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시모 2023년 7월 21일
1. 진행자 : 유형종 무지크바움 대표
2. 감상곡 : 푸치니의 토스카
자코모 푸치니의 <토스카>는 극의 배경이 확실한 오페라다. 오스트리아 군대가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을 기습한 마렝고 전투의 결과가 로마에 전해진 1800년 6월 17일 낮부터 18일 새벽 사이에 모든 일이 벌어진다. 불과 16시간 사이에 오페라 디바 토스카(당시 유럽에서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직업)와 화가 카바라도시가 악당 스카르피아 탓에 죽음을 맞는 것이다. 장소도 로마의 역사적 건축물로 명확히 지정되어 있다. 1막은 성 안드레아 델라 발레 성당, 2막은 파르네제 궁, 3막은 테베레 강에 인접한 성 안젤로 성이다. 그래서 현대 배경으로 바꾸는 것이 일반화된 오늘날에도 <토스카>만큼은 전통적 무대가 많은 편이다.
그런데 배리 코스키가 연출한 2022년 네덜란드 국립오페라의 <토스카>가 압도적 효과로 현대적 해석의 진수를 보여준다. 1막은 거의 무대장치 없이 시커먼 배경인데, 사악한 경찰 총수 스카르피아가 성당에 울려 퍼지는 경건한 ‘테 데움’에 동참하는 척하면서 토스카에 대한 음욕을 드러내는 노래 ‘가라 토스카’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어두운 무대 뒤로 삼단제단화가 펼쳐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제단화는 성스럽지 않다. 일종의 ‘지옥도’로서 합창단은 그림 상하좌우 여기저기에 뚫린 구멍에 각자 머리를 들이밀고 기괴한 표정으로 주를 찬양한다. 스카르피아의 악마성을 몇 배나 증폭시키는 놀라운 효과다. 가장 유명한 삼단제단화는 벨기에 북부의 헨트(겐트)에 있는 얀 반 에이크의 ‘어린 양에 대한 경배’인데, 공연이 펼쳐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겨우 168㎞ 거리다. 비록 나라는 다르지만, 벨기에 북부는 옛 역사를 네덜란드와 공유하고 언어도 네덜란드어를 사용한다. 암스테르담 관객들이 이 삼단제단화를 잘 안다는 점을 고려한 연출일 것이다.
2막은 스카르피아 일당이 아지트로 사용하는 초현대식 주방으로 바뀌었다. 이 고급스런 공간에서 피의 참상이 벌어진다. 탈옥한 정치범을 숨겼다는 혐의로 카바라도시를 심문한 스카르피아의 부하들은 지하 고문실에서 화가의 오른손 손가락을 모두 잘라 스카르피아에게 가져온다. 눈을 감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잔혹한 해석이지만 연출가는 이를 위해 치밀한 설정을 했다. 냉장고 안에는 고급 어종들이 보이고, 스카르피아는 칼로 직접 썰어 일본식 회를 즐긴다. 화병 속 꽃도 일본풍이다. 벽에 쭉 걸린 칼들은 스카르피아의 주방 도구인 한편 고문에도 사용할 것이란 암시다. 물론 토스카도 그 칼로 스카르피아를 리얼하게 찔러 죽인다.
호주 출신인 배리 코스키는 현재 유럽 오페라계에서 가장 뜨겁게 각광받는 연출가다. 손대는 작품마다 한 사람의 솜씨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개성적인 스타일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천재적이라는 찬사를 금할 수 없게 만든다. 큰 설정뿐 아니라 세밀한 연기와 작은 아이디어도 살려내는 실력이 돋보인다. 예컨대 토스카가 높은 성벽에서 뛰어내리는 3막 피날레에서는 곧바로 무대를 회전시켜 바닥에 떨어진 토스카(물론 그사이 바꿔치기한 대역)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연출에 초점을 맞춰 새 영상을 소개했지만, 출연진도 훌륭하다. 이탈리아계 스위스 지휘자 로렌초 비오티는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네덜란드 국립오페라와 네덜란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실력파다. 외모도 출중해 클래식 연주자로는 드물게 광고모델도 한다. 토스카 역의 스웨덴 소프라노 말린 비스트룀은 우리나라에는 덜 알려진 편이지만 유럽 최정상의 소프라노다. 풍요로운 음성이 결여하기 쉬운 정확한 음악성을 갖추었고 올해 50세에 되었지만, 외모와 체형도 아름답다. 아르메니아 바리톤 게보르크 하코비안은 스카르피아의 화신 같은 노래를 펼치는데 조금 작은 체구가 아쉽다. 카바라도시 역의 조슈아 게레로는 앞으로 볼 기회가 많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만드는 젊은 미국 테너다.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무지크바움 대표〉
토스카와 마리오 카바라도시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스카르피아는 그 둘 사이를 방해하고 토스카를 짝사랑한다. 스카르피아는 마리오가 정치범을 숨겼다는 이유로 구속해서 온갖 고문을 자행한다.
스카르피아는 고문하는 곳에서 마리오를 살려주는 대신 토스카의 사랑을 요구한다. 토스카는 어쩔 수 없이 승낙한다. 총살하는 척만 하고 살려주겠다고 하면서 토스카와 마리오를 살려주겠다는 문서를 쓰는 동안 토스카는 과일칼을 몰래 숨겨 스카르피아를 찔러 죽인다. 총살하는 척만 하겠다던 스카르피아의 약속은 거짓말이었고 마리오는 결국 죽는다. 토스카도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성벽에서 뛰어내려 자살한다. 비극의 오페라 토스카에는 유명한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그리고 테너의 아리아 ‘별은 빛나 것만’이 있다.
3. 감상문
거의 모든 오페라는 사랑을 주제로 한다. 토스카와 카바라도시의 사랑도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사랑이 정말 존재할 수 있을까? 실제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작품을 썼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왜 어떤 사람은 죽도록 미워하고 어떤 사람은 죽기까지 사랑하는 것일까? 다 같은 인간인데 말이다. 다른 동물은 이런 일이 없는 것 같다. 토스카가 스카르피아을 찔러 죽일 때 왼손으로 죽였는데 극 중의 토스카가 왼손잡이일까? 아니면 가수가 왼손잡이일까? 스카르피아는 등에 두 번이나 칼을 맞았는데 등 쪽에서 피가 나오지 않아 그것도 이상했다. 결국 주인공 세 명이 모두 죽는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끝까지 살아남는 경우가 많은데 왜 오페라에서는 죽는 것으로 끝을 맺는 경우가 많을까?
너무 잔인한 장면도 많고 온통 피투성이다. 한 마디로 완전 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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