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9. 1. 20. 3월은 잔인한 달

아~ 네모네! 2019. 2. 24. 13:51

3월은 잔인한 달?

아 네모네 이현숙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한다. 까치가 나무 위에서 작은 나뭇가지를 톡톡 자른다. 몇 개를 잘라서 땅에 버리고 한 개를 입에 물고 날아간다. 나는 막연히 까치들이 땅에서 잔가지들을 주어다가 집을 짓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가는 가지를 몇 개 잘라서 자기 마음에 드는 것으로 집을 짓는다. 어쩌면 땅에 떨어진 것은 삭아서 약할지도 모른다. 건축자재부터 엄선하는 모양이 매우 신중해 보인다.

근처 나무에 까치집이 있다.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옮겨 놓으며 집짓기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가 보기에는 엉성해 보이지만 비바람에도 끄떡없는 걸보면 아마 건축공학적으로 심사숙고해서 짓는 모양이다. 다시 날아오르더니 옆에 있는 나무로 간다. 그곳에도 까치집이 있다. 거기서도 또 열심히 집을 매만진다. 1가구 2주택인가? 아니면 서로 품앗이라도 하는 걸까?

   아직 1월 중순인데 벌써 봄을 준비하고 있다. 봄이 오면 알을 낳아 여름에 새끼를 키우려는 전략이다. 여름에는 각종 벌레들이 많아 새끼에게 줄 먹이가 많으니 동물들은 주로 봄에 새끼를 낳는다.

지금은 죽은 것 같은 나무도 봄이 오면 새 잎과 화사한 꽃을 피운다. 아마 땅 속에 있는 뿌리는 지금부터 물과 양분을 빨아올리려고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3월이 오면 새 학기가 시작된다. 12월 말에 손자의 취학통지서가 날아왔다. 미국에 있는 아들네 주민등록이 우리 집에 와 있으니 우리 집으로 취학 통지서를 보낸 것이다. 18일이 예비소집일이니 면중초등학교로 가서 입학 신고를 하라는 것이다. 면중초등학교로 전화를 하여 미국의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하니 재학증명서를 떼어 메일이나 카톡으로 보내란다. 아들에게 연락하니 학교가 방학을 해서 학교 문이 닫혀 있단다. 결국 18일이 지나서야 개학해서 겨우 재학증명서를 보냈다. 입학은 3월이지만 1월부터 새 학기 준비 작업이 이루어진다.

   손자의 취학 통지서를 받고 보니 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 예비소집일 생각이 떠오른다. 그 때는 종로 5가에 살아서 효제 초등학교로 가라는 통지가 왔다. 엄마 손을 잡고 난생 처음으로 학교라는 곳으로 갔다. 학생들은 앞에 서 있고 학부형은 뒤로 나가라고 하여 엄마 손을 놓고 줄을 섰지만 엄마가 없어질까 봐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 급기야 아이들만 모두 강당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학부형은 들어오지 못하게 하여 엄마와 헤어지니 겁이 더럭 났다. 강당에 들어가서부터 나올 때까지 계속 눈물을 줄줄 흘렸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강당에서 나오니 엄마가 다가오며

바보야, 울긴 왜 우니? 언니는 첫날부터 선생님 얼굴 똑바로 쳐다보며 잘 있던데

   눈이 시뻘겋게 되어 동네로 들어오니 동네 아줌마가

현숙아, 너 울었구나?” 하는데 어찌나 창피한지 엄마 뒤로 얼른 숨었다.

3월은 학교뿐 아니라 어린이집과 유치원도 새로 시작된다. 어린 아이들이 처음으로 부모의 품을 떠나 세상으로 나가는 달이다. 손자가 3살 때 미국에 있는 어린이집으로 처음 간 날 모습이 떠오른다. 등에는 작은 배낭을 지고 신나게 집에서 나가는 모습을 며느리가 찍어서 카톡에 올렸다. 갈 때는 놀러나가는 줄 알고 신이 나서 나갔는데 어린이집에 혼자 들여보내고 엄마가 집으로 오니 겁에 질려 하루 종일 울었단다. 며느리가 끝날 때쯤 데리러 가니 울면서 뛰어 나오는데 목이 쉬어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며느리도 손자를 얼싸안고 둘이 엉엉 울었다고 한다. 지금은 의젓하게 초등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

   3월은 무수한 동식물에게 시작의 달이요, 공포의 달이다. 어떤 시인은 4월이 잔인한 달이라고 했는데 내가 보기엔 3월이 잔인한 달이다. 이번 3월에도 많은 아이들이 공포에 질려 학교 마당으로 들어설 것이다. 하지만 곧 적응되여 친구들과 깔깔대며 웃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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