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9. 9. 20. 돈으로 때우기

아~ 네모네! 2019. 10. 19. 22:17

돈으로 때우기

이현숙

   추석이 돌아온다. 컴퓨터 앞에 앉아 여기 저기 송금을 한다. 딸의 시댁, 아들의 처가, 시집 작은어머니, 윗동서 두 명, 장조카 등 핸드폰에 메모를 해 놓고 매년 명절 때면 체크 해가면서 명절 선물비를 보낸다.

   선물을 사가지고 직접 찾아가서 인사를 드려야할 텐데 번거롭다는 이유로 그냥 돈으로 때운다. 사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이런 인사는 인사가 아니다. 아니 손가락 하나는 까딱한다. 인터넷 뱅킹으로 송금하려면 마우스를 누르느라 검지손가락을 까딱거리니 말이다.

   이런 행태는 신혼 초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어머니는 경제적 능력이 없어서 결혼한 후 돌아가실 때까지 생활비를 보내드려야 했다. 내 월급이 4만원일 때는 만원씩, 돌아가실 즈음 내 월급이 60만원일 때는 15만원씩 보내드렸다. 은근히 아까운 생각이 들고 시어머니가 빨리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못된 생각도 했다.

   지금은 아들 생활비 대기 바쁘다. 내 연금의 정도는 보내야한다. 그런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참 희한한 일이다. 이래서 내리 사랑이라고 하나보다.

   시동생은 31살에 하룻밤 새 갑자기 죽었다. 그때 막내 동서는 28살이고 딸은 세 살, 아들은 돌도 안 됐다. 시동생은 모아놓은 돈도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너무 딱해서 애기 우유 값에 보태라고 5만원씩 부쳐주었다. 35년이나 보내다 보니 이제 막내 동서가 그만 보내라고 한다. 자기도 일하러 다니고 아이들도 다 커서 돈을 버니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동안 보내던 것을 딱 끊을 수가 없어서 계속 보내고 있다.

   친정의 새어머니는 아버지 나이 66살에 오셨다. 아버지와 29년을 살았다. 아버지에게 잘 해드렸으면 하는 마음에 매달 10만원씩 보내드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끊으려니 너무 야박한 것 같아서 계속 보내 드리고 있다.

   그뿐 아니다. 아들, 며느리, , 사위 손자들까지 생일이 돌아오면 모두 미리 송금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매사에 몸은 안 움직이고 돈으로 해결하려한다. 내 성격이 너무 정이 없고 메말라서 그런가보다. 선물을 사는 것은 무엇을 해야 할지 난감하고 음식을 하자니 솜씨가 없어 엄두가 안 난다. 무슨 요리든지 도깨비 방망이 휘두르듯 뚝딱 뚝딱 만들어 내는 우리 선생님을 보면 용감무쌍한 그 성격이 부럽다. 경이롭다 못해 경외심까지 들 정도다.

   사실 인간은 서로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정이 든다. 내가 가진 것은 나 혼자 쓰라는 것이 아니고 옆의 사람들과 나누어 쓰라고 하늘이 주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다가 남겨 놓고 죽으면 어차피 남들이 다 가져갈 텐데 살아있을 때 인심 쓰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가급적 눈에 보이는 물건이나 먹을 것으로 하는 게 좋다. 인터넷 뱅킹이란 가상현실 속에서 숫자만 왔다 갔다 하는 건, 주는 것 같지도 않고 받는 것 같지도 안다.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돈으로만 때우려는 이런 행태를 언제나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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