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눈이 내리네
이현숙
길가의 가로수에서 꽃눈이 내린다. 작년까지는 꽃비가 내렸는데 올해는 꽃눈이 내린다. 똑같은 벚나무에서 똑같은 꽃잎이 쏟아지는데 왜 올해는 눈처럼 보이는 것일까?
오늘은 종려주일이다. 다음 주는 부활절이다. 쏟아지는 꽃눈을 맞으며 교회에 갔다. 교회에 앉아서 찬송을 부른다. 갑자기 남편 생각이 떠오른다. 작년 부활절까지만 해도 함께 앉아 예배를 드렸는데 혼자 앉아 있으려니 눈물이 핑 돈다. 남편은 작년의 부활절이 마지막인 줄 짐작도 못 했을 것이다.
오늘 새벽엔 꿈에 남편이 보였다. 죽어서도 교장을 하는지 예원학교 무슨 행사장인 것 같은데 남편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걸어간다. 젊어서처럼 활기차고 건강해 보인다. 건강한 모습을 보니 깨어나서도 기분이 좋다. 천국에서도 이렇게 활기차게 지냈으면 좋겠다.
집에 와 점심을 먹고 망우산에 올랐다. 여기도 꽃눈이 쏟아진다. 길바닥이 하얗다. 올해는 왜 벚꽃이 눈으로 보일까? 나무에서 떨어지는 모양도 눈 같고, 땅에 하얗게 쌓인 것도 눈 같다. 그런데 왜 작년까지는 꽃비가 내린다고 생각했을까? 그저 남들이 꽃비가 내린다고 하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올해는 남편이 없다. 내 마음에 찬 바람이 불어서 눈으로 보이는 것일까? 모든 사물이 이렇게 다르게 보이는 것이 참 이상하다. 사람은 마음의 눈으로 사물을 보는 모양이다. 내 마음에 다시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면 꽃비로 보이려나? 앞으로 이런 날이 오려나 모르겠다. 하늘나라에 가서 다시 남편을 만난다면 꽃비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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