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생겨서 다행
이현숙
허영만이 그린 만화에 이런 것이 있다.
“사랑하니까 서로 구한다.”
“아름다움이 같으면 시기한다.“
”지혜가 같으면 지혜가 더욱 커진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다. 그중에서도 두 번째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백설 공주라는 동화에서도 여왕은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살다가 어느 날 거울에게 물어본다.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냐고. 거울은 백설 공주라고 말했고 시기심에 사로잡힌 여왕은 백설 공주를 찾아 독이 든 사과를 먹인다.
이런 일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겠지만 예쁜 사람을 시기하는 일은 종종 있다. 오죽하면 미인 단명이란 속담까지 생겼을까? 죽이고 싶은 마음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우리 집은 딸이 여섯이다. 그 중에서 내가 제일 못생겼다. 중학교 때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집에 가져오면 언니는 내 얼굴을 손가락으로 콕 찍으면서
“얘가 젤 못 생겼다.”라고 했다. 내가 봐도 진실인지라 한마디 대꾸도 할 수 없었다.
화요 트레킹에 5번 동생을 한 번 데려간 적이 있다. 동생은 나보다 일찍 와서 버스에 올랐다. 이현숙씨 동생이라고 하니 회원들이 진짜 친동생 맞느냐고 하며 DNA 검사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내가 버스에 오르자
“언니는 공부밖에 할 게 없었겠다.” 하며 확인 사살을 한다.
어려서부터 언니의 미모에 가려 구석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살았던 나는 맷집이 커졌는지 이런 소리를 들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 그저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사람의 눈은 약간 착시가 있을 때도 있나 보다. 친정의 큰어머니는 엄마에게 딸 중에 내가 제일 예쁘다고 했다. 이 말은 들은 엄마는 기가 찬다는 듯 웃었다. 내가 일곱 살 때 큰집에 가서 1년 정도 살았는데 아마 정이 들어서 눈이 멀었나 보다.
사실 예쁜 사람이 좋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나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나도 모르게 자꾸 예쁜 사람에게 카메라가 간다. 특히 남자들은 여자의 미모에 더 신경을 쓴다. 우리 손자도 EBS 방송을 볼 때 예쁜 선생님을 엄청 좋아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본성인가보다.
약간 과장하자면 여자의 점수는 미모순이다. 아무리 잘못해도 얼굴이 예쁘면 다 용서가 된다. 얼굴이 미우면 아무리 똑똑해도 용서가 안 된다. 여자의 점수는 미모가 99점이고 나머지는 모두 합쳐도 1점밖에 안 된다.
그런데 사람의 눈이란 이상해서 같은 사람이라도 누구 눈에는 예뻐 보이고 누구 눈에는 미워 보이기도 한다. 하긴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이 보면 나 같은 인간은 평생 독신으로 지낼 수밖에 없었을 거다. 가끔 눈먼 인간도 있어서 참 다행이다.
평생토록 아무도 집적대는 인간이 없으니 얼마나 편한가 말이다. 아무도 안 보는 구석에서 내 맘대로 해도 되니 엄청 편하다. 그저 지금 상황이 제일이라고 생각하면 세상만사 오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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