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0. 3. 6. 마스크는 생명줄?

아~ 네모네! 2020. 3. 6. 16:42


마스크가 생명줄?

이현숙

 

   요즘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다. 몇 시간씩 줄을 서서 마스크 사느라고 난리 북새통이다. 저렇게 모여 있는 동안 더 바이러스에 감염될 것 같다. 마치 마스크 안 쓰면 곧 죽을 것 같은 분위기다.

   우리 부부도 똑 같이 마음 약한 인간인지라 어디 가서 줄은 못 서도 동네 약국에 가끔 들러본다. 들어갈 필요도 없이 약국마다 문 밖에 대문짝같이 커다랗게 써 붙여 놨다.

방독 마스크 품절, 언제 들어올지 모름 ㅠㅠ.’

   동작 빠른 사람들은 그래도 여기저기서 사재기를 하나본데 우리 부부는 몇 달째 단 한 개도 사지 못했다. 할 수 없이 빨아서 또 쓰고 있는데 남편은 그게 너무 불안한가보다. 롯데수필에 다니는 약사에게 구할 수 있나 물어보라는 둥, 친구에게 물어보라는 둥 잔소리가 많다. 내가 끄떡도 안 하자 딸에게 카톡을 보낸다. 그 아이들 쓰기도 모자랄 텐데 보내지 말라고 해도 굳이 보낸다.

   이런 남편을 위로는 못할망정 나는 사람이 죽기밖에 더 하겠냐고 윽박지른다. 따뜻한 말 한 마디 하는 게 돈 드는 일도 아닌데 립 서비스도 할 줄 모르는 내가 좀 바보 같기도 하다. 5번 동생은 남편 앞에서 여우처럼 알랑대다가 등 쳐먹으라고 하는데 그게 안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무정하고 비정하고 인정머리 없는 마누라다.

   몇 시간이 지나도 딸이 카톡을 안 보니까 남편이 저녁 때 전화를 한다. 혹시 인터넷으로 구할 수 있느냐고 한다. 딸이 알아보겠다고 자기들은 예전에 사 놓은 황사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한다. 딸이 알아보고 이번 금요일에 배달될 예정이라고 하자 안심하는 눈치다.

   사실 우리처럼 지금 죽어도 세상 돌아가는데 아무 지장 없는 인간들은 굳이 마스크를 안 써도 될 것 같은데 2주간 자가 격리가 더 겁난다. 엄청 불편할 것 같다. 또 나를 만난 사람들도 다 격리를 해야 하니 많은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게 될 것 같다.

   궁여지책으로 방한용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건 무늬만 마스크지 바이러스는 별로 차단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으려고 산책할 때 쓰고 나간다.

   TV 뉴스 시간에 보니 폐휴지를 모으는 할머니가 나온다. 마스크를 썼는데 얼마나 오래 썼느냐고 물으니 마스크를 살 수 없어서 한 달째 빨아 쓰고 있단다. 이것도 무늬만 마스크지 아무 소용이 없다. 나도 몇 번 빨아서 10일이 넘도록 쓰고 있다.

   드디어 어제 저녁에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이름 하여 마스크 5부제다. 출생년도에 따라 요일을 정해 1인당 1주일에 2개씩만 판다는 것이다. 출생년도 끝자리가 16인 사람은 월요일이다. 50인 사람은 금요일, 토요일과 일요일은 주중에 못 산 사람에게 판단다.

   TV 뉴스 시간에 화면 밑의 자막을 보니 이란에서는 마스크 사재기를 하는 사람은 교수형이라고 나온다. 이란도 요새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니까 우리보다 더 강경한 방법을 쓰는 것 같다. 온 세계가 마스크에 목숨 거는 듯하다.

   집에 안 쓴 마스크가 몇 개 있는데도 남편은 겁을 낸다. 나는 안 쓸 테니 혼자 다 쓰라고 해도 한 명만 조심해도 소용없다고 내 걱정까지 한다. 지하철 탈 때는 새 마스크를 쓰라고 당부한다. 내가 어디 가서 바이러스 묻혀 올까봐 걱정하는 눈치다.

   마치 마스크만 쓰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안 걸릴 것처럼 철석같이 믿고 있는데 과연 그럴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다. 마스크에 김이 서려서 세균이 더 번식할 것 같다. 사용한 마스크는 줄에 걸어 말린 후 다시 쓰고 있다. 보이는 적과의 싸움도 어려운데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려니 이건 보통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보이는 적은 총이라도 쏴서 죽일 텐데 보이지 않으니 속수무책 당하는 수밖에 없다. 어쨌든 요즘은 마스크가 무슨 생명줄이나 되는 것처럼 난리를 친다.

   오늘 낮에 딸이 주문한 마스크가 도착했다. 무려 20장이다. 남편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거금 10만원이다. 정부에서 공급하는 공적 마스크는 1500원인데 3배 이상 비싸다. 이러니 여기저기서 사기꾼이 판을 친다. 마스크 판다고 속여 1억 원이나 떼어먹고 마스크 안 보낸 사람이 구속되었다. 폐기한 마스크를 다시 포장하여 판 사람도 있고 아버지가 만든 마스크를 아들에게 빼돌려 폭리를 취한 사람도 걸렸다. 온 나라가 마스크 전쟁이다. 언제 이 전쟁이 끝날는지 온 국민이 전전긍긍 어쩔 줄을 모른다. 그저 코로나와의 전쟁이 어서 빨리 끝나기만 바랄 뿐이다.

   요새는 문화센터도 휴관, 체육관도 휴관, 모든 모임도 취소되어 하는 일 없이 빈둥댄다. 초등학교 입학한 이후로 숙제도 없고 할 일도 없이 이렇게 놀아보기는 처음이다. 쉬어도 너~무 쉬어서 썩어 문드러질 지경이다.

   아침에 방송을 듣는데 군대에서 외출도 외박도 나오지 못하는 군인이 보낸 사연이 나온다. 오늘이 자기 생일인데 집에 가지 못하니 섭섭해 하는 어머니를 위로해달라고 어머니가 좋아하는 곡을 신청했다. 코로나가 무엇인데 이토록 온 인류를 쥐고 흔드는 것일까? 혼자 잘 난 척하는 인간을 마음껏 웃고 조롱하는 듯하다.

   사람은 왜 이다지도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저 세상에 가보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아기는 뱃속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나올 때 이런 두려움을 겪었을까? 기억이 없으니 알 수 없다. 우리도 아마 저 세상으로 가면 이생의 모든 기억은 사라질지 모른다.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