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선유도와 장자도
★ 신선이 놀던 선유도
어제는 비와 안개 속을 헤맸는데 오늘은 황사가 전국을 뒤덮었다. 아침 8시에 숙소를 나서 선유대교 앞 주차장에 도착했다. 구불8길 입구를 찾지 못해 선유대교를 건너갔다 다시 왔다. 이리 저리 찾아봐도 시작점을 못 찾겠다. 주차장에서 한참 검색을 하다가 우리가 차로 건넜던 선유대교가 아니고 걸어서 건너는 인도교를 찾아 걷기 시작했다.
옥돌해수욕장에 이르니 군산 스탬프 투어 도장 찍는 곳이 있다. 여기서 종이를 꺼내 도장을 찍고 선유봉을 향해 나아갔다. 바윗길을 올라가니 선유봉이 나타난다. 해발 112m 밖에 안 되지만 제법 가파르다. 선유봉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산자고 꽃이 한창이다.
★ 장자 같은 장자도
선유봉에서 급경사길을 내려오니 장자대교가 나타난다. 장자도로 연결되는 다리다. 선유봉 아래 마을에서부터 따라오던 강아지 두 마리가 장자도까지 따라온다. 집에 가라고 해도 계속 따라오더니 어느 결에 사라졌다. 자기 영역이 끝났나보다.
장자도에는 천년나무가 있다. 천년나무 아래에서 할머니가 과거를 보러 간 남편의 무사귀환을 빌었다고 한다. 우리도 기도하는 포즈로 사진을 찍고 여기서 간식을 먹었다.
★ 대장 같은 대장도
장자도에서 작은 다리를 건너면 대장도다. 대장도에는 대장봉이 있는데 대장처럼 위엄 있게 생겼다. 중턱에는 할매 바위가 있다. 억불산에 있는 며느리바위와 흡사하게 생겼다. 할매 바위는 마치 여자가 애기를 업고 밥상을 들고 나오는 형상이다. 옛날에 한 할머니가 할아버지가 글공부에만 전념하도록 지극 정성으로 뒷바라지했다. 할머니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할아버지는 과거에 급제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배고플까봐 밥상을 차려들고 마중을 나갔다. 그런데 할아버지 뒤에 웬 여자가 따라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도 서운한 마음에 기가 막혀 몸을 돌려버렸고 그 순간 바위로 변하고 말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첩이 아니고 할아버지를 모시고 오던 역졸이었다. 그러게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고 전후사정을 들어봐야 하는 건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도 이런 오해로 헤어지는 부부가 많을 것이다.
대장봉을 향해 조금 올라가니 어화대가 나타난다. 어화라고 해서 임금이 과거에 급제한 사람에게 내리는 꽃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고기 잡을 어(漁)에 불 화(火) 자다. 물고기 잡을 때 켜는 불을 말하나 보다.
더 올라가니 색동 줄을 몸에 두른 할매 바위가 나타난다. 할매는 아직도 분이 안 풀렸는지 완강히 돌아 선 모습이다. 이제 분이 풀릴 때도 되었구만. 계속 오르니 드디어 대장봉 정상이다. 선유봉보다 높은 142m지만 길이 잘 나 있어 오르기 쉽다. 여기서 인증 샷을 찍고 뒷길로 돌아내려왔다.
대장도에서 다시 장자도로 넘어왔다. 장자도는 장재미와 가자미를 합쳐서 부른 말이다. 선유8경중의 하나인 장자어화(壯子漁火)는 장자도가 번성기를 누릴 때 장자도 일대에서 밤에 불을 켜고 고기를 잡던 모습을 말한다.
이곳 바닷가에 장자 할아버지와 할매 모형을 만들어놨다. 할매는 이제 모든 오해가 풀렸는지 빙그레 웃는 모습이고 할배는 오해를 받은 것이 억울한지 근엄한 표정이다.
여기서 다시 장자교를 건넜다. 장자교는 옛날부터 있던 다리인지 차는 다닐 수 없고 사람만 건너게 만든 인도교다. 장자교를 건너니 다시 선유도로 연결된다. 선유도 해수욕장이 나타난다. 여기는 짚라인이 설치되어 솔섬까지 연결된다. 황사가 많아서 그런지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짚라인은 움직이지 않는다.
고군산 탐방 안내소에 오니 코로나로 휴관이다. 안내소 옆에 GS25가 있다. 4번 동생이 들어가더니 쌀이 있다고 신이 나사 들고 나온다. 오늘도 밥 굶을 뻔 했는데 천만 다행이다.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망주봉 쪽으로 향했다. 망주봉을 바라보며 모래사장을 걷는다. 望主峰은 주인을 바라보는 봉이란 뜻인데 주인은 임금을 말하는 것 같다.
몽돌해수욕장을 지나 남악산으로 올라갔다. 높이가 155.6m라는데 정상에 정상석은 없고 나뭇가지에 종이로 된 표지만 달랑 매달려있다.
정상에서 조금 더 내려오니 대봉 전망대다. 여기서 보는 전망이 기막히다. 대봉이 아니고 따봉이다. 한 가지 옥의 티라면 황사 때문에 옥 같은 빛의 바다색을 볼 수 없다는 거다. 아마도 5번 동생과 다시 오라는 하늘의 뜻인가 보다. 5번은 이번에 일 하느라 같이 오지 못했다. 다음에는 꼭 같이 와야겠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선유3구 마을을 지나니 오룡묘가 나타난다. 오룡묘는 뱃길의 안전과 무역에서의 성공을 기원하는 당집이 있는 곳이다.
오룡묘 앞을 지나 다시 선유도 해수욕장으로 돌아왔다. 고군산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선유도 선착장 쪽으로 걷는다. 계속 걷다가 토산품 점에 들러 박대를 샀다. 오늘 저녁은 포식하게 생겼다. 토산품점 사장님이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는다. 서울까지 간다고 했더니 냉매제를 넣어 스티로폼 상자에 넣으려고 한다. 집은 서울이지만 오늘 밤에 먹을 거라고 했더니 어디서 자느냐고 묻는다. 신시도 자연 휴양림에서 잔다고 했더니 거기 예약하기 엄청 힘들다던데 어떻게 예약했느냐고 묻는다. 제부가 잽싸게 서둘러 예약에 성공했다고 하니 값이 얼마냐고 묻는다. 값을 말하니 그렇게 싸냐고 놀라면서 이곳 숙소 요금이 장난 아니라고 한다. 내친 김에 막걸리까지 사 들고 계속 걸었다. 다시 선유교를 건너 주차장에 도착하니 다리가 말씀이 아니다. 오늘 20km 정도 걸었다.
휴양림에 도착해 다시 체크인을 했다. 2박을 신청하려 했는데 도저히 안 돼서 하루씩 따로 예약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제와는 다른 방에서 자야한다. 차단기 앞에 오니 또 차단기가 안 올라간다. 제부가 다시 로비로 가보니 어제 차 번호를 하루치만 수정하여 오늘 또 안 된다는 것이다. 차 번호를 다시 수정하고 오니 차단기가 올라간다. 자동화 기계가 좋기는 좋은데 융통성이 없어 한 글자만 틀려도 도무지 말이 안 통한다.
숙소에 와서 다른 방에 들어가니 이번에는 5인실이라 복층 구조다. 제부는 위층으로 올라가고 세 자매가 아래층에서 지내기로 했다. 3번 동생이 짐을 다 풀어놓고 뭔가를 찾는다. 뭘 찾느냐고 했더니 잘 때 입는 바지가 없다는 것이다. 어제의 방에 두고 왔나보다고 걱정을 하더니 한참 만에 찾았단다. 어디 있느냐고 하니 입고 있는 걸 찾았단다. 들어오자마자 갈아입고는 또 찾는 것이다. 나이가 드니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업은 애기 3년 찾는다더니 입은 바지 3분 찾았다. 오늘 저녁은 야들야들한 쌀밥에 박대구이까지 곁들여 막걸리로 포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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