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2022. 3. 2. 여수 여행

아~ 네모네! 2022. 3. 7. 18:08

하하 호호 여수 여행

 

이현숙

 

기간 : 202232~ 34

장소 : 향일암, 오동도, 금오도, 하화도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오니 우리 마음도 살랑거린다. 봄맞이 가려고 롯데트레킹 회원들과 여수 여행을 떠났다.

 

32일 향일암, 오동도

향일암 (해를 향한 암자 向日庵)

  향일암은 이름 그대로 해를 향한 암자다. 일출 명소로 이름이 높다. 향일암에는 여러 번 가봤지만, 저녁나절에 가니 새로운 분위기다. 주차장에 내려서 조금 올라가니 일출 광장이 나온다. 예전에는 없었는데 일출 명소답게 넓은 광장에 해를 닮은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

  향일암은 백제 의자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이다. 멋진 바위 사이로 비집고 다니며 구석구석 돌아보았다.

  벽에 장식으로 만들어 놓은 거북이 목에 누군지 염주를 걸어놓았다.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왜 사람은 누군가에게 소원을 비는 것일까?

  절 앞에는 원효대사 좌선대도 있다. 이 커다란 바위에 앉아 선을 하셨나 보다. 바위 위에는 동전이 많이 보인다.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동전을 던졌나 보다. 그 앞에는 동전을 던지지 말라는 안내문도 보인다. 바위까지 내려가 동전 줍기가 힘들어서일까?

  절 마당과 나무에도 소원을 비는 나뭇잎 모양의 장식들이 가득하다. 이런 모양을 볼 때마다 인간의 유한성과 나약함이 느껴진다.

  절 앞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을 비운다.

  내려오는 길에는 계단에 눈 막은 부처님, 귀 막은 부처님, 입 막은 부처님상이 있다. 남의 잘못을 보지 마라. 귀를 막고 칭찬의 소리에 평정을 잃지 마라, 나쁜 말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조금 더 내려오니 일주문이 나타난다.

오동도 (오동백나무가 많은 섬)

  오동도의 유래에 대한 여러가지 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동백나무에 대한 설이다. 원래 동백꽃은 5~7개의 잎을 가지고 있는데 5잎 동백이 가장 윤기 나고 고우며 아름답다. 대부분의 동백은 7잎으로 되어 있으나 오동도의 동백은 5잎으로 되어 있다. 오동도에는 오동백나무가 많아 오동도가 되었다는 설이다.

  다른 하나는 지네에 관한 전설이다. 오동도에 가면 커다란 오 동굴(지네 굴)이 있다. 그래서 지네 섬이라고도 한다. 지네와 인간의 사랑을 그린 것이다. 오동도에 가난한 어부가 아름다운 아내와 살고 있었다. 가난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지네 굴에 사는 왕지네까지 질투를 느낄 정도였다.

  어느 날 어부가 고기잡이를 나간 사이에 지네가 인간으로 변하여 그녀를 유혹해서 지네 굴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그녀를 아내로 삼고 동굴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뒤늦게 지네가 아내를 잡아갔다는 사실을 안 어부는 지네 굴에 가서 연기를 피워 지네가 동굴 밖으로 나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리 연기를 피워도 아내와 지네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지네 굴로 들어갔다. 그런데 지네는 이미 해룡이 되어 승천하고 오동굴(지네 굴)엔 사랑하는 아내가 죽어 있었다. 어부는 아내의 시신을 안고 나와 바다로 뛰어들어 같이 죽었다.

  그들의 사랑이 아름다운 동백꽃으로 피어났다. 어부의 슬픈 사랑을 노래한 동동사가 전해지면서 지네 오()자와 동굴 동()자를 써서 오동도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저녁은 매운탕과 전옥순 회장님이 낸 서대회무침으로 했다. 술은 신덕철 님이 냈다. 저녁 식사 후 소화도 시킬 겸 오동도 야경을 보기로 했다. 방파제를 따라가니 조명이 화려하다.

  방파제를 지나 산길로 이어진다. 계단 길에는 조명이 있어 올라가기 편하다. 용굴이란 이정표가 있고 용이 이 굴을 통해 이동했다는 안내문도 있다. 계단으로 내려가니 캄캄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돌아올 때는 바다 위에 만들어진 데크길을 따라왔다.

  멀리 보이는 돌산대교도 아름답다.

 

33일 금오도, 소호동동다리, 여수 야경

금오도 (자라섬)

  금오도는 우리나라에서 21번째로 큰 섬이다. 금오도(金鰲島)는 지형이 자라를 닮아 자라 오()자를 써서 금오도라 했다. 금오도는 원래 거무섬으로 불렸는데 조선 시대 궁궐을 짓거나 보수할 때, 또는 임금의 관()을 짤 때 사용한 소나무를 기르던 황장봉산이 있다. 그만큼 원시림이 잘 보존된 곳으로, 숲이 우거져 검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배를 타기 위해 돌산도에 있는 신기항으로 갔다. 가는 길에 한 사람이 핸드폰을 보더니, 안철수와 윤석열이 단일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다들 좋아하는 눈치다. 안철수는 이름이 철수라서 그런지 매번 나왔다가 다시 철수한다. 다음에는 적재적소에 출마하여 안 철수하길 바란다.

  25분 동안 배를 타고 내리니 금오도 여천항이다. 배에서 내리기 전에 배 뒤편의 태극기를 잡고 온갖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선자 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무슨 남극 탐험이라도 온 것 같다고 웃어댄다.

  버스를 배에 싣고 와서 비렁길의 시작점인 함구미로 갔다.

  미역널방을 지나니 송광사 절터다. 미역널방은 아마 미역을 널어 말리던 곳이 아닐까 싶다. 절터는 절이 있던 자리라 그런지 제법 넓다. 정섭 씨가 근처 바위 위에 올라가 멋진 포즈를 연출한다. 이건 오산의 금형 씨가 즐겨하는 포즈다. 이걸 보니 금형 씨 생각이 떠오른다.

  비렁은 이곳 사투리로 벼랑, 절벽을 뜻하는 말이라 하더니 해안절벽이 기막히다.

  길가에는 민들레, 제비꽃, 개불알풀, 광대나물 온갖 야생화가 우릴 반긴다. 문득 나는 이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무엇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아무것도 안 하고 이걸 누리는 나는 한 마디로 날로 먹는 거다. 이 아름다운 자연과 기막힌 절경을 선물한 조물주에게 감사한다. 사람과 대화하며 걸으면 자연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혼자 걸으면 자연이 말을 걸어온다.

나 여기 있어요.” “ 나 참 예쁘죠?” 새들은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마냥 노래를 부른다.

  한참 걸어가니 초분이 나타난다. 草墳은 말 그대로 풀로 만든 봉분이다. 시신을 바로 땅에 묻지 않고 돌이나 통나무 위에 관을 얹고 이엉과 용마름 등으로 초가지붕같이 덮은 다음 2~3년 후 뼈만 추려서 땅에 묻는 토속 장례법이라 한다.

  조금 더 가니 신선대가 나타난다. 그야말로 신선이 내려와 놀았을 것 같은 절경이다.

  신선대 위에는 예쁜 조형물도 있다. 여기서도 또 사진을 찍는다. 사진 찍느라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곳곳에 대나무도 많아 터널을 이루고 있다.

  룰루랄라 하하 호호 웃으며 걷다 보니 두포항에 이른다. 여기까지가 1코스다. 2코스를 향해 계속 전진한다. 한참 동안 시멘트 포장길이 이어진다. 굴등 전망대를 지나니 촛대바위가 나타난다. 동해의 추암에 있는 촛대바위보다 촛대가 좀 굵다. 그래도 자기가 촛대라고 우기니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다.

  촛대바위를 지나 한참 걸으니 멀리 직포항이 나타난다. 어선 한 척이 방파제 안으로 유유히 들어가고 있다. 직포항으로 들어서니 멋진 소나무가 보이고 오래되어서 그런지 늘어진 가지에 받침대를 세워 놓았다. 소나무 위에는 새끼 흑염소가 떡 하니 올라가 우릴 바라보고 있다. 어린아이들은 높은데 올라가길 좋아한다. 올라가기 좋아하는 것은 애들이나 아기 흑염소나 똑같다. 하긴 나 같은 늙은이도 올라가길 좋아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허리요.

  여기가 2코스 끝이다. 이번에는 여기까지만 걷기로 했다. 비렁길이라고 하면 어쩐지 빌어먹으며 걸어야 할 것 같은데 돈 주고 먹으려 해도 식당이 없다.

  직포에서 기다리던 우리 버스를 타고 여천항으로 가다가 상록수라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 입구에 바다를 바라보는 소녀상이 있다. 빨간 모자를 씌워놓은 사람의 마음이 더 예쁘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먼저 도착한 장미반이 한창 식사 중이다. 식사하다가 유애자님이 상윤씨가 핸드폰 잃어버렸던 이야기를 꺼낸다. 한참 설명하는데 한라산에서 핸드폰 잃었던 연희 씨는 자기가 원조라고 뽐낸다.

  장미반 회원들은 두포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해서 택시를 불렀다. 택시를 타고 식당 앞에 내렸는데 상윤씨가 핸드폰이 없다고 한다. 다들 놀라서 타고 온 택시를 다 뒤지고, 상윤씨 몸을 주물러 터치면서 쥐 잡듯 뒤져도 나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배낭을 송두리째 뒤집어엎어서 찾아도 없었다.

  신덕철 님이 택시 안에서 상윤씨가 핸드폰 보는 것을 봤다고 하자 대장님이 두 대의 택시를 다시 뒤졌다. 두 택시의 기사는 부부였는데 여자 기사가 자기 차에는 없다고 하자 다른 차를 뒤졌더니 거기서 나왔다. 두 택시 모두 흰색이고 기종도 같았다. 상윤씨는 분명히 여자 기사였다고 했는데 왜 남편 차에 있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대장님의 핸드폰 찾는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 마디로 핸드폰 찾기 달인이다. 핸드폰 찾기 대회가 있었으면 아마 세계 챔피언 됐을 거다.

  핸드폰을 찾은 상윤씨는 너무 기뻐서 우리의 점심값을 모두 냈다. 돈 없으면 절대 핸드폰 잃어버리면 안 되겠다. 대장님은 연희 씨는 법인카드였는데 상윤씨는 개인카드였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식사 후 여천항에 오니 배 시간이 한 시간 남았으니 주변 산책을 하라고 한다. 버스에서 내려 바닷가로 갔다. 나는 홍 훈자님과 향금 씨와 함께 바위 위로 기어 올라갔다. 은진 씨는 우리 사진을 찍어준다. 올라오라고 해도 내려올 자신이 없다고 사진만 찍어준다. 정말 할머니는 못 말린다.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게 할머니라는 말도 있다. 이유인즉 눈에 뵈는 게 없어서란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하긴 본전 다 찾아 먹고, 이자까지 빼먹고, 덤으로 살아가는 게 할머니 인생이니 언제 문 닫아도 손해 볼 게 없는데 뭐가 겁나겠는가?

  시간이 되어 배에 오른다. 사람이 거의 없어 두 다리를 올리고 잠을 청한다.

소호동동다리 (물 위에 동동 뜬 다리)

  오늘 저녁은 회장님이 적극 추천한 새조개 샤브샤브를 먹기로 했다. 시간이 일러서 식당 근처에 있는 소호동동다리를 걷기로 했다. 소호 해변에 770m의 데크길을 만들어 각종 조형물로 장식한 멋진 다리다. 바다 위에 동동 떠 있다고 해서 동동다리라고 했나보다.

  조금 가니 큰 광장이 나타난다. 하트 모양의 조형물에 기타도 보인다. 우리는 기타 치는 폼을 잡으며 사진을 찍었다. 모양은 그럴듯한데 기타 줄이 없어 소리는 낼 수 없다.

  다른 한쪽에는 커다란 반쪽짜리 구가 보인다. 부대장님은 안에 들어가 미장원에 가서 파마하고 뒤집어쓰는 기구 같다고 한다. 기막힌 표현이다.

  물이 빠졌는지 갯벌에는 조개를 캐는 아저씨와 아줌마들이 보인다. 이들이 애써 잡은 조개를 우리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빼앗아 먹는다. 미안하다.

  조금 더 가니 YEO SU of LOVE라고 쓴 글씨가 보인다. 여기 올라가 또 포즈를 잡는다.

  사랑의 온도 촬영지라는 조형물도 보인고 동동다리네 글자를 써서 만든 사행시도 보인다. 시를 참 잘도 지었다.

  산책을 마치고 식당으로 들어가니 다 차려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다른 회도 맛있지만 새조개 샤브샤브는 그야말로 환상이다. 달착지근한 것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 이번에는 박숙희 님이 술을 냈다. 안주가 좋으니 술도 술술 잘 넘어간다.

 

해상케이블카 (환상의 여수 야경)

  여수 해상케이블카는 아시아에서는 홍콩, 싱가폴, 베트남에 이어 네 번째로 바다 위를 통과하는 해상케이블카다. 바람을 가르는 짜릿한 스릴감과 함께 아름다운 바다와 하늘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특히 여수의 야경을 만끽할 수 있는 기막힌 케이블카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 밖으로 나가면 왼쪽으로 멋진 정자가 조명을 밝히고 기다린다.

  긴 다리를 지나 돌산 공원으로 내려가면 분홍빛 꽃잎 조명도 볼만하다.

  승강장 벽에 그려진 하멜 등대에는 꽃다발과 다이아몬드 반지를 들고 프러포즈하는 청년의 그림이 있다. 여기서 프러포즈를 받는 폼으로 사진을 찍으며 다이어반지에 현혹되지 말라고 농담을 한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니 계단 아래 벽에 천사 날개 그림이 보인다. 여기서 서로 천사가 되어보겠다고 사진을 찍는다. 나도 팔을 올리고 천사가 되려 하니 연희 씨가 자세가 틀렸다고 앞으로 와서 양팔을 올려주는데 왼쪽 어깨가 아파서 잘 안 올라가니 포즈가 영 엉망이다. 향금씨는 어찌나 포즈가 멋진지 진짜 천사 같다.

  밖으로 나와 숙소로 돌아왔다.

 

34일 하화도

하화도 (아래 꽃섬)

  오늘은 이번 여행 마지막 날이다. 버스를 타고 백야도 선착장으로 갔다. 여기서 하화도 가는 배에 올랐다. 배 안에는 우리 말고 남자 한 명밖에 없다. 249명이 정원인데 20명이 탔으니 완전 독채 전세, 아니 독선 전세다. 다들 드러누워 맘대로 굴러다닌다.

  선착장에 내리니 오른쪽에 배 한 척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아이고 오셨는가. . 꽃섬이라고 쓴 환영사가 그럴듯하다.

  마을 입구에는 마을 이름 유래에 대한 표지석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인동장씨가 뗏목을 타고 피난을 가던 중 이 섬을 지나게 되었는데 동백꽃과 진달래가 만발한 이곳이 너무도 아름다워 여기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 이순신 장군도 이곳을 지나다가 꽃이 만발한 섬을 보고 꽃섬(꽃 화 , )이라 불렀다. 여기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섬은 상화도(上花島)이고 이곳은 아래쪽에 있어서 하화도(下花島)라 하였다.

  오른쪽 해변 길을 따라 조금 가니 알록달록 예쁘게 칠한 계단이 보인다. 하화교회로 올라가는 길이다.

  왼쪽 축댓돌 틈 사이로 도깨비쇠고비가 비쭉 비쭉 나왔다. 선자 씨는 이걸 보고 털 같다고 한다. 기막힌 발상이다.

  몇 년 전에 왔을 때는 꽃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너무 일찍 왔는지 꽃이 별로 없다. 내가 꽃이 별로 없다고 말하자 선자 씨는 꽃이 있거나 말거나 집만 나오면 좋다고 깔깔댄다. 하긴 꽃이 무슨 대수냐? 하하 호호 웃으며 화기애애하게 걸으면 되는 거지. 이런 회원들의 모습이 꽃보다 아름답다. 우리에겐 하하호호 화기애애하게 걷는 섬이니까 하화도다.

  장구도 전망대와 막산 전망대를 지나니 꽃섬다리가 나타난다. 이 다리에서 온갖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안개에 싸인 다리가 몽환적이다.

  꽃섬다리를 건너 계단 길을 올라가니 깻넘전망대가 나타난다. 깻넘전망대는 그 너머에 깨가 많이 자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큰산전망대를 지나니 순넘밭넘 구절초 공원이 나타난다. 순넘밭넘의 은 너머 또는 작은 고개라는 뜻이다. 그러니 순이란 사람의 밭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가을에는 구절초가 피겠지만 지금은 넓은 잔디밭에 큰 돌만 놓여있다. 한쪽에는 김용배 장인이 만든 화정호라는 배도 있다.

  휴게 정자를 지나니 시짓골전망대 가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시짓골 전망대로 가는 길에는 예쁜 조형물이 여러 개 있다. 하트 모양에 앉아 사진을 찍는다. 기영 씨는 롱 스커트를 입고 왔다. 화요반에 온 지 19년 만에 스커트 입고 산행하는 사람 처음 본다. 그런데 나름 분위기 끝내준다. 치마 입고 살랑살랑 꼬리 치면 웬만한 남자들 다 넘어가게 생겼다. 남편은 못 바꾸니 옷이라도 자꾸 바꿔 입어야 한다는 말이 더 웃긴다. 하긴 나도 신혼여행 갔을 때 투피스에 뾰족구두 신고 문장대까지 갔었다. 그러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계속 걸어가니 낭끝전망대가 나온다. 말 그대로 섬 끝에 있는 낭떠러지다. 여기서 바라보는 바다도 환상이다.

  다시 돌아 나오다 보니 피아노 조형물에 정열 씨가 앉아있다. 남희 씨는 옆에 서 있다. 정열 씨가 피아노치고 남희 씨가 노래하는 모양새다. 노래 한번 불러보라고 하니 싱긋 웃고 만다.

  배 시간에 늦을까 봐 발걸음을 재촉해 선착장으로 오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 정섭 씨가 해물파전과 막걸리를 시켜 시원하게 들이켰다. 하하 호호 웃는 소리와 얘기 소리에 섬이 떠나갈 듯하다. 식당 사장님에게 미안하여

우리가 가면 온 섬이 조용하겠네요.” 했더니 시끄러운 것이 더 좋다고 한다.

  백야도 선착장에 와서 버스를 타고 다시 여수로 갔다. 어제 새조개 먹던 식당에서 도미 지리탕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서울로 향했다.

  달리고 달려 입장 휴게소에서 쉬었다가 다시 출발했는데 앞에 앉은 선자 씨가 갑자기 지갑이 없다고 한다. 아무래도 휴게소 화장실에 두고 온 것 같다고 한다. 일어나서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뒤지며 사색이 되어 설명한다. 휴게소에 전화해야 하나 어쩌나 하며 머리를 한참 굴리고 있는데 지갑이 바닥으로 뚝 떨어진다. 우리는 버스가 떠나가게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다.

 

  버스에 누워 생각하니 3일 동안의 여행이 아련히 떠오른다. 마치 꿈을 꾼 듯하다. 비록 두 사람이 핸드폰과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할 때는 시껍했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나 천만다행이다. 이번 여행은 3일 내내 웃다 온 하하 호호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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