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9. 3. 17. 외로움의 특효악

아~ 네모네! 2019. 4. 13. 17:33

외로움의 특효약

아 네모네 이현숙

   모든 생물은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존재가 아닐까? 어찌 보면 태어날 때는 엄마가 있으니 혼자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죽을 때는 누군가 옆에 있을 수도 있고 혼자 있다가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생을 살며 고독감을 갖지 않는 사람은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 고독감에서 도망치려고 친구도 만나고, 사랑도 하고, 서로 치고 박고 싸움도 한다.

   고독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거미줄처럼 빽빽한 인간관계의 망을 쳐야한다. 부모 자식 간의 줄, 부부 사이의 줄, 친구 사이의 줄 등 무수한 줄이 있다. 가로 세로 수많은 줄로 연결하여 서로가 서로를 밀고 당기며 무저갱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고 안간 힘을 쓰며 사는 것이 인간인지도 모른다.

   작년부터 남편이 우울증, 불안증에 시달린다. 아마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고독이란 병에 걸린 듯하다. 작년 봄 동생들과 한 달 가까이 네팔 여행을 하고 오니 남편이 다 죽게 생겼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눈이 퀭하니 들어가서 소파에 앉아있는 남편을 보니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처음에는 잘 먹지 못해서 기운이 빠졌나보다 하고 열심히 보약도 먹이고 보양식도 해 먹이고 했지만 별 차도가 없다. 내과에서도 별 이상이 없다고 신경과 쪽으로 가보라고 해서 정신건강학과에 갔다. 정신과 약을 몇 개월 째 먹으니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 듯하다. 1년이 넘도록 친구도 안 만나고 그 많던 모임에도 전혀 참석하지 않는다. 취미생활을 해보라고 해도 하고 싶은 게 없단다.

   그런 남편을 보고 있자니 연애라도 한 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젊고 예쁜 여자를 만나면 회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남편 친구는 70이 넘은 나이에도 애인을 두고 매주 만나서 사랑을 나눈다고 한다. 그 친구는 지금도 힘이 넘치고 왕성한 사회활동을 한다. 몇 십 년이 넘도록 애인을 두고 사는 친구의 부인을 볼 때 처음에는 안 됐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그 사랑이 남편 친구에게는 삶의 원동력이 된 듯하다. 내 남편도 이런 사랑을 하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솟아난다.

   나만 바라보면서 집에 혼자 있기 힘들다고 할 때마다 사지가 다 묶이는 기분이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대가로 내가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감수할 것 같은 기분이다. 세상 구경하러 이 세상에 나왔는데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온 천지 사방을 들쑤시고 다니며 구경하고 싶다. 이런 내게 족쇄를 채우는 남편이 밉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잊기 위해 술도 마시고 수면제도 먹고 광란의 밤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외로움의 특효약은 연애약인 듯하다. 지금이라도 남편 이마빡에 애인구함이라고 써 붙여서 내보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