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좋은 나라
아 네모네 이현숙
우리 아파트 옆 주차장에 쓰레기가 가득하다. 몇 달이 지나도 청소를 안 하니 지날 때마다 기분이 별로다. 아니 저기 주차하는 사람들은 돈을 꼬박꼬박 내면서 저런 걸 보고도 가만히 있나 싶다.
옆에서 같이 걷던 동생이 저런 것은 사진을 찍어서 120에 신고하면 즉시 치워준단다. 그 후 다시 동생과 만나기로 한 날 지나가다가 그 생각이 떠올라 사진을 찍었다. 동생을 만나서 어떻게 하는 거냐고 하니 이래저래 하라고 일러준다.
동생이 일러준 대로 사연을 쓰고 사진을 첨부해서 전송을 누르니 전송이 안 된다. 동생이 다시 인터넷을 찾더니 02-120으로 해보란다. 다시 해보니 전송이 잘 된다. 5분도 안 돼 답장이 왔다. 담당부서 접수를 위해 성함, 연락처, 단속위치 주소, 처리결과 문자 수신 동의를 해 보내란다. 모두 적어서 보냈더니 5분도 안돼 또 답장이 온다. 문자 접수가 많아 지연되고 있다고 양해를 부탁한단다. 잠시 후 또 문자가 온다.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은 구청 업무가 없는 관계로 당직실에 접수하겠단다. 진행상황 및 결과에 대해 3회 문자 발송하겠다고 친절히 답해준다. 조금 있으니 상담사 김정희라는 사람이 중랑구로 접수했다고 접수번호까지 알려준다.
감사하다고 나도 답신을 하니 말씀 감사하다고 따뜻한 봄날 맞이하라고 답장까지 해준다. 잠시 후 전화가 울린다. 받아보니 벌써 직원이 현장에 나가있는데 나와 볼 수 있느냐고 한다. 영화를 보려고 극장에 와 있다고 하니 알았다고 끊는다. 잠시 후 또 전화가 울린다. 현장에 가보니 이 주차장은 구청에서 관리하는 곳이 아니고 중랑구 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하니 그곳으로 신청해주겠단다. 고맙다고 하고 끊었다. 다음에는 시설관리공단에서 전화가 왔다. 토요일이라 직원들이 주차 관리를 하러 간 관계로 처리가 좀 늦어지겠단다. 며칠 걸리나보다 생각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 교회 가는 길에 보니 벌써 주차장이 깨끗하게 청소되었다. 너무도 기뻐서 다산 콜센터에 바로 문자를 보냈다. 주차장이 깨끗해졌다고 감사하다고 우리나라 좋은 나라, 살기 좋은 중랑구가 맞다고 ㅋ ㅋ ㅋ까지 붙여서 보냈다. 2분도 ‘안 돼 말씀 감사합니다. 미세 먼지가 심한 요즘 건강 유의하세요.’라는 답장이 온다.
신고한 지 하루도 안 돼 즉시 즉시 처리되는 우리나라는 정말 대단한 나라다. 해외여행 하고 돌아올 때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데 이번 일로 더욱 더 실감하게 되었다. 세계 어디에 가서도 기죽을 필요 없이 어깨 당당히 펴고 다녀도 되겠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 3. 29. 진짜 같은 가짜 (0) | 2019.04.13 |
---|---|
2019. 3. 17. 외로움의 특효악 (0) | 2019.04.13 |
2019. 2. 22. 쓸모없는 것의 쓸모 (0) | 2019.02.24 |
2019. 2. 1. 2018 우리집 10대 뉴스 (0) | 2019.02.24 |
2019. 1. 31. 나는 신이로소이다 (0) | 2019.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