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0. 10. 19. 끝없는 해부(독후감)

아~ 네모네! 2020. 10. 23. 15:27

끝 없는 해부

프로이트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읽고 -

이현숙

 

  프로이트의 책이라면 달랑 꿈의 해석한 권을 읽었을 뿐이다. 이것도 읽은 것이 아니라 그냥 씹도 않고 집어 삼켰다고나 할까? 도대체 뭔 소린지 몰라서 그냥 글자만 읽었을 뿐이다. 심리학으로 파헤친 걸작의 비밀이란 부제를 보고 혹 해서 이 책을 선택했다. 결론은 잘못 찍었다. 역시 모르겠다.

  프로이트는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다. 작은 도시 프라이베르크에서 7형제 중 맏이로 태어났다. 그 후 빈으로 이주하여 70년 넘게 살았다. 빈 대학에 입학하여 생리학을 전공하고 빈 종합병원에서 일하다가 신경질환 전문의로 개업했다. 오스트리아가 독일에 합병되자 영국으로 망명한 후 런던에서 83세까지 살았다.

  이 그림은 레오나르도 서거 500주년에 영국 왕실의 소장품 사이에서 발견된 초상화다. 뭔가 우수에 찬 느낌이다. 이 책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 서거 500주년을 기리며 만든 책이다. 역자 서문을 보면 레오나르도의 출생 비밀과 어린 시절이 나온다. 레오나르도는 1452년 이탈리아의 빈치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레오나르도의 어머니 카테리나는 15세의 고아 소녀였으며 레오나르도의 아버지 세르 피에로 다 빈치와 정식 결혼은 하지 못했다. 결국 레오나르도는 사생아로 태어났다. 아버지 세르 피에로는 공증인이었으며 그들은 신분 차이로 결혼할 수 없었고 그 후 피렌체의 유명한 제화공의 딸인 16세의 알비에라와 결혼했다. 알비에라는 아이가 없었고 레오나르도를 무척 예뻐했지만 일찍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다시 20살의 프란체스카와 결혼했지만 그녀도 몇 년 뒤 사망했다.

  어머니 카테리나는 레오나르도를 낳은 지 몇 달 후에 농부이자 옹기장이와 정식 결혼했다. 그 후 친어머니 없이 자라던 레오나르도는 할아버지의 집으로 보내졌다. 아버지는 부인들이 일찍 사망하는 바람에 네 번이나 결혼하여 11명의 자녀를 낳았다. 이걸 부인복이 많다고 해야 하나, 처복이 없다고 해야 하나 모르겠다.

  아무튼 아버지 세르 피에로는 일찍부터 뛰어난 천재성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보여준 이 아이를 법적인 정식 맏아들로 받아들였다. 아버지 세르 피에로는 아들의 드로잉 작품 몇 점을 친구인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에게 보내 평가해달라고 부탁했다. 베로키오는 레오나르도의 드로잉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힘에 깜짝 놀랐고 아들을 당장 자기 밑에서 공부하도록 하라고 청했다. 베로키오는 그 당시 피렌체에서 가장 유명한 공방을 이끌던 실력 있는 예술가였다.

  그 후 레오나르도는 스승과 함께 그리스도의 세례라는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처음에는 스승이 그리다 만 그림의 왼쪽 아래 모퉁이에 천사들을 그려 넣는 정도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제자의 재능을 알아본 베로키오는 그림을 모두 맡기다시피 하였다.

  프로이트는 레오나르도에게 관심이 많았고 1909년 빈의 정신분석학회에서 레오나르도에 대한 주제를 발표했다. 프로이트는 이 글에서 레오나르도가 어린 시절에 겪었다고 기억하는 독수리 환상을 통해 모성을 지닌 독수리가 어떻게 레오나르도의 동성애적 성향에 영향을 미쳤는지 논하고 있다.

  프로이트가 레오나르도에게 관심이 많았다는 사실은 플리스에게 보낸 편지에도 나타난다. 그 편지에 보면 아마도 가장 유명한 왼손잡이는 레오나르도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한 번도 연애를 해 본적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 고 하였다. 언젠가 레오나르도에 관한 전시회에서 그가 쓴 글씨를 본 기억이 난다. 삐뚤빼뚤하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내려간 걸 보고 그가 왼손잡이임을 알았다.

  레오나르도의 과학노트에 이런 글이 있다. 레오나르도가 요람에 있을 때 독수리 한 마리가 다가오더니 꼬리로 입을 연 뒤 자신의 입술을 여러 번 때렸다는 것이다. 여기서 독수리는 어머니를 의미하며 입술을 때린 것은 어머니의 젖꼭지를 빠는 기억이라는 것이 프로이트의 생각이다.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에서는 실제로 어머니가 독수리의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조르조 바사리에 따르면 레오나르도는 피렌체 사람 조콘도의 부인인 모나리자의 초상화를 그렸는데 그림을 완성하려는 생각도 없이 4년을 허비했다. 그러다가 그림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콘도에게 이 그림을 주지 않았다. 자신이 그림을 보관하고 있다가 프랑스로 가져갔는데 그의 후견인인 프랑스와 1세가 이 그림을 샀고 이것을 루브르 박물관에 기증했다.

  레오나르도는 성을 냉담할 정도로 거부했으며 베로키오 공방에서 숙식 할 때는 동성애를 나눴다는 혐의를 받았다. 훗날 그가 스승이 되었을 때도 제자로 삼은 미소년들과 젊은이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이들 중 마지막 제자인 프란치스코는 프랑스까지 그를 수행했으며 임종 시에도 함께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3살 무렵부터 성적 호기심을 갖고 아기가 어디서 오는가 하는 의문을 갖는다. 서양에서는 황새가 물어다준다는 우화를 들려주는데 아이들은 이것을 거부하며 어른들에게 정신적 불신을 갖게 된다.

  그 후 아이들은 자신만의 방식대로 성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나간다. 레오나르도의 경우 강력한 지적 탐구와 이상적 동성애를 하게 된 듯하다. 그는 제자들을 뽑을 때 재능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뽑았기 때문에 아무도 이름 난 화가가 되지 못했다.

  레오나르도는 스스로에게조차 숨겨진 가장 비밀스런 정신적 감정을 작품을 통해서 표현했다. 모나리자를 포함하여 그가 그린 모든 여주인공의 입가에는 매혹적이고 기묘한 미소가 있다. 이 미소는 보는 사람들에게 아주 강렬한 느낌을 주고 심지어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이 여인의 미소에는 여인의 성생활을 지배하는 두 가지 상반된 요소가 표현되었다고 말한다. 즉 다정함과 요염함, 정숙함과 은밀한 관능이다.

  레오나르도는 모나리자에서 바로 자신을 만났고 자신의 본질 전부를 투영시켰다. 그 미소는 성 안나와 두 사람즉 성 안나와 함께 있는 성모와 아기 예수에도 나타난다.

  인생의 절정기에 레오나르도는 그 옛날 어머니가 애무할 때 그녀의 입가에 맴돌던 축복과 환희의 미소를 만났다. 하지만 여인들의 입술로부터 그러한 애무를 다시 바라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프로이트의 분석을 읽으며 머릿속이 점점 더 엉켜 뭐가 뭔지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마치 우리의 생명이 어디에 있는지 끝없이 해부하는 것 같다. 다리를 잘라도, 팔을 잘라도 생명은 남아있다. 생명이 어디에 존재하는가 알기 위해 끝없는 해부를 하다보면 온 몸이 조각조각 분해되어 생명이 사라지듯이 어떤 사실을 너무 해부하다보면 본질을 잃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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