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8. 5. 23. 알맹이 빠진 축하

아~ 네모네! 2018. 5. 25. 14:09

알맹이 빠진 축하

아 네모네 이현숙

   올해 내 나이 칠십이다. 칠순이라고 미리 친정 동생들과 딸네 가족이 모여 식사도 하고 케익도 자르고 꽃다발도 받았다. 생일 축하 노래도 하고 선물비도 받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칠순 전날은 남편이 칠순 기념으로 외식을 하자고 하여 중국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당일 날 아침에는 며느리의 친정 엄마가 같이 사는 큰딸을 대동하여 떡 한 상자와 물김치 한 통, 더덕과 나물까지 한 짐을 지고 왔다. 아들네는 미국 사니 올 수가 없어 카톡으로 생일 축하를 한다. 저녁에는 모임이 있어 떡을 잔뜩 싸가지고 가서 나누어 주고 축하주도 마셨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는데 뭔가 허전하다. 왜 그런가 생각하니 손자의 축하가 빠졌다. 작년에 남편 칠순 때는 미국 사는 손자와 영상 통화를 하며 손자의 생일 축하 노래를 들었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나지 않았는지 아들 며느리의 축하 말과 이모티콘 뿐이다. 미국과 시차가 커서 한 번 통화하려면 힘들기는 하다. 손자는 유치원에 다니고, 아들 며느리는 공부하랴 알바 하랴 좀처럼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 머리로는 다 이해가 되는데 가슴 한 구석에 구멍이 뚫린 듯 허전하다. 알맹이가 빠진 것 같다.

   사람은 어째 가지고 있는 것은 보지 못하고 못 가진 것만 바라보는 것일까? 많은 사람의 축하는 잊어버리고 겨우 한 명의 축하가 빠졌다고 아쉬워하는 내 모양이 우습다. 없는 것 보다 있는 것이 훨씬 많은데 없는 것만 생각하니 항상 마음이 가난하다. 뭔가 허기가 진다. 나보다 잘 난 사람만 보이고 나보다 잘 사는 사람만 눈에 띤다.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나보다 힘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다. 그 속에서도 행복한 마음으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현재 가진 것을 바라보고 감사하는 삶이 아름답다. 그런 사람이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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