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2. 6. 29. 이 세상 최고의 축복

아~ 네모네! 2022. 6. 29. 16:23

이 세상 최고의 축복

이현숙

 

  쌀 씻을 그릇을 베란다 쌀 포대 앞에 갖다 놓고 싱크대에서 한참 찾아 헤맨다. 금방 쌀을 가지러 갔다가 깜빡 잊고는 이게 어디 갔나 하고 머리를 굴린다. 나중에 찾고는 한심하다. ‘이걸 머리라고 달고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냉장고에 캔맥주가 두 개 있었는데 아무리 냉장고를 들여다보아도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다. 남편에게 맥주 한 캔 먹었냐고 했더니 안 먹었단다. 이거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하며 몇 번씩 냉장고 문을 열어본다. 남편이 열어보더니

두 개 맞네.” 한다.

한쪽 구석에 있는데 그렇게 찾아도 안 보이는 게 참 기가 막힌다. 이걸 눈이라고 걸고 다녀야 하나 싶다.

  몸도 정신도 갈수록 망가진다. 바위가 풍화되어 먼지로 변하듯 몸도 무너져내리고 마음도 무너져 내린다. 식탁 위에는 온통 약봉지와 약병이 도열을 하고 있다. 갈수록 아픈 곳이 늘어난다. 이런 속도로 나가다가는 앞으로 얼마나 큰 고통을 당해야 하나 싶다.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은 있다. 우리에게 유일한 피난처는 죽음이 아닐까? 몸은 아파서 죽을 지경인데 죽어지지 않는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우리 인생 최대의 축복은 아무래도 죽음이지 싶다. 생로병사 중에 병까지 왔으니 이제 만 마치면 된다. 죽음은 신이 준 가장 큰 축복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이 죽으면 축하의 꽃다발을 보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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