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속 서도 여행
이현숙
기간 : 2021년 3월 28일 ~ 3월 30일
장소 : 신시도, 선유도, 덕숭산
동생들과 봄맞이 여행을 떠났다. 작년에는 남도로 떠났는데 이번에는 서해바다에 있는 고군산 열도로 향했다. 신시도 자연휴양림을 이번 3월에 처음 개장했다는데 발 빠르고 손 빠른 제부가 예약에 성공하여 로또 당첨된 기분으로 여행을 떠났다. 명색은 친정 부모님 성묘인데 이것은 명색일 뿐이고 실상은 봄나들이다.
3월 28일 가섭산과 신시도
★ 가섭산 : 정상석 찾아 뺑뺑이
밤부터 봄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충주시에 있는 부모님 산소에 들러 우산을 쓴 채로 묵념으로 대충 성묘를 마쳤다.
시간이 일러서 가섭산을 오른 후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가섭은 원래 석가의 10대 제자 중 한 사람의 이름으로 한자로 迦嶪이라고 표기하며 가섭산에 대한 기록은 『세종실록지리지』에서 처음 확인된다. 가엽산이라는 지명은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 의해 제작된 『조선지형도』에 적혀 있다. 가엽산이란 지명을 이어오다가 예전 지명 찿기 일환으로 가섭산으로 개명하여 주민들 사이에서 병용하고 있다.
가섭산은 경복 산우회에서 올 해 목표 200명산에 들어있는 곳이다. 안개가 자욱한 산길을 구불구불 올라간다. ‘MBC 충주문화방송 가엽산 송신소’ 앞에 주차하고 비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계단 길을 올라갔다.
안개가 자욱하여 뵈는 게 없다. 정상으로 오르니 송신탑과 봉수대가 보인다. 불을 때는 아궁이 모양의 구멍과 굴뚝 모양이 석조물이 있다.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굴뚝으로 연기가 나가면서 통신을 했나보다.
정상석은 안 보이고 나무꼭대기 가지에 가섭산 709.6m라는 종이쪼가리만 매달려있다. 4번 동생과 제부는 봉수대 앞에서 경복 산우회 깃발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3번 동생과 나도 이 깃발이 좋아 보여 빌려서 들고 찍었다.
제부는 아무래도 뭔가 미심쩍었는지 핸드폰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다른 사람들이 올린 사진을 찾아본다. 거기에는 정상석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송신소 앞으로 내려와 안에 들어가 물어보려고 들어가려는데 개가 어찌나 짖어대는지 그냥 나온다.
다시 차를 타고 조금 내려오니 청주방송 송신소 안내판이 보인다. 여기서 다시 올라가 숲속으로 들어가니 자그마한 정상석이 나타난다. 그곳에서 다시 인증 샷을 찍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려왔다. 아차 하는 순간에 정상석을 못 찍어 빵점이 될 뻔 했다는 것이다.
경복 산우회에서는 올 해의 목표 200개를 달성하면 상금도 주고 상품도 준다는 것이다. 제부는 작년에도 100명산을 달성하여 상금을 받았다. 아들 정민이에게 축하금으로 100만원도 받아 핸드폰을 갈았는데 카메라 성능이 엄청 좋다. 눈알도 세 개라서 엄청 뽀대 난다. 망원렌즈도 있다. 정민이는 열 딸보다 나은 아들이다.
다시 차를 타고 내려와 가섭사로 갔다. 가파른 계단 위 안개에 휩싸인 일주문이 천상으로 들어가는 문처럼 신비롭다. 계단을 올라가니 정적에 잠긴 탑과 극락보전이 무거운 침묵 속에 우리를 맞는다. 안에는 아무도 없는지 인기척이 전혀 없다.
이리 저리 둘러보고 다시 아래로 내려와 점심 식사할 곳을 찾아 음성 시내를 헤맸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식당들이 문을 열지 않아 몇 번씩 허탕을 치다가 겨우 연 곳을 찾아 해물칼국수를 먹었다. 배를 든든히 채운 후 오늘의 숙소가 있는 신시도로 향했다.
★ 야마 도는 야마도
한참을 달리다가 신시도에 가면 마트가 없을 것 같아 근처 하나로 마트를 검색하여 돌고 돌아 찾아가니 여기도 일요일이라 문을 열지 않았다. 몇 군데를 찾아가도 역시나 문은 굳게 닫혀있다. 할 수 없이 신시도 가는 길에 있는 야마도로 들어갔다. 허름한 가게가 있기는 있는데 쌀도 라면도 없다. 가게 앞에는 커다란 개장에 하얀 어미 개와 누런 강아지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여덟 마리나 된다. 꼬물꼬물 움직이는 강아지를 보고 있는데 동생들이 삼겹살 한 봉지를 들고 나온다. 사장님은 자기네나 되니까 삼겹살이라도 있지 다른 데는 살 곳이 없다고 자랑한다. 그야말로 야마 돈다.
★ 환상의 신시도 휴양림
신시도 휴양림을 향해 달리는데 입구에서 웬 할아버지들이 신호봉을 들고 차를 막으며 예약을 했느냐고 한다. 그렇다고 하니 예약이라고 쓴 종이를 앞 유리에 끼워주며 체온을 측정한다. 한참 산길로 들어가니 휴양림 입구다. 본관 앞에서 제부는 체크인 하러 들어가고 세 자매는 차에서 기다린다. 제부가 안내문과 쓰레기봉투, 카드를 받아 차를 타고 들어가려니 차단기가 올라가지 않는다. 차단기의 자동차 번호를 보니 글자 하나가 틀린다. 본관 쪽으로 가서 번호를 고쳐달라고 한 후 다시 가니 차단기가 올라간다.
우리의 숙소인 상현달을 찾아가니 둥근 건물이 상현달 모양으로 생겼다. 옆에도 같은 모양의 건물이 있는데 이 건물은 하현달이다. 방으로 들어가니 장애인용 방이다. 현관이나 방, 화장실까지 턱이 전혀 없다. 휠체어를 타고 어디든 다닐 수 있다. 편리하긴 한데 화장실 갈 때마다
“문이 열립니다.” “문이 닫힙니다.” 하고 떠들어대니 그게 좀 귀에 거슬린다. 밤중에 화장실 가려면 남들이 깰까봐 화장실도 못 가겠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산책을 나갔다. 바닷가에 있는 산림욕장이라 전망이 기막히다. 해맞이 광장에는 둥근 해 모양의 조형물이 있고 원형 광장에는 원형으로 된 지붕의 건물이 있다. 4번 동생은 바닷가에 내려가 날아가는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산책을 마친 후 방으로 돌아와 삼겹살을 구워 맥주 한 잔씩하며 ‘위하여’를 외쳤다. 쌀이 없는 관계로 밥 대신 떡으로 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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