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2021. 3. 30. 황사 속 서도 여행 3

아~ 네모네! 2021. 4. 3. 20:51

330일 태안반도와 덕숭산

태안반도 솔모랫길

  숙소를 떠나 태안반도로 향했다.

  몽산포해수욕장에서 솔모랫길을 걸었다. 소나무와 모래가 많아 솔모랫길이다. 소나무숲 사이로 그늘 길을 걸으니 저절로 힐링이 되는 듯하다.

  솔밭에는 누워서 쉬었다 가라고 긴 의자도 있다. 여기 누워 하늘을 보니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소나무가 흔들흔들하여 행복감이 밀려온다.

  다음에는 드르니항으로 갔다. 드르니는 들르다는 뜻이다. 들렸다 가라는 뜻인가 보다. 주차장에서 내리니 멋진 다리가 보인다. ‘대하랑 꽃게랑 인도교. 인도교로 가다가 바닷가에서 간식을 먹었다. 인도교는 빙글빙글 나사 형태로 올라가게 되어있어 오르기 편하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환상이다. 짙은 초록빛 바다와 연두색 바닷말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어제까지 덮여있던 짙은 황사가 다 물러갔나보다.

  드르니항 쪽에는 꽃게 조형물이 있는데 다리 건너 백사장항 쪽에는 대하 조형물이 있다. 이곳에서 꽃게와 대하가 많이 난다더니 이렇게 만들고 이름도 대하랑 꽃게랑 인도교로 붙였나보다.

    다시 다리를 건너와 수덕사로 향했다. 가다가 꽃게가 든 매운탕과 해물칼국수를 먹었다. 깔끔하고 칼칼한 게 일품이다.

덕숭산과 수덕사

  수덕사 입구에 도착하니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일주문을 지나고 사천왕문을 지나 계단을 올라서니 대웅전이 나타난다. 대웅전 문을 막대로 받쳐서 열어놓았다. 이렇게 여닫이문으로 된 대웅전은 처음 본다.

  대웅전을 지나 계곡에서 견성암쪽으로 가려고 왼쪽 길로 올라갔다. 그런데 견성암은 보이지 않고 길도 점점 좁아진다. 다시 내려와 원래의 길로 들어서려는데 웬 남자가 제부한테로 다가오더니 경복 48회 졸업생 아니냐고 묻는다. 자기는 49회인데 올해의 목표 200명산을 하려고 동생과 여기 왔다는 것이다. 척 보기에도 단단하게 생겼다. 동생 말을 들으니 이 분도 작년에 100명산을 했고 미국의 존뮤어 트레일을 한 달에 걸쳐 종주했고, 무슨 트레일인지도 두 달 간에 주파했다는 것이다. 정말 존경스럽다. 체력도 그 열정도 부럽다. 같이 사진을 찍고 그 분들은 내려가고 우리는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위에는 가파르니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웬 할망구들이 쌍지팡이를 들고 어기적거리니 걱정이 되었나보다.

  만공탑을 지나 계속 오르니 소림 초당이 나타난다. 초가지붕의 작은 암자다. 만공탑은 공 모양의 둥근 돌이 올려진 탑이다. 만공탑은 만공 스님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제자 중은 스님이 제작하였다. 사리를 수습하지 않는 수덕사의 전통에 따라 사리는 모셔져 있지 않다고 한다.

  여기 저기 야생화를 보며 오르다 보니 어느 덧 정상이다. 4번 동생과 제부는 여기서도 경복 산우회 깃발을 들고 인증 사진을 찍는다. 경복 졸업생은 2, 부인은 1점을 준단다. 이렇게 기별로 점수를 매기는데 작년에 48기는 3등을 했단다. 생각할수록 좋은 아이디어다. 졸업생들 친목 도모에도 좋고 건강 증진에도 좋으니 꿩 먹고 알 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소림초당을 지나 다시 내려올 때 49회 졸업생과 사진을 찍던 장소에 왔다. 부처님상이 있는 곳이다. 올라갈 때는 몰랐는데 내려오면서 보니 4불암이다. 4면에 서로 다른 부처님이 새겨져있다.

  수덕사를 지나 주차장에 오니 벌써 4시가 넘었다. 이제 서울로 올라갈 시간이다. 세 자매는 졸다 깨기를 반복하고 제부는 졸음과의 전쟁을 치루며 운전을 계속한다.

  이번 여행은 비와 안개, 황사 속을 헤맨 봄나들이 여행이었다. 황사 경보 속에서도 용감무쌍하게 돌진한 우리들이 무모하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비 온다고 안 가고, 황사라고 안 가고, 바람 분다고 안 가면 이 넓은 세상 언제 다 구경하나?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드는데. 역경 속에서 강행한 이번 여행은 한 마디로 잘 먹고, 잘 논 만점짜리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