이슈반슈타인성으로 갔다. 노이는 new 즉 '새로운'이란 뜻이다. 슈반은 스완 swan 즉 백조, 슈타인을 스톤 즉 돌이다.
사람이 많아 화장실이 전쟁이다. 6. 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 1인당 50센트다. 김 사장님이 50센트씩 나누어 준다. 기계에 50센트를 넣으면 차단 막대가 돌아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아버지 루드비히 황제의 성 건너편에 아들이 지은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있다. 셔틀버스를 타려는 줄이 길다. 뙤약볕에서 마냥 기다린다. 타고 올라가니 멋진 성이 나타난다.
성에서 내려와 알프제 호숫가를 걸었다.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었다. 그야말로 천상의 화원이다. 여기저기서 인증사진을 찍었다. 백조도 한가로이 노닌다. 중간에는 루드비히 2세가 즐겨 수영하던 곳도 있다.
볼일을 보고 싶어 3명이 호숫가로 내려갔다. 거기서 볼일을 보려니 조금 불안하다. 1.5유로 벌기 힘들다. 오전에는 화장실 갈 때 1인당 0.5유로 냈다. 여기서 보니 아버지 성, 아들 성이 한눈에 보인다. 산책 후 다시 퓌센으로 돌아왔다.
6월 25일 이태리 돌로미테 세체다
아침 산책을 갔다. 프레스코화가 그려진 성이 멋지다. 호에성이라는데 발코니 그림이 진짜 같다. 강가로 내려가 물을 만져보니 빙하수라 엄청 차다.
호텔로 돌아오는데 개소리가 들린다. 김 사장님이 깜짝 놀라 뒤로 주춤 물러선다. 김 사장님이 무서워하는 건 딱 두 가지다. 개와 물이다. 어렸을 때 개에게 물려 개 트라우마가 있단다.
부라더 미싱을 파는 가게도 있다. 수십 년 전에는 우리나라 신부들의 최고 혼수품으로 사랑받던 물건이다.
길가에는 개를 위한 바도 있다. 이곳 사람들은 개를 엄청 사랑하나 보다.
아침 식사하러 가니 바지 친구의 바지를 찾았다고 연락이 왔단다. 집에 들어가는 순간 맞아 죽을까 봐 걱정했더니 천만다행이다. 페로가모 벨트라는데 말이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를 향해 출발했다. 부르크는 다리라는 뜻이다.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에 갔다. 여기도 0.5유로다. 들어갈 때 받은 티켓을 모아 김 사장님이 오스트리아의 명물 모차르트 초콜릿을 샀다.
이탈리아 오르티세이에 도착하니 꼭 샤모니에 온 느낌이다. 점심식사 때는 박회장님이 술도 산단다. 바지 때문에 오늘 물 사고, 술 사고 엄청 쏜다. 덕분에 바지 친구에서 박회장님으로 승격했다. 이름도 박태준이니 회장이 확실하다.
오르티세이에서 점심식사 후 금 사장님이 엉뚱한 곳으로 가는 바람에 김 사장님이 금 사장님을 찾아 헤맸다. 식당에서 나와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이다. 순희 씨가 사색이 됐다. 화장실에서 쓰러진 줄 알았단다. 한순님이 화장실에서 봤는데 이상하다고 뛰어갔다. 결국 김 사장님이 찾아서 같이 왔다.
우리가 간 돌로미테는 이탈리아 북부의 알프스 지역인데 온통 흰색의 바위로 되어있다. 돌로미테는 백운암(白雲岩)이라는 석회암의 종류이다. 프랑스 지질학자인 '돌로미외'가 이곳에서 난 암석을 발견하고 분석한 뒤에 '돌로미테'라 이름 붙였다. 3,000m 이상 되는 봉우리가 18개나 되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곤돌라와 케이블카를 타고 세체다에 내리니 기온이 쌀랑하다. 기온이 6.7도밖에 안 된다. 정상의 예수상에 오르니 동생들과 왔던 기억이 새롭다. 여기서 우측 능선을 타고 걷는 길이 그야말로 환상이다.
다시 돌아와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티세이로 내려왔다. 케이블카 안에서 양숙 씨가 앞의 아기를 데리고 논다. 잼잼도 시키니 잘 따라 하며 눈웃음을 친다. 아기의 맑고 푸른 눈 속에 온 우주가 담겨 있다.
산타막달레나로 이동하여 마을에서 산타막달레나 성당까지 걸어갔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성당이 동화 속 나라같이 아름답다.
버스에 오르자 금 사장님이 마이크를 잡더니 사과문을 발표하고 저녁에 술을 사겠다고 한다. 방 하나가 부족해 미국부부가 다른 호텔로 갔다. 영어를 잘하니 제일 안심이 된다는 것이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형탁님이 금 사장님에게 오더니 와인 잘 마셨다고 인사를 하며 종종 길 잃어버리시라고 농담을 한다. 오늘도 성격 좋고 인심 좋은 회원들 덕분에 잘 먹고 잘 놀았다.
6월 26일 돌로미테 알페디시우시
라이넬 호텔은 식탁에 방 번호까지 표시해준다. 그 자리에 앉으라는 뜻인데 편한 점도 있고 맘대로 못 앉으니 불편하기도하다.
8시 30분 호텔 출발하여 곤돌라를 타고 알페디시우스로 올라가 트레킹을 했다. 곤돌라 타기 전 명수 씨는 최 사장님 스카프를 매준다. 어쩌니저쩌니해도 부인밖에 없다. 특히 카메라만 들이대면 불륜 포즈로 바뀐다. 부부관계란 요지경 속이라. 살아본 사람만 안다.
동화 속 같은 풍경 속에 온갖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꽃밭에 들어가 엎어져서 찍고 자빠져서 찍고 정신 없이 찍어댔다. 산상 카페에서 커피도 마셨다.
우리 산악가이드 발트는 스키 강사였단다. 산악가이드 한 지 8년 됐다고 한다. 곤돌라 쪽으로 걸어오는데 웬 개가 다가오더니 우리 회원들에게 꼬리를 치고 머리를 비비고 난리다. 달마시안인데 이 녀석은 성격이 엄청 좋은가보다.
오르티세이로 다시 내려와 식당으로 갔다. 식당 앞에는 장난감 같은 빨간 차가 있다. 나중에 보니 한 아저씨가 나와서 몰고 간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차가 터질 것같이 꽉 찬다. 정말 유럽사람들은 소형차를 선호하나 보다.
점심 식사 후 카레차호수로 갔다. 비가 내린다. 동생들과 왔을 때는 날씨가 좋아서 물속에 앞의 바위산이 비쳐 멋졌는데 빗방울이 만드는 파문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아 아쉽다.
조금 걷다 보니 비가 그친다. 호수 위쪽 숲길을 걸었다. 주차장에 와서 버스를 타고 오르티세이로 돌아왔다. 길이 산길이라 커브가 심해서 돌아가실 지경이다. 걷기보다 차 타기가 훨씬 힘들다. 호텔로 돌아와 잠시 쉬니 좀 가라앉는다.
오늘도 호텔에서 코스 요리를 먹었다. 오늘은 미국서 온 박종석 님이 술을 샀다. 길을 잃은 것도 아니고 물건을 놓고 온 것도 아닌데 그냥 한 턱 쐈다. 다른 부부는 버스에서 다 따로 앉는데 이 부부는 항상 같이 앉는다. 부부 금슬이 엄청 좋은가 보다.
저녁을 먹다가 정연씨가 농담을 한다. 남자와 여자가 같이 사는 집은 적막강산이고, 남자 혼자 사는 집은 막막강산이고, 여자 혼자 사는 집은 금수강산이란다. 정연씨도 아직 금수강산이 아니라고 하는데 나도 막막강산이다. 살아생전에 금수강산으로 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연씨와 나는 2년 전에 쌍 과부 돼서 말이 잘 통한다.
오늘은 요리조리 비를 피해서 잘 다녔다. 잠잘 때 비 오고 차 타고 가다가 내리면 그친다. 누군가 3대에 걸쳐서 덕을 쌓았나 보다.
6월 27일 돌로미테 친퀘토리
아침에 저녁 메뉴를 미리 주문한다. 이 호텔은 아침, 저녁을 의무적으로 먹어야 방을 준단다. 오르티세이는 볼차노 지역이다. 볼을 차는지 공을 차는지 모르겠는데 경치는 끝내준다. 전식은 조개, 메인은 버섯요리로 신청했다. 놀다 보면 내가 무얼 신청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김 사장님이 물을 샀다.
셀라파소까지 버스로 이동했다. 파소는 고개라는 뜻이다. 여기서 깡통 곤돌라를 타고 올라갔다.
곤돌라는 2인용인데 완전 찜통이다. 곤돌라에서 내리니 눈밭에서 시베리아 바람이 분다. 눈 위로 올라서니 동생들과 왔을 때 걸었던 트레킹 코스가 아련하게 보인다.
도한순 님은 일본어를 현지인 수준으로 잘한단다. 그래서 도상이라고 부른다. 일곱 번째 아들이라 딸 못 낳은 한이 맺혀 한순이라고 했다더니 도상이 훨 낫다. 오늘 산장에서의 커피는 안숙씨가 냈다.
깡통 곤돌라를 다시 타고 내려와 싸소 포르도이로 갔다. 여기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니 돌로미테 테라스다. 눈밭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댔다. 동생들과 여기 왔을 때는 걸어 내려갔다.
돌로미테 테라스에서 내려와 사보이 레스토랑에서 피자를 먹었다. 1인당 한 판이다. 반도 못 먹겠다. 가이드 발터는 재숙 씨 것까지 두 판을 먹는다. 재숙 씨는 멀미에 고산병까지 와서 한쪽도 못 먹었다.
다음은 친케토리로 갔다. 친케토리의 친케는 5. 토리는 봉우리란 뜻이다. 여기서는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다. 친케토리에는 2차 대전 때 임시 병원으로 쓰던 건물도 있다.
6월 28일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아침에 호텔 한 바퀴를 돌았다. 벽에 붙어있는 우편함이 예쁘다. 열쇠가 꽂혀있기에 한번 열어봤더니 아무것도 없다.
오늘은 이탈리아 오르티세이를 떠나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로 간다. 오스트리아의 오스트는 이스트 즉 동쪽이란 뜻이다. 오스트리아는 동쪽에 있는 나라라는 뜻이다. 인스부르크 뜻은 Inn 강에 있는 다리라는 뜻이다.
오늘도 박 회장님이 물을 쐈다. 계속 물 먹이네? 바지는 찾았지만 김 사장님 집으로 보내주기로 했단다. 부인에게 여기서 찍은 사진을 보냈더니 왜 벨트를 안 했냐고 했다더니 어차피 뽀롱나게 생겼다.
오늘 아침은 이태리에서, 점심은 오스트리아에서, 저녁은 독일에서 먹는다. 말 그대로 국제적으로 놀고 있다.
오스트리아 인구는 900만인데 인스부르크 인구 13만 중 학생이 3만 명이다. 거리마다 젊은이들이 넘쳐나서 도시가 활기차다.
올드 타운 의 집 색깔은 우중충한데 뉴타운의 집은 알록달록하다. 술 취한 남편이 집 잘 찾아오도록 이렇게 칠했다고 가이드가 농담을 한다.
성문을 들어와 첫 번째 호텔이 제일 오래된 호텔인데 괴테와 모차르트가 여기서 묵었단다. 교회 부속 병원도 있는데 이곳 최초의 병원이라고 한다.
황금 지붕은 3.5kg의 금으로 덮었다. 황금 지붕 아래서 갑자기 폭죽이 터지며 흰 종이와 금색 종이가 쏟아진다. 모양도 하트형이다. 가까이 가보니 신랑 신부가 보인다. 야외촬영 나왔나 보다. 다른 사람들이 줍기에 나도 몇 개 주웠다.
황금 지붕 중간에 여섯 개의 문장이 있다. 제일 오른쪽 문장에 뱀이 있는 것은 불이 났을 때 뱀이 왕자를 구해주었기 때문이다.
이곳의 집들은 대부분 지상층까지 포함해서 5층이다. 그런데 4층짜리 건물이 있다. 이 집 주인은 키가 2m 25cm라 들어갈 수가 없어서 한 층의 높이를 높게 해서 4층만 지었다. 의대에 이 사람의 유골이 전시되어 있다고 사진을 보여준다.
어느 건물 문에 둘 기둥이 있는데 양쪽에 작은 구멍이 뚫려있다. 한쪽 구멍에 내가 입을 대고 "순희 씨 들려?" 하니 아주 잘 들린단다. 그것참 신기하다.
독일 알프스는 이태리 알프스에 비하니 껌이다. 산길을 돌아돌아 켐핀스키 호텔에 도착하니 하도 멋져서 눈이 휘둥그레진다. 면목동 촌년 완전 출세했다. 와이파이도 비번 없이 연결되니 금상첨화다. 전망도 기막히다. 바이에른 알프스의 연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방에 들어가니 TV 화면에 Mr. Hyunsook Lee 라는 글씨와 방번호가 떠있다. 친절도 하셔라. 이런 호텔은 첨 본다. 내가 남자인 줄 알았나 보다. 탁자 위에는 예쁜 초콜릿 선물도 있다. 바디로션도 페로가모다. 화장실에 있는 카네이션도 생화다. 로비 옆 화장실 세면대에는 일회용 티슈 대신 타올이 가지런히 들어있다.
저녁 식사하러 버스를 타고 산에서 내려오는데 무지개가 떴다. 이번 여행에서 두 번째 보는 무지개다. 공기가 맑아서 무지개가 잘 생기나? 돼지갈비도 화덕에 구웠는지 환상이다. 식당에서 전통 복장을 한 아이들이 춤도 춘다.
호텔로 돌아와 호텔 주위를 산책했다. 순환 씨가 형탁 씨에게 먼저 방에 들어가 있으라니 목욕 재개하고 기다리겠단다. 멀리 산꼭대기에 독수리 요새(eagle's nest)도 보인다.
6월 29일 쾨니제 호수
방의 세면대 옆에는 생화로 장식되어 있다. 보라색 카네이션이 고급스럽다. 연일 엄청나게 먹는다. 한국에서보다 3배는 먹는 것 같다. 졸지에 위대(胃大)한 인간 됐다. 최고로 전망 좋은 식당에서 맛난 아침 식사를 했다.
호텔 로비에는 봅슬레이가 전시되어 있다. 옆에 'take a seat'이라고 쓰여 있기에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봅슬레이 실물은 생전 처음 봤다.
아침에 보니 안숙씨는 어제 황금 지붕에서 주운 하트를 볼에 붙였다. 나도 한번 붙여볼 걸 괜히 버렸다.
식사 후 쾨니제로 갔다. 쾨니는 왕, 제는 호수라는 뜻이다. 즉 쾨니제는 왕의 호수다. 유람선을 타니 가이드가 설명해주는데 독일말도 모르겠고 영어도 모르니 뭔 소린지 도통 모르겠다.
가다가 메아리치는 곳에 멈춰서서 가이드가 트럼펫을 분다. 불기 전에 술인지 음료인지 한 잔 마신다. 다들 신기해하는데 난 노인성 난청이라 메아리 소리가 영~ 들리지 않는다. 슬프다. 가이드는 독일어로 소리치면 영어로 메아리가 온다고 농담을 한다. 연주를 마치고 모자를 들고 돌아다닌다. 1유로씩 냈다.
배에서 내리니 성 바돌로매 성당이 보인다. 예수님의 제자 바돌로매가 여기까지 왔나 보다.
성당 옆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이번에는 주희 씨가 쐈다. 순희 씨는 금 사장님 입에 연방 아이스크림을 떠먹여 준다. 남자가 늙으면 돈도 친구도 다 필요 없고 마누라, 부인, 와이프, 집사람만 있으면 된다더니 그 말이 딱 맞다.
커피를 마시고 호숫가 산책에 나섰다. 양숙 씨와 내가 고사목에 올라가 사진을 찍었더니 그게 좋아 보였는지 현지인들도 기어 올라가서 찍어달란다.
호수에는 오리들이 평화로이 놀고 있다. 새끼 두 마리를 데리고 다니는 어미 오리도 있다. 새끼는 모두 예쁘다.
더 가다가 벤치에서 사진을 찍는데 한 남자가 찍어 주겠단다. 강아지를 안은 현지인 여자가 우리와 함께 찍더니 빠지라고 하고 우리만 다시 찍어준다. 다시 배를 타고 나와 식당으로 갔다. 여기서 생선가스를 먹었다. 꼭 가자미 같이 생겼다.
다음은 소금 광산으로 갔다. 펭귄처럼 까만 옷으로 갈아입었다.
동굴 벽 무늬가 멋지다. 대리석처럼 매끈하다. 붉은색이 도는 게 산화철이 들어있는 듯하다. 열차도 타고, 미끄럼도 타고, 배도 타고, 후니쿨라까지 탔다. 거울 호수에 동굴 벽이 비쳐 달 표면 같다. 소금 결정이 조명 빛을 반사하여 환상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염수를 맛보니 엄청 짜다. 하지만 쓴맛이 없다. 염화마그네슘이 별로 없나 보다.
소금 광산이라고 해서 암염을 파내는 줄 알았더니 시추공을 만들어 시료를 채취한 후 질이 좋으면 소금을 캐낸 후 그 동굴에 물을 채워 소금이 녹은 물을 펌프로 퍼 올려 소금공장으로 보내 소금을 만든단다. 밖으로 나와 빌려 입은 펭귄 옷을 반납하고 쇼핑을 했다. 다들 소금 엄청 샀다. 한국의 하수도 물이 더 짜질 것 같다.
여기서 버스를 타고 두 시간 달려 뮌헨으로 갔다. 다리를 건너는데 강가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더워서 다들 강가로 나왔나 보다.
신 시청사 지하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오늘이 유로 2024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라 식당 안에 'EM 2024'라는 장식도 하고 대형 TV도 틀어놨다.
9시부터 독일과 덴마크 경기를 시작했다. 3분 만에 독일이 한 골 넣은 줄 알았더니 오프사이드란다. 그래도 후반전에 한 골 넣어 이겼다니 다행이다.
6월 30일 뮌헨
아침 식사 후 10층에 올라오니 룸으로 가는 문이 열리지 않는다. 자동문인 것 같아 근처에서 몇 번을 왔다 갔다 해도 열리지 않아서 벽면을 보니 카드를 대는 곳이 보인다. 몇 번을 대 봐도 빨간 불만 들어오고 문은 열리지 않는다. 그 옆을 보니 전화기가 있다. 전화기를 드니 신호가 간다. 한참 만에 남자가 받는다. 10층인데 문이 안 열린다고 하니 문을 열 수 없냐고 한다. 그렇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문을 수리하러 올라오려나 하고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안에서 나오는 사람도 없다. 혹시 아래서 고쳤나 하고 다시 카드를 대보니 파란불이 들어오면서 문이 열린다. 매일 매일 호텔도 바뀌고 방도 바뀌니 적응하기 힘들다. 머리에서 쥐가 날 지경이다.
방에 들어와 밖을 내다보니 베란다 창틀에 웬 쇠꼬챙이가 잔뜩 꽂혀있다. 10층인데 도둑 방지용은 아닐 테고 비둘기가 앉지 못 하게 하는 것 같다.
출발 전 로비에서 화장실에 가니 비밀번호를 누르란다. 그냥 올라왔더니 김 사장님이 프론트에 물어서 2333이라고 알려준다. 다시 내려가 해보려니 글씨가 너무 작아 안 보인다. 대충 왼쪽 끝이 1이라고 생각하고 눌러보니 열린다. 로비 화장실에도 비밀번호 걸어놓는 곳은 첨 본다.
오늘은 총기 좋은 순희 씨가 한 건 했다. 방에다 배낭을 두고 왔단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더니 이런 일도 있다.
독일의 대부분 영주들은 개신교를 지지했지만 바이에른 영주는 천주교를 믿었다. 막스밀리안 1세가 마리엔 광장에 마리아상을 광장에 세웠다. 마리엔 광장에는 구시청사와 신 시청사가 있는데 신 시청사가 더 오래된 것 같다. 사암으로 만들어져 석탄에서 나온 매연 때문에 시커멓게 되었단다.
8km 떨어진 소금 광산에서 가져오는 소금에 세금을 매겨서 부를 쌓은 상인들이 신 시청사를 만들었다. 청사 외벽에는 귀족들의 조각상이 붙어있다. 1818년에 지어진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어제부터 오페라 축제가 있어 기둥에 보라색 천을 둘렀다.
레지던스 박물관 앞에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 동상이 있다. 바그너는 이곳에서 석 달을 머물며 독일의 옛 전설을 주제로 오페라를 작곡했다.
원숭이 타워도 있는데 원숭이가 왕자를 안고 지붕 위로 올라가 돌아다녔다. 사람들이 왕자가 떨어지면 받으려고 밑에서 대기했는데 원숭이는 왕자를 떨어뜨리지 않고 제 자리에 잘 갖다 놓았다.
호프브로이 거리는 매년 맥주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여기서 모둠 소시지와 맥주로 점심식사를 했다. 오늘 맥주는 잃어버린 것도 없고 잊어버린 일도 없는 도상님이 쐈다. 식사 중간중간 나팔도 불어준다. 어제 축구도 이겼겠다 아주 신이 났다.
맥줏집을 나와 뉘른베르크로 출발했다. 휴게소에 들어가니 화장실이 1유로다. 볼일을 보고 센서에 손을 대니 깔판이 돌아가며 소독을 하고 쏙 들어간다. 신기하다.
점심 식사 후 뉘른베르크로 이동했다. 뉘른베르크는 신성로마제국의 의회가 있던 곳이자 세계 대전의 전범을 재판하던 곳이다. 카이저부르크 성으로 갔다. 카이저는 '시저', 부르크는 '성'이란 뜻이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머물던 곳이다. 파수를 보는 망루도 있고 황제가 예배를 드리던 성당도 있다. 평민은 지하 1층에서 예배를 드리고, 귀족은 1층, 황제는 2층에서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건물 안의 바닥은 마루인데 오래되어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성에서 나오니 비가 쏟아진다. 성문 아래서 비를 피하다가 크리스마스 광장으로 왔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서는 곳이다. 광장 옆 분수대기 멋지다. 여기 있는 고리를 세 바퀴 돌리면 부자가 된다고 해서 너도나도 돌렸다. 부자 되고 싶은 마음은 만국 공통인가 보다.
가이드 여자가 식당까지 안내해주고 여행 잘하라고 하며 비가 와서 미안하다고 한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치킨가스로 저녁 식사를 하고 호텔로 왔다.
7월 1일
뉘른베르크 중앙역에 있는 물러라는 쇼핑몰로 가서 이것저것 자잘한 것을 조금 샀다. 중앙역이라 사람들이 엄청 많다.
버스에 오르니 김 사장님이 발포비타민을 한 개씩 나누어준다. 김 사장님은 인솔자, 가이드, 찍사에 포터, 통역사까지 1인 5역을 하는데 거기다 선물까지 준다. 산타가 따로 없다. 세계사에 대한 지식도 해박해서 가는 나라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닥치는 대로 사그리 설명해준다.
식사 후 로텐부르크로 이동했다. 로텐부르그는 여러 곳에 있는데 여기는 타우버 강 옆에 있어서 로텐부르크 데 타우버라고 한다. 이곳 시장은 적군이 와서 포도주 3ℓ 마시면 용서해 준다고 하자 마시고 기절했다가 1주일 만에 깨어났단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시장 있었으면 좋겠다.
야고보 성당의 해시계는 3면에 3개가 있는데 시간대별로 햇빛을 잘 받는 곳에 만든 것 같다. 날이 흐려서 시각이 잘 안 보여 아쉽다.
로만틱 가도는 로마로 통하는 길이다. 시청사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다.
점심 먹을 때 와인을 주는데 금 사장님을 안 주기에 왜 그런가 했더니 여자 먼저란다. 난 무수리 과라서 이런 건 적응이 안 된다. 이번에도 김 사장님이 와인을 냈다. 이렇게 퍼먹이고 뭐가 남을랑가 모르겠다.
이곳 성벽에는 나무데크로 된 성벽길이 있다. 벽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쓰여 있는데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
공항 가는 길에 김 사장님이 그동안 여정을 쭈욱~ 복습도 시켜준다. 공항에서 마시라고 박 회장님이 또 물 한 병씩 선물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여 미국부부와 이별하고 한국 가는 사람들과도 이별했다. 김 사장님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주희 씨 친구가 첫날 공항에 두고 온 짐을 찾았다. 유실물 센터 안으로 들어가 주희 씨 짐을 직접 찾았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은 멋지고, 알차고, 화기애애한 명품여행이었다. 김 사장님 친구인 박 회장님, 도상님, 미국 친구까지 요소요소에서 도와주니 안심하고 맘 편하게 다닐 수 있어 더더욱 좋았다. 열흘 동안 정말 잘 먹고 잘 놀았다. 내가 마지막 숨을 내쉴 때는
“구경 한번 잘했네~” 하며 눈을 감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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