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0. 12. 1. 장모 없는 장모 생일

아~ 네모네! 2020. 12. 1. 13:11

장모 없는 장모 생일

이현숙

 

11월도 다 가고 달력을 뜯어내니 달랑 한 장 남는다. 1222일에 동그라미가 쳐 있고 장모 생일이라고 쓰여 있다. 남편은 매년 연말이 되어 새 달력이 생기면 각종 기념일을 표시한다. 작년에는 새어머니가 살아계셔서 음력 118일인 이 날에 표시를 한 것이다.

새어머니는 담낭암으로 2년 넘게 투병하시다가 올 2월에 돌아가셨다. 계속 집에 계시다가 요양병원으로 옮긴지 열흘 만에 돌아가셨다. 집에 계실 동안에는 화장실도 다니고 크게 아픈 기색도 없었다. 요양병원으로 옮긴 다음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면회도 못 했으니 어떤 상황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올해 84세이니 좀 빠르긴 하다. 그래도 고생을 많이 안 해서 다행이다. 요양병원에서 10년 넘게 고생하는 사람도 있는데 죽을 복을 타고 나셨나보다.

50이 넘은 나이에 우리 집에 와서 30년 넘게 사셨으니 미운 정, 고운 정이 알게 모르게 들긴 들었나보다. 아버지 돌아가시고도 5년 정도 더 사셨으니 그 동안 우리들의 구심점이 되어 주신 분이다. 이제 명절 때나 어버이날, 어머니 생신 때도 모일 일이 없으니 허전하다. 사람은 없어져봐야 그 존재 가치를 안다고 하더니 정말 맞는 말이다.

어머니가 살아계셨으면 또 우리 형제자매들이 모여 식사도 하고 케익 놓고 축하노래도 불러드렸을 텐데. 작년 생신 때만 해도 초밥도 잘 드시고 기력도 좋아 보여 좀 더 버티실 줄 알았는데 생신 후 두 달 만에 가셨다.

이제 연말이 다가오니 새 달력이 나올 것이다. 남편은 올 해도 각종 기념일을 표시할 것이다. 이제는 거기서 장모 생일이 빠질 것이다. 이렇게 하나씩 사라지다보면 점점 줄어들어 나중에는 다 없어지겠지? 하긴 모든 생물과 무생물도 시간이 가면 모두 사라질 것이다. 이것이 자연이고 우주의 원리다. 태양도 몇 십억 년 지나면 사라진다고 하지 않는가? 수증기가 뭉쳐서 구름이 되고 구름이 증발되면 다시 수증기가 되어 공기 중으로 사라지듯 모든 물체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할 것이다.

잠시 잠깐 보이는 안개를 잡아보려고 아등바등 발버둥 치는 우리 인간의 덧없음을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