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9. 4. 12. 돌아오지 않는 엽서

아~ 네모네! 2019. 4. 13. 17:39

돌아오지 않는 엽서

이현숙


엽서를 써본 것이 언제인가?

엽서를 받아본 것은 또 언제인가?

   엽서를 본 게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우리 딸은 우표를 모으는 취미를 가졌다. 지금도 모으는지는 잘 모르겠다. 딸을 위해 해외여행을 가면 우표를 사다주기도 했지만 그 나라의 소인이 찍힌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엽서를 사서 직접 부쳤다. 보통 엽서 세 장을 사서 딸에게, 아들에게, 남편에게 보냈다. 어떤 호텔에서는 직접 부쳐주기도 하고, 어떤 호텔은 우표를 팔기도 한다. 이도 저도 없을 때는 가이드에게 우표 값을 주고 부쳐달라고 한 적도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부터는 카톡으로 직접 사진을 찍어 전송하니 엽서를 쓸 일이 없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가 좀 그립기도 하다. 손 글씨로 쓴 엽서를 보면 정감이 있다.

   옛날에 남편에게 보냈던 엽서를 찾아보니 2012년에서 끝났다. 그 후로는 카톡으로 보낸 모양이다. 엽서를 꺼내보니 참 많이도 다녔다. 하와이, 사라예보, 히말라야, 바르셀로나, 터키, 옐로스톤 공원, 이집트, 뉴질랜드, 알라스카 메킨리산, 갈라파고스, 우간다, 에디오피아 등 세계 각지에서 보낸 것들이다.

   이 중에 남편과 함께 간 것은 하나도 없고 모두 친구나 동생들과 간 것이니 남편이 병이 나는 것도 당연지사다. 하긴 같이 갔으면 엽서를 보낼 일도 없었을 꺼다.

   세계 각국 오지에서 보낸 것도 다 잘 도착했는데 오지 않은 것이 딱 하나다. 실크로드 여행 갔을 때 중국 서쪽 끝 쿠얼러에 있는 호텔에서 엽서 세 장을 부쳤는데 하나도 오지 않았다. 한 달을 기다리고 두 달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니 내가 주소를 KOREA라고 쓴 것이 생각난다. 중국 오지에서 KOREA라고 썼으니 북한으로 간 모양이다. SOUTH KOREA라고 썼어야하는데 말이다. 벌써 15년이 지났으니 내가 보낸 엽서 세 장은 북한 어딘가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거나 쓰레기장으로 실려가 소각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 엽서들은 영원히 네게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

   세상이 어찌나 빠르게 변하는지 따라가기 힘들다. 우리 어려서는 전화 있는 집이 드물었는데 이제는 한 사람이 핸드폰을 몇 개씩 가지고 사는 세상이 되었다. 편지 한 번 보내려면 며칠씩 걸렸는데 지금은 카톡으로 순식간에 메시지도 보내고 영상도 보낸다. 국제전화하려면 전화요금이 비싸서 손이 떨렸는데 카톡 전화로 하니 와이파이 되는 곳에서는 몇 시간을 해도 무료다.

   그래도 엽서를 보내고 받을 때가 그립기도 하다. 보낼 때 기쁘고 받을 때 더 기쁜 것이 엽서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많은 것을 얻지만 얻는 만큼 잃는 것도 많다. 나이 들수록 옛 것이 그립다. 그래서 젊은이는 미래의 희망을 먹고 살고, 노인은 과거의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