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2018. 6. 20. 동유럽 트레킹 3 (루마니아)

아~ 네모네! 2018. 7. 30. 21:16

코시체 ( 71)

- 타트란스캬롬니카에서 루마니아 바이아마레까지 -

   아침에 일어나 정원으로 나가니 호텔 여직원이 허브를 뜯고 있다. 엊저녁 음료수에도 허브 잎이 들어있더니 매일 이렇게 조금씩 뜯어서 쓰나보다.


   호텔 복도에는 갖가지 그림들이 걸려있어 마치 갤러리 같다. 로비 옆의 작은 방으로 가니 탁자에 방명록이 있다. 우리도 ‘2018. 7.1T.N.T 다녀갑니다.’라고 흔적을 남겼다.


   버스로 두 시간을 달려 코시체로 갔다. 코도 시체가 있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피식 나온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코시+이체인데 코시는 족속의 이름이고 이체는 귀족이란 뜻이란다.

   오늘도 김사장님은 음악을 틀어준다. 냇킹콜의 ‘What a wonderful world.’. 지금 상황에 딱 맞는 노래다. 연녹색 밀밭과 언덕 위 성당을 바라보며 정말 이 세상은 얼마나 멋있는 세상인가 생각한다.

이런 자연을 볼 때마다 젖을 실컷 빤 아기 같은 포만감이 밀려온다. 사실 여기서 더 욕심을 내면 도둑년 심보라는 생각이 든다.

   코시체 시내에 도착해 가이드 마리아를 만났는데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 김사장님은 그렇게 해외여행 많이 다녔어도 자전거 타고 나오는 가이드는 처음 봤다고 하며 웃는다. 나중에 보니 다리가 불편한지 걷는 것이 힘들어보였다.


   마리아가 잠시 설명하느라고 자전거를 세워두자 미숙씨가 얼른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한 바퀴 돌고 온다. 하여튼 미숙씨는 못하는 게 없다.


   한참 이것저것 설명하다가 길바닥에 있는 보도블록을 보란다. 거기에는 이름이 쓰여 있다. 자기 부모님 이름이란다. 도시 건설을 위해 기부금을 낸 사람들은 이렇게 이름을 새겨 준단다. 자기 명찰에 있는 VAJOVA라는 이름을 보여주며 똑 같지 않으냐고 한다. 뼈대 있는 집안의 딸인가 보다.


   한 성당 앞에 이르니 웬 저울을 들고 사람을 다는 조각이 있다. 미카엘 천사가 죽은 사람들의 선과 악을 저울로 재어 천국과 지옥으로 보내는 것이란다.


   한 여인이 앞치마에 꽃을 가득 담고 있는 조각도 있다. 이것은 마리아라는 여자가 앞치마에 매일 빵을 담아다가 거지들에게 주자 시어머니가 왜 내 빵을 남들에게 주느냐 앞치마를 열어보라고 하여 여는 순간 빵이 꽃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미사가 끝났는지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나오는데 안에서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웅장하게 퍼져 나온다. 성당을 지나가니 긴 수로가 있는 길이 나타난다. 중간에 분수대도 있는데 아이들이 놀고 있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것은 동서양 아이들이 마찬가지다.


   구시가지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헝가리를 경유하여 루마니아로 갔다. 점심밥에 수면제가 들었나 모두들 기절 수준으로 골아 떨어졌다. 다섯 시간 이상 타려니 졸음을 이길 수가 없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헝가리로 들어왔는지 메시지가 우르르 들어온다.

   하늘에서 미리 알고 헝가리에서 전화건 때 얼마, 메시지 보낼 때 얼마, 위급한 상황에서는 어디로 전화를 하라는 등의 메시지를 볼 때마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별로다.

   헝가리는 훙가리 즉 훈족이란 뜻이다. 실제로는 말갈족인데 서양인들이 진시황 때 쳐들어온 훈족으로 착각하여 훙가리라고 했단다.

   헝가리에서 루마니아로 입국하여 바이아마레로 갔다. 바이아마레는 바위야말해로 외우니 금방 머리에 들어온다. 어두워져서야 바이아마레에 도착하니 호텔 옆에 작은 개울이 있어 야경이 아름답다.

 

데세슈티 목조교회 ( 72)

- 바이아마레에서 구라후모룰루이까지 -

   밖으로 나가 공원을 산책하는데 웬 커다란 액자 같은 것이 보인다. 무슨 용도인지 모르겠는데 기어 올라가 사진을 찍자 미숙씨가 단두대에 올라간 것 같다고 깔깔대며 웃는다.


   가이드 카린을 만나 데세슈티로 이동하여 목조교회를 보러갔다. 버스에서 내리니 현지 아주머니들이 보인다. 함께 사진을 찍고 보여주니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난다.


   목조교회로 올라가는 길에는 예쁜 집들이 많았는데 나무로 된 대문이 인상적이다. 하트 모양의 구멍도 있고, 새 모양의 구멍도 있다. 이곳 사람들은 목각에 특별한 재주가 있나보다.


   울타리도 싸리나무 같은 것을 엮어 한층 고풍스럽다.


   300년 된 교회라는데 오크 나무로만 지었단다. 못도 나무로 만들었고 나무끼리 짜 맞추어 쇠는 전혀 쓰지 않았다고 한다. 평소에는 문이 닫혀 있어 전화를 해야 문을 열어준다.

   안에는 온갖 성화로 벽과 천장이 장식되어 있는데 아담과 하와, 그리고 이들을 유혹한 뱀 그림도 있다. 글자를 모르는 평민을 위해 성경의 내용을 모두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이다. 에티오피아에 있는 교회들과 매우 흡사하다.

   제일 안쪽은 지성소라서 제사장만 들어갈 수 있고, 중간 방은 남자들, 문간방은 여자들이 예배드리는 곳이다. 목조라서 20년 마다 지붕을 새로 만든다고 한다. 우리가 다 나오자 문을 열어준 총각이 다시 문을 걸고 내려온다.


   삿 수가탁 목조교회는 400년 된 교회인데 문 앞에 열쇠 그림과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항상 잠겨 있으니 이리로 전화하라는 뜻이다.


   카린이 전화하자 아저씨가 올라와 문을 열어준다. 교회 안에는 자수로 된 수건으로 둘러친 그림들이 많은데 수가 화려하다.


   목조 교회를 다보고 펜션 식당으로 골목골목 찾아 들어갔다. 건물이 그림처럼 아름답고 정원이 멋져서 온갖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식사 후 바르사나 목조교회 수도원으로 이동했다. 여기도 아름다운 목조건물과 잘 정돈된 정원이 우리를 사로잡았다.


   수도원까지 다 보고 5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구라후모룰루이로 이동했다.


수체비차 수도원 ( 73)

- 구라후모룰루이에서 시기쇼아라까지 -

   구라후모룰루이는 구라를 잘 치고 시기쇼아라는 시기가 많은 곳인가? 생소한 이름이 발음하기도 어렵다. 아침에 밖으로 나가니 웬 노부부가 마차를 타고 간다. 무엇을 하나 보니 내려서 재활용 정리를 하고 있다. 재활용 수거하는 일을 하나보다.


   공원으로 가니 자동차를 온통 꽃으로 장식해 놓았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꽃 파는 곳도 보고 골목 안으로 들어가니 새벽시장이 열렸다. 미숙씨가 가지고 있던 20센트 짜리 동전 4개를 주니 베리를 한 컵 준다. 인심도 후하다. 방에 와 맛을 보니 새콤 달콤 꽤 맛있다.


   버스를 타고 수체비차 수도원으로 가다가 고갯마루에서 잠시 쉬었다. 두 소년이 계란 장식품을 팔고 있다. 공금으로 열 개 사서 하나씩 나누어가졌다. 파는 아이들은 꽤나 수줍어한다.


   한 개에 1레이인데 공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다.



   가다가 루마니아 가이드 미르차를 만났다. 그는 6개 국어를 하며 한국 관광객은 처음이라고 했다. 가면서 미리 설명을 해준다.

   루마니아는 로마인의 땅이란 뜻인데 실제로 로마시대에 이곳에 로마인들이 살았다. 나라이름도 ROMANIA로 쓴다. 루마니아는 1917년 독립하여 올해 100주년 됐다고 한다.

   몰도바왕국의 스티븐 대왕은 4240승을 하였는데 승전할 때마다 교회와 수도원 지었다. 그는 자식이 없었는데 한 과부와 사랑에 빠져 자녀 낳았다. 대왕의 자손은 어깨에는 버팔로를, 손에는 칼을 들고 있는데 이것이 몰도바 문장이다.

   수체비차가 최신의 수도원인데 그 아들이 최초로 여기에 벽화를 도입했다. 그는 글을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성화를 그리라고 명령했다.


   수체라고 하면 수체구멍이 생각나서 어째 지저분할 것 같은데 수체비차 수도원 외벽은 온통 아름다운 성화로 가득 찼다. 가이드 미르차는 벽에다 레이저 빔을 쏘면서 일일이 설명했는데 예수님의 일대기와 그리스 철학자들이다. 철학자들은 종이 두루마리를 들고 있는데 제일 아래쪽 왼쪽에서 네 번째 사람이 아리스토텔레스라고 했다. 관을 머리에 이고 있는 이유는 최초로 사후 세계를 생각한 사람이기 때문이란다.


   다른 벽에는 33계단이 있는데 이것을 통과해야 천국으로 간다. 통과하는 방법은 33가지 선행을 베풀어야 한다는데 한 가지 선행도 하지 못한 나는 천국 가기 다 틀렸다.

   수도원을 다 보고 밖으로 나오니 한 부부가 두 딸을 데리고 수도원으로 들어온다.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인간이다. 특히 행복한 가족이지 싶다.


   다음은 몰도비차 수도원으로 갔다. 몰도는 강 이름이고 부차는 작다는 뜻이다. 즉 몰도비차는 작은 몰도바라는 뜻이다. 이 수도원에도 많은 벽화가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콘스탄틴 대제와 어머니 헬레나상이 있다. 보통 오른쪽은 입구이고 입구 방에는 1365일을 나타내는 그림이 있다.

   중간 방은 묘소인데 중간방의 천장은 좀 낮다. 낮은 이유는 외적 침입 시에 천장에 보물 숨기고 출입문을 막은 후 벽으로 위장하기 위함이다.

   왼쪽 방은 예배를 보는 곳인데 양 쪽 문은 제사장이 드나드는 문이고 가운데 문은 신이 드나드는 문이다. 이 문은 안에서만 열리게 되어있다.

   몰도비차 수도원의 그림 중 동방 박사 그림이 있는데 동방박사가 말을 타고 있다. 그 당시 화가들이 낙타를 못 봐서 말로 그렸단다.

   예수님이 루마니아 옷을 입고 있는 것도 특이하고, 마리아가 애굽으로 갈 때 말 타고 가는 모양도 생소하다. 성경에는 당나귀를 탔다고 했지만 당나귀란 가난한 사람들이 타는데 차마 그걸 태울 수 없어서 말로 그렸다고 한다.

   십자가상의 예수님 피가 땅으로 흘러들어가 아담의 해골에 덮여 죄가 사해졌다는 사실도 생생하게 그려놓았다.

   점심 식사 후 보로네츠 수도원을 보러갔다. 이곳은 코발트 블루색을 썼는데 왕의 카운셀러인 세인트 조지를 위한 성당이다. 성당 안쪽 벽이 촛불 연기로 새카맣게 된 것을 우유에서 추출한 카제인을 스폰지에 묻혀서 닦아냈다고 한다. 얼마나 까만지 알게 하려고 일부는 그대로 남겨두었다.


   이곳의 그림을 보면 1년의 시작이 9월인데 서양에서 9월에 새 학년이 시작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한다. 수도원 관광을 마치고 6시간 이동하여 시기쇼아라로 갔다.

 

시비우 드라큘라 생가 ( 74)

- 시기쇼아라에서 브라쇼브까지 -

   시기쇼아라의 더블 트리 힐튼 호텔은 복도 바닥에 방 번호를 표시해 놓은 것이 특이하다. 방 찾아가기가 아주 수월하다.


   시기쇼아라라고 하면 어쩐지 시기가 심할 것 같은데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아름다운 도시다. 아침에 동네구경을 나갔다. 미숙씨는 엊저녁에 먹지 못한 스테이크를 들고 나간다. 줄만한 사람이 있으면 주겠다고 한다. 천사가 따로 없다. 들고 다니다가 청소하는 아저씨를 주니 고맙다고 웃음을 짓는다. 혹시 기분 나빠할까 봐 내심 걱정했는데 마음이 통했나보다.


   약간의 고갯길을 올라 성 안으로 들어갔다. 성문 밖으로 보이는 동네가 아름답다.


   노란색의 예쁜 집이 있어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직원이 출근한다. 자세히 보니 드라큘라 생가다. 다른 가게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아 온 동네가 조용하다.


   광장 앞에는 꽃 자전거 2대가 있어 여기서도 사진을 찍었다. 이곳 사람들은 꽃 장식을 좋아하나보다.


   가이드 리골레타는 올해 1020일에 9살 연하의 남자와 결혼한다고 한다. 온몸에서 생기발랄함이 넘쳐 나온다. 아마도 그 남자는 이 여자의 생기에 매료되었을 것 같다. 트레킹 가이드도 한다고 한다. 사진 찍기를 엄청 좋아했는데 자기 카메라로 우리를 찍어준다고 하더니 메모리 카드가 꽉 찬 걸 모르고 그냥 가져왔단다. 결국 핸드폰으로 찍다가 우리가 시계탑에 올라가 구경하는 사이 집에 가서 새 카메라를 가져왔다.


   시계탑은 현재 박물관으로 쓰인다. 박물관 제일 윗 층에 옛날 시계가 있는데 그 크기가 방 하나를 가득 채운다. 시계 옆 벽감에 있는 나무 상들도 흥미롭다. 400년 가까이 된 시계의 추가 아직도 움직이는 게 신통방통하다.


   로케트를 처음 만든 사람의 사진도 있는데 꼭 아인슈타인을 닮았다. 자고로 천재란 얼굴부터 타고나야 하나보다.


   드라큘라 생가로 다시 갔는데 그의 본명은 블라드 3세다. 그는 이곳 생가에서 태어나 4살까지 살았다. 그는 흡혈귀가 아니고 의적이며 영웅이었다. 근처에는 그의 아버지가 지은 성도 있다.

블라드 3세는 별명이 많은데 체페슈는 꼬챙이라는 뜻이다. 그가 왈라키아 공국을 다스릴 때 적군이나 반대파 귀족, 부패한 상인의 항문에 꼬챙이를 꽂아 세워서 서서히 죽게 했단다. 드라큘라도 별명인데 루마니아어로 용의 아들, 즉 악마의 아들이란 뜻이다. 아버지가 용을 의미하는 드라큘 기사단의 일원이었다고 한다.

   블라드 3세가 보여준 적에 대한 잔인성과 그 당시 유럽에 퍼져있던 흡혈귀 전설을 합쳐서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가 흡혈귀 드라큘라라는 소설을 썼다. 그 소설 속 주인공로 등장하면서 더욱 유명해진 것이다.


   우리 팀이 하도 부지런히 다니니까 가이드 리골레타가 우리 팀은 런 런 런이란다. 정말 달리고 달리며 총알같이 보고 나온다.

   시기쇼아라를 떠나 2시간을 달려 시비우로 갔다. 시비우는 산사나무라는 뜻인데 이 지역에서 많이 자란다고 한다. 어쩐지 시비 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비우에 있는 집들은 지붕에 환풍구를 꼭 사람 눈처럼 만들어 눈을 끈다.


   시비우 정교회와 거짓말쟁이의 철교를 보았는데 이곳 젊은이들도 자물쇠로 사랑의 서약하기를 즐기는지 철 난간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이 마음이 얼마나 갈는지? 나중에는 서로 헤어지고 싶어 후회할 지도 모른다. 이 다리는 루마니아 최초의 철제 다리인데 이 다리에서 거짓말을 하면 다리가 무너진다는 이야기가 생기면서 거짓말쟁이의 다리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일설에는 한 아가씨가 결혼할 남자에게 자기는 처녀라고 이 다리에서 고백을 했는데 알고 보니 거짓말이었다는 것이다.


   광장에서는 배구를 하는지 뙤약볕에서 한참 경기가 벌어졌다. 두 소년이 넋을 잃고 바라본다. 노점상도 많은데 작은 책방이 눈길을 끈다.


   내년에 자전거 타기 대회가 있는지 광고판이 현란하다.


   루터 대성당의 종탑까지 보고 또 3시간을 이동하여 브라쇼브로 갔다. 여기서는 뭔가 쇼브를 볼 것 같다. 호텔방에 들어서니 앞산에 브라쇼브(BRASOV)라고 크게 써 놓은 구조물이 보인다.


   브라쇼브 광장에도 루마니아 독립 100주년 기념 조형물이 서있다.


   한 떼의 젊은이들이 공연을 하는지 시끌벅적하더니 경찰이 와서 조용히 하라고 경고를 하는 모양이다. 어디가나 젊은이들은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느라 요란하다. 야경까지 감상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드라큘라성 ( 75)

- 브라쇼브에서 부쿠레슈티까지 -


   아침에 호텔 뒤 작은 광장으로 나가니 아름다운 벽화가 눈길을 끈다. 무슨 행사가 있었던 모양이다. 벽화 속의 사람처럼 벽화 가운데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길 가에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대로 늑대 젖을 먹는 아기 동상이 보인다. 루마니아가 로마인의 후예라더니 이런 동상까지 만들어 놓았다.


   이곳 가이드는 김학배씨다. 20년 전 직장일로 왔다가 여기 머물렀단다. 학배씨에게 어제 본 왕관 밑의 나무뿌리 모양이 무엇인가 물었더니 주정부 문양이란다.


   광장에 있는 검은 성당은 오스만 투르크 침공시 불에 타서 이렇게 검게 변했는데 이 지역 독일인들이 자비로 부분 부분 보수하여 현재에 이르렀다고 한다.


   프레즈마 성채교회는 해자가 있고 철창문이 내려와 적의 침공을 막게 되어있다. 적이 오면 해자의 다리를 올려서 적의 침입을 막았다. 성채 안에는 아파트처럼 된 4층짜리 건물이 있는데 각 방에 호수를 매겨놓았다. 이것은 전쟁이 나면 백성들이 성채 안으로 들어와 각자 자기 집 번지수의 방으로 들어간단다. 밖에 있는 가구 수만큼 성안에도 집이 있었다니 혼란스러운 전쟁에서도 질서 있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해 놓은 지혜가 놀랍다.


   2층으로 올라가니 학교도 있다. 칠판도 보이고 주판도 있다. 책도 보이고

베틀도 있다. 장기전에 대비한 모습이 역력하다.


   정원에는 땅굴 같은 비밀통로도 있는데 유사시 밖으로 나가서 식량도 가져오고 적의 정세도 파악했단다.


   가이드 김학배씨는 농담도 잘 한다. 루마니아 갈 때 마늘주사 맞고 가라는 말이 있다며 드라큘라는 마늘, 십자가, 햇빛을 싫어하는데 더 싫어하는 것은 목에 때 있는 사람이란다. 그리고 드라큘라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미인인데 우리를 보니 걱정 된다고 한다. 립 서비스 최고다.

   브란으로 이동하여 브란성(드라큘라성)으로 갔다. 브란이란 뜻은 세관이란 뜻이다. 지금도 그 당시 세관 건물이 있다.


   블라드 3(드라큘라)는 왈라키아 공국의 영주다. 아버지 블라드 체패스는 살해되었다. 그 아들 드라큘라 백작은 배반한 신하들을 모두 초청한 후 긴 말뚝에 기름칠을 하여 항문에 꽂아 세워 놓았다. 그리고 모두 죽을 때까지 직접 보며 확인했다.


   또한 터키 군사들이 오는 길목에는 막대에 꽂아 처형된 포로들의 시신을 세워 놓아 공포에 질리게 만들었다.


   결국 술탄은 드라큘라 목에 큰 현상금을 걸었고 드라큘라는 이 성에 피신하여 나오지 않았다. 드라큘라 영화도 여기서 찍었다. 벽시계가 12시에 고정된 것은 드라큘라가 등장하는 시간이라서 그렇단다.


   10년 전쯤 이 성에 왔을 때는 사람들이 없어서 독채 전세 낸 듯이 다녔는데 이제 완전 시장 바닥이 됐다. 주변에는 상가가 즐비하고 좁은 계단은 밀려서 올라갈 수가 없다. 그 때는 분위기가 으스스하여 어디서 드라큘라가 불쑥 나올 것 같았는데 변해도 너무 변했다. 격세지감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성밖으로 나가 사진을 찍고 식당으로 이동했다.


   시나이아로 이동하여 펠레슈성을 돌아보았다. 초대 국왕인 캐롤 1세가 지은 여름 별장이다. 어느 한 곳 허술한 구석이 없는 완벽한 성이다.


   왕비의 초상화가 특이했는데 웬 여자아이를 업고 있다. 딸인데 4살 때 죽어서 형네 아들을 양자로 데려다가 왕위를 계승시켰다고 한다.

   그 후 시나이아는 귀족 휴양지가 되었다. 시나이아는 1700년에 붙인 지명인데 백성들의 신심을 높이려고 성경에 나오는 시내산에서 따왔다고 한다.

펠리슈 성에는 4가지 첨단 시설이 있는데

첫째, 개폐식 천장으로 천장을 열어 환기 시켰다.

둘째, 중앙 집중식 냉난방을 하고

셋째, 음식물 올리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넷째, 중앙 집진식 진공청소기를 사용하여 청소를 했다.

내모로 보나 외모로 보나 완벽하고 아름다운 성이다. 성 앞에는 캐롤 1세의 동상이 서있다.

   펠리슈 성을 보고 3시간 이동하여 루마니아의 수도 부카레스트(부쿠레슈티)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