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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2019. 10. 31. 만약에 나에게

by 아~ 네모네! 2019. 11. 24.

만약에 나에게

이현숙

 

   만약에 나에게 신이 한 가지 초능력을 준다고 하면 어떤 걸로 해야 할까?

성경에 보면 예수님은 여러 가지 초능력을 행했다. 첫 번째 기적은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만든 것이다. 나도 이런 능력을 달라고 하면 어떨까? 공짜로 와인을 먹을 수 있으니 허구 헌 날 만들어 먹고 띵까띵까 놀다가 알코올 중독자가 될 것 같아 이건 안 되겠다.

   물 위를 걷는 것은 어떨까? 물에 빠질 염려가 없으니 수영도 못하는 내게 꼭 필요한 능력 같아 보인다. 하지만 배를 타고 다니면 어디든 갈 수 있는데 굳이 걸어 다닐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보리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이는 기적은 꽤 괜찮아 보인다. 한데 이렇게 마구 만들어 먹다가는 비만증에 걸려 온갖 성인병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죽은 사람 살리는 능력은 어떨까? 자식을 잃고 애통해하는 부모에게 자식을 살려 보내주면 엄청 좋아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 자식이 더 좋은 세상에서 더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 다시 오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살아온다고 영원히 사는 것도 아닌데 죽음의 고통을 두 번씩 겪게 하는 것은 엄청난 고문이 될 수도 있겠다.

   병 고치는 능력은 어떨까? 병에 걸려 고생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니 좋은 은사인 것은 확실하다. 어쩌면 내 병도 스스로 고칠 수 있어 좋을 듯하다. 그런데 병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병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 도우며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또 병을 극복하며 더 많은 것을 얻는 사람도 있다.

   관심법觀心法은 어떨까? 궁예는 관심법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읽었다는 기록이 있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지만 궁예도 신하인 왕건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홀로 울면서 쫓겨 가는 신세가 되었다. 그가 울며 쫓겨 간 산을 명성산鳴聲山 또는 울음산이라 한다. 이걸 보면 관심법도 별로 좋은 것은 아니다. 예수님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말을 안 해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고 했다. 그래서 가룟 유다가 자신을 배반할 것을 미리 알았다. 하지만 그도 이 운명을 거스르지 못했다. 결국은 유다의 배신으로 제사장들에게 붙잡혀 십자가에 못 박히고 만다. 이걸 보면 관심법도 별로 필요 없는 듯하다. 오히려 몰라도 좋을 것을 알게 되어 상대방과의 관계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모르고 당하면 그 때까지 마음이나 편할 텐데 미리 알면 고통의 기간만 더 길어질 수도 있다.

   하늘을 나는 능력은 어떨까? TV에서 드론으로 찍은 사진을 보면 지상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멋지다. 열기구를 타고 보면 별천지가 보일 것 같기도 하고 하늘을 국경선 없이 넘나드는 새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지상에서 보면 안 보이던 것까지 낱낱이 보게 되어 못 볼꼴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별로 받고 싶은 초능력이 없다. 어쩌면 신은 우리에게 가장 적당한 만큼의 능력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욕심을 내다가는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 그저 지금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자족하는 마음으로 사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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