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0. 12. 6. 우리 아이 숟가락

아~ 네모네! 2020. 12. 7. 14:02

우리 아이 숟가락

이현숙

 

  우리 집 숟가락 통에는 40년도 넘은 숟가락이 담겨있다. 우리 아들이 어려서 먹던 작은 숟가락이다. 어디서 받았는지 샀는지 기억도 없다.

  ‘LITTLE TOMMY’라는 글자도 희미하다. 이건 아들이 한 살도 되기 전 이유식을 떠먹였던 숟가락이다. 이제 아들이 45살이나 되고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데 왜 안 버리고 있는지 나도 이해가 안 간다. 그냥 아들의 어린 시절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아들은 태어날 때 3kg 밖에 안 됐다. 그런데 어찌나 식욕이 왕성한지 한 달 만에 6kg으로 늘었다. 지금도 그 식욕이 줄어들지 않아 마구 먹어대니 110kg이 넘게 나간다. 앉고 일어설 때마다 힘들어 하는 모양을 보면 안쓰럽다. 식욕도 중독인가보다. 아니면 유전인가? 손자도 먹을 걸 보면 이거 다 먹겠다고 설쳐댄다. 초등학교 2학년인데 벌써 46kg이 넘는다. 어른보다 더 먹으니 걱정이다.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먹기를 좋아했는지 아주 콧노래를 부르며 먹는다. 내가 몸 생각해서 그만 먹으라고 하면 금방 눈에 눈물이 핑 돈다. 그러니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다. 이때 강력하게 막았어야하나? 후회가 될 때도 있다.

  이런 아들이 어떻게 40일씩 금식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대학교 때 학교는 안 가고 ALL F를 내리 세 학기나 받아왔다. 예수전도단이나 두란노 경배와 찬양 집회에 쫓아다니더니 금식을 해보겠단다. 며칠 하다 말겠지 했더니 40일이 다 되어 급기야 입원하기에 이르렀다. 한 달 만에 28kg이 빠졌는데 눈이 십 리 만큼 들어가고 완전히 해골같이 되었다. 이러다가 하나 밖에 없는 아들 아주 잃어버리는 거 아닌가 속이 탔다. 이때 몸의 세포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모든 양분을 저장하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들이 돌이 되기 얼마 전 내가 간염에 걸렸다. 어느 날 갑자기 소변이 너무 진하게 나오고 오른쪽 옆구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간염이라고 입원을 해야 한단다. 간이 부었단다. 말 그대로 간땡이가 부어 숨 쉬기도 힘들었다. 소변은 점점 진해져서 갈색으로 나오고 눈에는 황달이 왔다. 보름 정도 입원하고 집에 와 1년 정도 치료를 받았던 것 같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아이들에게 간염 예방주사를 맞히려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더니 딸은 음성이라 주사를 맞아야하지만 아들은 항체가 생겼단다. 언젠가 간염에 걸렸나본데 용케 잘 이겨냈다고 주사를 안 맞아도 된단다. 나는 이 소리를 듣자 속이 뜨끔했다. 간염에 걸렸을 때 아들 숟가락을 내 입에 넣었다가 이유식을 떠 먹였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들은 이것도 모르고 자기는 주사 안 맞아도 된다고 싱글벙글 신이 났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어느 부모도 이런 무모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엄마들이 아이 밥이 뜨겁지 않은지 자기 입에 넣었다가 먹이곤 했다. 지금도 이 숟가락을 보면 그 때 상황이 떠오른다.

  요즘은 출생 시 부모의 의 정도에 따라 수저 계급이 달라진다. 부자집에 태어나면 금수저, 가난한 집에 태어나면 흙수저라고 한다. 우리 아이들은 금수저도 아니고 흙수저도 아니고 스텐 수저로 태어났다고 해야 하나?

  하긴 수저 한 번 입에 물어보지도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는 아이들도 있다. 얼마 전 뉴스에서 2개월 된 아기 시신을 2년 동안 냉동실에 넣어둔 엄마가 나왔다. 아동 보호 기관에서 그녀의 7살 난 아들과 2살 된 딸을 아동쉼터로 보냈는데 아이들의 말을 듣고 딸이 쌍둥이였던 것을 안 직원이 집을 수색했는데 온 집에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었다. 무려 5톤의 쓰레기를 치웠는데 이때는 아기가 없었다. 청소한다는 소리를 들은 엄마가 아기 시신을 차에 두었다가 그 후 다시 냉동실로 옮겼다고 한다. 그녀는 첫째 아들만 출생신고를 하고 쌍둥이는 집에서 분만한 후 신고도 하지 않아 주위에서도 모르고 있었다. 엄마는 무서워서 그랬다고 하며 오열했다고 한다.

  이런 기막힌 사연들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건 도대체 누구의 책임일까? 이런 사회를 만든 우리 모두의 책임이란 생각이 든다. 앞집에 누가 사는지 옆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도무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우리의 지독한 무관심과 이기주의가 이런 사태를 만들어낸 것이리라. 홀로 사는 노인이 죽은 후 몇 개월씩 방치되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옛날처럼 온 동네가 서로 마실도 다니고 함께 먹고 마시며 웃고 떠들던 시대에는 이런 일은 일어나라고 해도 일어날 수 없었다. 이제 모든 것을 비대면으로 몰고 가는 이 사태가 얼마나 계속될지 생각할수록 암담하다.

  내가 아닌 너에게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앞으로 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