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9. 10. 6. 끝없는 열정

아~ 네모네! 2019. 10. 19. 22:37

끝없는 열정

이준규의 2km를 달려간 남자를 읽고 -

이현숙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2km를 달려갔다는 말에 현혹되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우선 표지가 맘에 든다. 다뉴브강에서 카약을 타는 저자의 뒷모습이 마냥 멋있게 보인다.


   책표지에 두른 띠에도 눈길을 끄는 문구가 있다.

영국 BBC가 주목한 열정의 한국청년그럴 듯하다. 어떤 청년이기에 그 유명한 BBC가 주목했을까? 사실 어찌 보면 별것 아닌지도 모른다. 주목했다고 했지 무슨 상을 받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유명 방송사를 들먹이니 눈에 띠는 것만은 확실하다.

   언젠가 사가정시장에 있는 허름한 식당에 KBS, MBC, SBS 등 유명 맛집 프로그램에 나온 집이라고 쓰여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게 아니다. 나온 집이 아니고 나올 집이라고 되어있다. 순간 픽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일단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했으니 참 좋은 아이디어란 생각이 든다. 책도 일단 독자의 시선을 끌어야하니 이런 방법도 참 좋겠다.

   저자 이준규는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낮에는 축구를 하고 밤에는 축구를 보거나, 축구 게임을 하며 보냈다. 한 마디로 축구의 광팬이다. 자전거로 남미여행을 한 떠나지 않으면 청춘이 아니다.’라는 책을 읽고 자전거 여행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235일 동안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중국 텐진에서 영국 리버풀까지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했다. 리버풀을 종착지로 정한 것은 영국 프리미어 리그 EPL팀의 훈련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계획을 얘기했을 때 하나 같이 미친 짓이라고 했는데 이 말이 오히려 더 촉진제가 되었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본성이 있나보다. 그는 미래에 대한 모든 근심 걱정을 접어놓고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자전거에 올랐다.

   한 나라의 여행을 끝마칠 때 마다 팁을 적어놓았는데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실 이 저자가 여행한 모든 나라를 나도 여행했지만 그저 유명 관광지만 돌아다니며 수박 겉만 핥아 먹고 온 느낌이다. 그에 비해 저자는 수박을 박살내어 속살까지 사그리 먹어 치웠다.

   첫 여행은 중국 텐진으로 가는 배에서 시작되었는데 여기서 중국인 친구를 만나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가는 곳마다 현지인들에게 정보를 구하고 도움을 받아가며 전진하는 모습에서 젊은이의 생명력이 느껴진다.

   중국 천안문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1028이라고 쓴 화이트 보드를 들고 있다. 이게 무슨 숫자인가 궁금했는데 곧 궁금증이 풀렸다. 뒤로 갈수록 숫자가 늘어나는 걸 보니 그가 달려온 거리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사진의 색깔이 너무 칙칙하다. 다음 책을 낼 때는 꼭 소후 출판사로 가보라고 하고 싶다.

   저자의 가장 큰 매력은 자력으로 여행한 점이다. 화석 연료나 전기 에너지를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에너지로 2km를 달렸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니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몽골에서는 우리나라 마을버스를 개조하여 세계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사실 우리나라 마을버스는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닌다. 캄차카에 갔을 때도 거기 우리나라 마을버스가 거리 이 구석 저 구석을 쏘다니고 있었다. 이렇게 세계를 누비는 사람들이 진정한 외교관이 아닐까 싶다.


   그는 바이칼 호숫가를 달리며 자기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이루었다고 했다. 바이칼 호수는 내 버킷리스트에도 들어있다.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호숫가에 도착해 텐트를 치려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 마을 어귀에서 할머니에게 물었더니 그녀의 집으로 초대해주었다. 그 집에서 생선 튀김과 수프 등 맛난 음식을 대접 받고 따뜻한 다락방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그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신뢰가 생겼다고 한다.

   사실 여행하면서 멋진 자연과 유적도 좋지만 따뜻한 사람을 만나는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르메니아 세반 호숫가에 있는 세반 마을에 갔을 때다. 아침에 호텔 근처로 산책을 나갔다. 시골마을을 지나는데 한 집의 마당에 사과 꽃이 만발했다. 우리가 들여다보고 있으니 2층 베란다에 있던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어오라고 한다. 올라오라고 하여 베란다로 올라가니 커피를 마시고 있다. 어디서 왔느냐고 하여 코리아라고 하니 쎄울?’ 한다. 서울을 아나보다. 할머니가 안으로 들어가더니 커피를 내오며 먹으라고 한다. 먹고 나오려는데 사탕을 주며 가다고 먹으라고 한다. 어찌 보면 별것 아닌데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가슴까지 전해온다. 아르메니아에 대한 인상도 좋아진다.


   저자가 러시아 국도를 달리다가 성화 봉송하는 할머니를 만났다. 그는 저전거를 손으로 끌며 할머니와 함께 달렸다. 이런 따뜻한 마음씨를 가지고 그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이런 여행이 진정한 여행인 듯하다.


   우랄 산맥을 넘을 때는 너무 추워 손이 깨져 나갈 것 같다고 한다. 나도 돌로미테에서 산행 중 우박을 만났는데 콩알만한 우박이 손을 어찌나 세게 때리는지 손으로 스틱을 잡고 걸을 수가 없었다. 결국 손을 내리고 스틱을 질질 끌며 걸었다. 걸어도 이 지경인데 자전거를 타고 달렸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그렇게 악전고투하면서도 유명한 축구장이 있는 도시에 가면 훈련장도 찾아가고 선수도 만나면서 여행을 계속했다. 발틱 3국을 지날 때는 폭설에 시달리면서 발을 랩으로 돌돌 말아 추위를 참으며 달렸다.

   독일과 네델란드를 거쳐 마침내 최종 목적지 영국의 리버풀에 도착했다. 멜우드 경기장에 도착해 자기가 달려온 길을 가리키며 멋진 사진도 찍었다.


   자기가 묵었던 집 주인의 소개로 영국 BBC에 출연하는 행운도 얻었다. 그는 235일간 17190킬로미터를 달리며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사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1%나 될까? 90%이상은 자연과 가정에서 배운다.


   그렇게 고생을 했건만 그의 여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시 동쪽으로 날아가 한국에 가야하는데 뭔가 아쉬움을 느낀 그는 자신의 힘으로 최대한 동쪽으로 가고 싶어 다뉴브강 카약 여행을 시작한다.

   이번에는 친구와 둘이서 독일에서 시작하여 강물을 따라 흑해까지 갈 계획을 세운다. 강변에서 야영도 하고 카약을 들고 댐을 건너는 어려움을 이기며 동으로 동으로 노를 저어간다.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세르비아, 불가리아를 거쳐 루마니아에서 끝을 맺는다. 39일간 카약을 타며 맨땅 자갈밭에 누워서도 마냥 즐거워하는 이들의 표정이 경이롭기만 하다.


   다뉴브강에서 알몸 수영을 하며 참 자유를 느낀다는 이들의 기쁨이 내게도 어렴풋이 전해온다.


  앞표지에 있는 카약 타는 모습과 뒷 표지의 자전거 타는 모습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저자 인세는 전액 푸른아시아 재단에 기부한다는 뒷 표지의 글도 마음에 와 닿는다. 이준규 저자가 앞으로도 멋진 여행하고 감동 깊은 글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 그의 끝없는 열정이 부럽다.

새파일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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