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2022. 5. 15. 짝퉁 산티아고 1

아~ 네모네! 2022. 5. 22. 23:22

짝퉁 산티아고 

 

이현숙

 

기간 : 2022515~ 517

장소 : 신안 천사의 섬

 

  신안에 있는 천사의 섬에 섬티아고 순례길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TV에서도 여러 번 보아왔던 차에 4번 동생이 여기로 자매 여행을 가자고 한다. 이거야말로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유럽에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못 갈망정 우리나라에 있는 섬티아고 순례길이라도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신안에는 2개의 읍()12개의 면()1,004개의 섬이 있다 하여 1,004의 섬이라고 하지만 박우량 신안군수에 의하면 신안군에는 1,025개의 섬이 있으므로 실제로는 틀린 말이라 한다.

  신안군은 1969년 무안군으로부터 분리되어 새로운 무안이라는 뜻에서 신안(新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515일 암태도 승봉산, 무한의 다리

출발~

  사가정역에서 동생들과 만나 발걸음 아니 차 걸음도 가볍게 신안을 향해 달렸다. 제부는 운전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네 자매는 서로 입을 놀리기 바쁘다. 3번 동생은 얼마 전 이사를 했는데 이사하느라 스트레스받은 이야기를 하느라 입 운동이 그치지 않는다. 이제 70도 넘었으니 그 집에서 죽을 때까지 잘 살았으면 좋겠다.

  정안 알밤 휴게소에서 잠시 쉬며 커피를 마시고 계속 남으로 남으로 달렸다. 날씨도 화창하니 우리 자매의 여행을 축복하는 듯했다.

 

암태도 승봉산

  무안에서 김대중 대교를 건너면 압해도다. 압해도는 섬 전체가 바다()를 누르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압해도'라 하였다. 압해도에서 천사대교를 건너면 암태도다.

  암태도는 돌이 많고 바위가 병풍처럼 섬을 둘러싸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섬 한복판에 승봉산(해발 355m)이 늠름한 기백을 자랑하며 우뚝 서 있다.

  섬 안으로 계속 들어가면 기동삼거리가 나타난다. 이곳에 천사의 집이 있다. 동백나무 머리를 한 할아버지 할머니의 벽화가 유명하다. 여기서 사진을 찍느라 긴 줄이 생기곤 한다. 이곳은 지형상 마을이 있는 것이 아주 좋다 하여 텃골 또는 기동(基洞)이라 부르게 되었다.

  기동삼거리 근처 신안맛집에서 병어조림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하였다. 유명한 맛집인지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배를 든든히 채운 후 승봉산으로 갔다. 수곡고개에 차를 세우고 숲길로 들어섰다. 길가에 골무꽃이 많이 보인다. 개제비난과 땅비싸리도 종종 눈에 띈다. 예덕나무는 예와 덕을 갖추어서 그런지 보기에도 점잖고 우아해 보인다. 바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멍 때리기 좋다.

  4번 동생과 제부는 날다람쥐같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철계단을 지나 계속 올라가는데 동생이 전화를 한다. 철계단을 지났느냐고 하기에 그렇다고 하니 거기서 정상이 얼마 안 되니 부지런히 오라고 한다. 과연 조금 더 올라가니 공터가 나타나고 승봉산 정상석이 나타난다. 여기서 인증사진을 찍고 다시 수곡고개를 향해 내려왔다.

  백길해수욕장을 보려고 들어갔더니 리조트 공사 중이라 출입 통제다. 제부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운전을 계속했더니 계기판에 커피잔이 나온단다. 이제 그만 쉬라는 뜻인가보다.

  하나로 마트에 들러 이틀간 먹을 물과 반찬거리를 잔뜩 사서 오늘의 숙소인 신안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주차장이 한가하다.

 

무한의 다리

  방으로 들어와 쌀을 씻어 밥통에 넣고, 상추도 씻어놓고, 된장찌개도 준비해 놓은 후 무한의 다리로 갔다. 저녁에는 추울 것 같아 바람막이로 단단히 무장했다. 3번 동생은 어쩌다 3이 준 두꺼운 점퍼를 입었다.    우리 자매는 1번부터 6번까지 있는데 나는 2번이다. 3번은 자기 다리가 부실하여 빡센 산행을 못 하니 장미숙을 자기 대신 어쩌다 3번으로 이름 붙이고 같이 다니라고 한다.

  무한의 다리는 무한대()를 내포하는 88일 섬의 날을 기념하고, 섬과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 끝없는 발전의 의미를 담아 조각가 박은선과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 거장 마리오보타가 작명하였다.

  이 다리는 자은도와 구리도, 고도, 할미도를 잇는 1,004m의 갯벌 생태탐방로로서 세계 5대 갯벌 중의 하나인 서남해안 갯벌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확 트인 서해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바닷가에 도착하니 무한의 다리 표지석과 1004, 하트 모양의 조형물이 보인다. 여기서 바다를 바라보며 한 컷 찍었다.

  그 옆에는 신안 자은도 해사랑길이라고 쓴 액자 모형도 있다.

  구리도와 할미도를 지나 계속 들어가니 섬의 끝에 전망대가 있다. 일몰을 보기 딱 좋은 곳이다.

  여기서 일몰을 바라보며 멍때리다가 다시 되돌아 나왔다. 나오다가 다리의 넓은 곳에서 우리 네 자매의 주특기인 다리 들고 사진찍기를 하였다.

  환갑, 진갑 다 지난 노인네들이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 남들이 보면 늙은이가 생쇼를 한다고 할 거다. 나오며 동쪽 하늘을 보니 보름달이 떴다. 오늘이 마침 음력 15일이니 둥근달이 미소를 짓고 우리를 내려다본다. 오늘은 그야말로 해도 보고 달도 보고, 임도 보고 뽕도 딴 날이다.

  집으로 돌아와 목살을 구워 막걸리 한잔하며 첫날의 일정을 마무리를 했다.

 

516일 섬티아고, 두봉산, 분계해변, 신안자연휴양림

섬티아고

  일찌감치 출발하여 암태도에 있는 기동삼거리로 갔다. 여기는 천사의 집 벽화가 있는 곳이다. 어제 오후에는 그늘이 져서 사진을 안 찍었는데 오늘은 정면으로 해가 비친다. 이 벽화가 천사의 섬 대표 포토존이다. 문 옆에 천사의 보금자리 문병일, 손석심이라고 쓴 문패도 있다. 이 집의 주인 이름인가보다. 처음에는 동백나무가 하나밖에 없었는데 제주도에서 하나를 공수하여 두 그루를 만들었다. 동백나무를 파마머리로 하고 벽에 할아버지 할머니의 초상화를 그려 그럴듯하게 만들었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모조리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다.

  차로 돌아오려니 벽에 무궁화 그림도 보인다. 여기서 네 자매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흉내를 내며 또 폼을 잡았다. 우리 어렸을 때는 이런 놀이도 많이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시간이 없어서 그런지, 재미가 없어서 그런지 이런 놀이를 하지 않는다.

  천사대교를 건너니 천사의 날개를 닮은 큰 조형물이 보인다. 여기서 천사가 된 기분으로 양팔을 들어 올리며 사진을 찍었다.

  압해도 송공항에서 대기점도로 가는 배표를 사려고 하니 매표소 직원이 소악도 선착장으로 가는 배를 타라고 한다. 무슨 말인지 몰라 버버거리는 우리가 답답한지 직원이 매표소 밖으로 나와 벽에 걸린 지도를 가리키며 설명한다. 대기점도를 먼저 가면 밀물이 들어와 섬 사이를 잇는 노두길을 건널 수 없단다. 소악도로 가서 거기서부터 12사도의 집을 보고 1230분 이전에 대기점도로 돌아와야 한단다. 우리는 1번 베드로의 집부터 보려 했으나 물 때가 안 맞으니 거꾸로 하기로 했다.

  진섬에 있는 소악도 선착장에 내리니 쉬랑께라는 카페가 나타난다. 여기서 쉬라는 소린가보다. 마당에는 예쁜 자전거 장식품도 있다. 우린 쉴 시간이 없으니 그냥 통과다.

  카페를 지나 조금 가니 유다 타대오의 집이 나타난다. 예수님을 판 유다와 구분하기 위해 타대오를 붙였다. 지붕이 삐쭉삐쭉하니 특이하게 생겼다.

  여기를 지나 안쪽으로 계속 들어가면 개선문 같은 시몬의 집이 나타나는데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아 가룟 유다의 집을 먼저 보고 나오는 길에 보기로 했다. 예수님을 판 가룟 유다는 잘 믿다가 딴짓을 해서 그랬는지 딴섬에 외로이 서 있다. 여기도 모래갯벌에 물이 들어오면 갈 수가 없다.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고 유다의 집에는 종도 있고 교회 안의 장식도 제법 아담하니 예쁘다.

  예수님을 파는 신고를 하라는 뜻인지 전화기도 있다.

  물이 들어오기 전에 딴섬을 빠져나와 다시 진섬 시몬의 집으로 갔다. 마침 아무도 없다. 개선문처럼 뻥 뚫린 교회에서 맘 놓고 사진을 찍어댔다.

  진섬에서 노두길을 지나 소악도로 들어서면 왼쪽에 작은 야고보의 집이 나타난다. 작은 야고보의 집은 언뜻 보면 초가지붕처럼 보인다. 4번이 제부를 향해 무릎을 꿇고 바라본다. 무슨 명령이든 내리기만 하면 시행할 태세다. 하긴 4번은 남편을 위해 김치 담그고, 만두도 만들고 된장찌개도 열심히 끓인다. 천연식품만 먹여서 제부가 이렇게 산도 잘 타고 건강한가 보다.

  작은 야고보의 집을 나와 조금 가니 빨간 지붕의 실제 교회가 나온다. 교회 마당에 있는 배 모형에는 예쁜 꽃을 가득 심었다. 꽃 뒤에는 방랑자에서 순례자로라는 글도 쓰여있다. 이 말대로 우리 인생이 방랑자에서 순례자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교회 입구 돌기둥에는 한국의 테레사 수녀, 섬마을 어머니 문준경 전도사라는 글과 사진이 있다. 그녀가 신고 다닌 고무신과 보따리도 올려져 있다. 이런 사람이 있어 우리나라에 그토록 많은 신자와 교회가 생겼나 보다.

  소악도에서 소기점도로 가는 노두길 중간에 마태오의 집이 있다. 마태는 세리라서 그런지 돈이 많은가보다. 교회 입구 계단부터 교회 안의 둥근 제단까지 금빛으로 번쩍인다. 둥근 지붕이 인도의 타지마할을 닮았다.

  노두길을 다 건너오니 게스트하우스가 보인다. 게스트하우스 옆길로 들어서니 산길을 지나 온통 하얀색으로 칠한 토마스의 집이 나타난다. 교회 안쪽도 온통 흰빛이다.

 

  여기서 다시 바닷가로 나와 대기점도 방향으로 가면 작가들의 작업실이 나온다. 12개의 교회를 설계한 작가들이 여기 머물며 작업을 했다고 한다.

  순례자의 길 표지판을 따라가다 보면 작은 연못이 나타난다. 연못 가운데 유리로 만든 건물이 보인다. 다리가 없어 겉에서만 볼 수 있다. 교회 이름을 쓴 표지판도 없이 전봇대에 바르톨로메오의 집이라고 쓰여있다.

  바르톨로메오의 집을 지나 대기점도로 간다. 대기점도에 들어가면 노두길이 없으니 배를 못 탈 걱정은 없다. 대기점도로 들어서자마자 필립의 집이 있다. 필립의 집 건너편에는 탁자가 있어 여기서 잠시 쉬며 간식을 먹었다. 1230분까지 대기점도에 도착하지 못할까 봐 식음을 전폐하고 걸었더니 아사할 지경이다. 뙤약볕에 순례길 걷다가 쓰러져서 천국길 가게 생겼다.

  3번은 고관절이 아파 잘 못 걷는다더니 어찌나 빠른지 따라갈 수가 없다. 자기는 진통제 빨이라고 하는데 나는 마약 먹고도 못 좇아갈 지경이다.

  시간이 부족하니 간식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후딱 먹어 치우고 필립의 집을 보았다. 지붕이 날씬하니 비늘같이 생겼다. 지붕 꼭대기에는 물고기 모양의 장식품이 달려있다.

  필립의 집을 지나 오른쪽으로 가니 요한의 집이 나타난다. 첨성대 모양으로 생겼다. 교회 앞에는 타일로 만든 양도 있다. 교회 안쪽 벽에 타일로 장식한 아름다운 그림도 인상적이다.

  요한의 집을 지나니 대기점도 선착장이 나타난다. 이곳에 베드로의 집이 있지만, 나중에 배를 타러 이곳으로 와야 하니 그냥 통과하여 안드레아의 집으로 갔다. 파란 모자를 쓴 것 같은 지붕이 아담하니 예쁘다.

  안드레아의 집에서 나와 야고보의 집으로 갔다.

  야고보의 집은 맞배지붕 모양으로 생긴 지붕인데 교회 안의 벽화가 꼭 에밀레종 같다.

  야고보의 집에서 다시 요한의 집을 지나 선착장에 있는 베드로의 집으로 갔다. 베드로의 집은 하얀 벽에 짙푸른 지붕이 인상적이고 옆에 작은 종도 있다.

  종루 옆에 있는 화장실도 교회 건물 못지않게 멋지다.

  원래는 대기점도에서 시작해서 소악도까지 간 후 55분에 배를 타려고 했는데 물때를 맞추느라 방향도 반대로 하고 시간도 반으로 줄이는 바람에 그야말로 발바닥에서 불이 날 정도로 걸었더니 온몸이 말씀이 아니다. 짝퉁 산티아고 길도 이리 힘든데 레알(real) 산티아고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겠다.

  송공항으로 오는 배에 오르자마자 선실 안 바닥에 누워 다리를 올리고 잠을 청했지만,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오늘은 이것으로 일정 끝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우리 제부도 눈에 뵈는 게 없어야 집에 가는 사람이다.

  송공항에 내려 우리 차를 타고 어제 점심 먹었던 신안맛집에 가서 오늘은 갈치 조림을 먹었다. 어제 먹고 맛있어서 또 왔다고 하니 사장님이 엄청나게 좋아한다. 반찬도 이것저것 마구 갖다주며 오늘 어디 갔다 왔느냐고 해서 섬티아고길 걷고 송공항에 내려 거기서 먹으려다가 여기가 맛있어서 일부러 여기까지 왔다고 하니 송공항에 있는 식당은 맛이 없다고 한다. 자기는 을왕리에서 횟집을 하다가 이리 왔다고 한다.

 

두봉산

  늦은 점심을 먹고 두봉산으로 갔다. 멀리서 봐도 바위가 많은 게 만만치 않게 보인다. 도명사 앞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하려는데 3번은 오전에 너무 많이 걸어서 힘들다고 밑에서 쉬겠단다. 그런데 나보다 체력 좋은 5번이 3번과 함께 밑에서 놀겠다고 한다. 5번은 깍쟁이로 생겼는데 마음은 엄청 착하다. 나는 넓저데하니 착하게 생겼는데 실상은 엄청 깍쟁이다. 체력도 안 되면서 주제 파악 못 하고 무조건 따라붙는다.

  산길을 조금 올라가니 바위 지대가 나타난다. 네 발로 기고, 밧줄도 잡으면서 안간힘을 쓰다 보니 어느덧 정상이다. 두봉산은 머리 두()인 줄 알았더니 말 두()다 무엇을 말로 달았는지 아니면 산 모양이 부피를 재는 말을 닮았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특이한 한자를 썼다.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고 가져간 방울토마토로 갈증을 달랜 후 바로 하산했다. 내려오면서 바라보는 다도해가 아련하다.

  부지런히 내려오니 3번과 5번은 차에서 쉬고 있다. 오늘의 일정이 여기서 끝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다. 말 그대로 끝나기 전에는 끝이 아니다. 어제 가려다가 생략한 분계해변에 간단다.

 

분계해변

  분계 해수욕장에 도착해 안내도를 보니 여인송이 있다. 그쪽으로 가는데 커다란 건물 벽에 웬 부엉이 그림이 있다. 5번이 그림 앞에서 부엉이 모양을 하며 찍어달란다.

  ‘신안 자은도 해사랑길이라고 쓰인 액자 앞에서 또 포즈를 잡는다.

  자은도(慈恩島) 라는 섬 이름에는 이런 유래가 있다.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로 지원을 왔던 명나라 장군 이여송 휘하에 두사춘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쩌다 반역자로 몰려 이곳으로 피신해 왔는데 주민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 두사춘은 생명을 보전한 것을 감사히 여기고 주민들의 사랑과 은혜를 못 잊는다는 뜻으로 이 섬을 자은도라 불렀다고 한다.

  두사춘은 섬사람들이 주는 음식을 먹고 다 해진 옷도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어느 날 해변 길을 걷던 두사춘은 여인의 다리 같이 생긴 여인송 앞에 이르자 고국에 있는 아내 생각이 나서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여인송 앞에 이르러보니 과연 여인이 두 다리를 하늘로 향한 채 벌리고 있는 모양이다. 허리 아래쪽에는 배꼽처럼 오목한 구멍도 보인다.

  여기가 끝인가 했더니 아직도 끝이 아니다. 숙소로 돌아와 신안자연휴양림 해변에 나가 낙조를 본다고 한다.

 

신안자연휴양림

  숙소에서 나가 썬쎗정원 쪽으로 걸었다. 때맞춰 해가 떨어지려 한다.

  해변으로 내려가 지는 해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낙조를 볼 때마다 한 인생의 마지막 장면을 보는 것 같다. 해돋이는 한 생명의 탄생을 보는 듯 힘차고 생기가 도는데 지는 해는 왜 이리도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는 것일까? 나도 저 해처럼 아름답게 이 세상을 작별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래사장에는 무슨 생물이 땅속으로 들어갔는지 팥알만 한 모래 알갱이가 소복이 쌓여있다. 발 발굽 모양도 곳곳에 보인다. 누군가 해안에서 말을 타고 갔나 보다.

  풍력발전기와 긴 대나무로 만든 벽도 보이는데 안쪽에 있는 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인 듯하다.

  오늘도 기막힌 일몰을 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연일 날씨가 좋아 환상적인 낙조를 보는 행운을 누렸다. 오늘은 자그마치 4탕 뛰었다. 저녁에는 목살과 막걸리로 마지막 밤을 자축하며 또 포식했다. 샤워 후 4번이 준 마스크팩을 얼굴에 붙이려니 해파리같이 투명하고 흐물흐물하여 도무지 붙일 수가 없다. 결국 엉망진창으로 덕지덕지 도배를 했는데 동생들은 팽팽하게 잘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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