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4. 9. 2. 끊어야할 거미줄

아~ 네모네! 2024. 9. 2. 15:44

끊어야 할 거미줄

이현숙

 

  망우산 능선길을 걷는다. 숲속 나뭇가지에 거미줄이 보인다. 촘촘하게 잘도 쳤다. 밑부분에는 포획물이 그득하고 집주인 거미는 위쪽 중심부에 따악 자리 잡고 앉아있다. 미동도 없다.

  거미는 자기 몸에서 거미줄을 뽑아내 집을 만든다. 그 정교함이 기막히다. 사방팔방으로 방사선 줄을 친 다음 그사이를 뱅뱅 돌며 촘촘하게 그물을 짠다. 줄이 하도 가늘고 투명해서 알아보기 힘들다. 그러니까 무수한 날파리들이 걸려서 거미 먹이가 된다. 아마 나 같아도 걸릴 것이다.

  한때는 거미줄이란 촘촘할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우리 인생도 거미줄 같아서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을수록 우울증에 걸릴 일도 없고 정신적 무저갱에 빠질 일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생각이 약간 바뀌었다. 이 거미줄을 끊어야 할 때가 된 듯하다. 우선 내 몸과의 줄을 끊어야 한다. 내 영과 육이 분리돼야 하늘나라로 갈 수 있다. 그러려면 병에 걸리든지 사고를 당하든지 해서 단단한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말로는 이렇게 떠벌이지만, 행동은 180도 다르다. 어디 한 군데라도 아프면 병원으로 쪼르르 달려간다. 오만가지 검사를 하며 어떻게든지 육신에 들어 있으려 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자궁 속 아기가 자궁을 박차고 나왔을 때 이 넓고 신비로운 세상이 펼쳐지듯 우리가 몸을 떠나면 기막힌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모임도 하나하나 끊어간다. 아들이 고 11992년에 만들어진 학부모 모임도 해체했다. 30년이 넘은 모임이다. 면목중학교에서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들 모임도 마감했다. 해가 갈수록 아픈 사람도 늘어나고 부산, 세종시, 수원으로 이사 가는 사람들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끝내게 되었다. 모든 인간관계도 끊고 자식과의 인연도 끊고 내 육신과의 줄도 끊어내면 난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먼 먼 하늘나라로 날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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